품목별 비중은 생활용품,건강용품,미용용품 순으로 나타나

방문판매가 21세기 최첨단 시대에도 강력한 유통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뭘까.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대형점포인 백화점, 주택가 깊숙이 파고드는 저가형 점포인 할인점, 유동인구의 발길을 잡아끄는 길거리 점포 등에 밀리지 않고 견디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한 탓에 방판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통계를 끄집어 내 방판의 위력을 따져 봤다.불황에 강하다방판은 불황에 강하다. 경기가 나쁜 요즘도 판매원들이 늘어나고 덩달아 매출도 증가한다. 이는 방판업체들이 주부 등 유휴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화장품 시장은 2003년 전체 시장이 마이너스 6.7%를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방판은 오히려 9.3% 신장하는 귀염을 토했다.올해도 최소한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어 불황의 여파를 거뜬히 견뎌낼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태평양의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방판의 우위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표1참조> 태평양은 백화점과 대리점 판매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갖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증가율을 보면 2001년 25.3%, 2002년 13.8%, 2003년 4.2% 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방판 매출은 48.8%(2001년), 30.3%(2002년), 12.6%(2003년)로 전체 매출액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성장해 온 것을 알 수 있다.한국야쿠르트에서도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표2참조> 이 회사는 71년 방판사업을 시작, 33년간 지속해 왔다. 47명으로 출발했던 판매인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매출액도 비슷한 속도로 늘어났다. 특히 98년부터 2001년까지 IMF 여파에 온 경제가 휘청거리던 시기에 방문판매인들이 600여명 늘어나고, 매출액도 약 2,000억원으로 훌쩍 뛴 것은 다른 시기와 비교할 때 방판이 불황에 특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웅진코웨이개발은 아예 방판으로 불황을 이겨낸 경우다. <표3참조> 웅진은 97년 IMF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낸 아이디어가 렌털판매제도였고, 서비스와 영업을 겸한 코디를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98년 80명으로 시작한 코디는 올 3월 기준 8,000여명으로 100배 가량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순이익도 4억5,000만원에서 2003년 575억원으로 역시 100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만약에 웅진이 코디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경영효율성도 높다경영의 효율성은 이익률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방문판매는 다른 유통방식보다 이익률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표4참조>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방판과 다단계판매를 포함한 ‘인적무점포 판매업’이 62.2%로 백화점(24.6%), 편의점(28.7%)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영업이익률도 10.3%로 백화점(5.9%), 편의점(4.6%)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방판의 영업이익률은 12.4%로 다단계판매업의 7.1%보다 높았다. 다단계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이 때문인지 화장품시장에서는 방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표5참조> 태평양 방판사업부에 따르면 방판과 다단계를 포함하는 인적판매가 2000년 27.6%에서 2003년 37%로 시장비중이 9.4%포인트 증가했다. 다음으로 2000년 44.2%로 1위였던 전문숍이 28.4%로 2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백화점은 12.6%에서 3.3%로 처졌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궁합은 생활용품이 맞다통계자료를 보면 방문판매는 특히 생활용품과 건강식품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표참조> 방판과 다단계를 합한 직접판매업의 품목별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생활용품(21.1%), 건강식품류(18.7%), 미용용품(17.8%) 등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트렌드다. 기존에는 출판물과 건강식품이 주된 유통물량이었다. 최근에는 전자제품, 의류 등 새로운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생활용품이 강세를 보인 것. 그러나 순수하게 방판업체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미용식품과 건강식품이 1,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업태를 따지면 건강보조식품시장의 85% 정도가 방판으로 이뤄지고 있어 방판업체들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화장품시장이 다단계 판매방식을 도입한 신방판을 포함해 42.5%에 달한다. 태평양뿐만 아니라 메이저인 LG생활건강, 코리아나, 애경산업 등이 이미 뛰어들었거나 뛰어들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지구 68바퀴를 돌았다한국야쿠르트는 국내 방판시장에 새로운 지도를 그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71년부터 지난 3월까지 판매된 야쿠르트는 총 370억병. 이를 길이(야쿠르트 한병 7.4cm)로 환산하면 274만km로 지구를 68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이 거대한 양을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집집마다 일일이 방문해서 판매한 것이다. 1대1 유통인 방문판매의 힘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