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나노 · 생명공학 기술이 소형화 · 고성능화 주도

유비쿼터스라는 생소한 단어가 정보통신과 미래사회를 대변하게 된 계기는 어디에 있을까. 1988년 미국의 제록스 연구소에 근무하던 마크 와이저(Mark Weiser) 박사가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 연구>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여기서 와이저 박사는 컴퓨터 조작에 얽매이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닌 인간중심의 컴퓨팅 환경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또 와이저 박사는 91년 <21세기를 위한 컴퓨터>라는 논문에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미래의 컴퓨터는 우리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형태로 생활 속에 점점 파고들어 확산된 것이다. 한 개의 방에 수백개의 컴퓨터가 있고, 그것들이 유ㆍ무선으로 네트워크로 상호접속돼 있을 것이다.’ 마크 와이저 박사에 의해 도입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간단히 말하면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안경, 그림, 벽, 약병, 쓰레기 등 모든 사물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상호소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활환경까지 최적화하는 컴퓨팅 환경을 의미한다.그러면 왜 마크와이저 박사와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유비쿼터스 세상이 올 것이라고 봤을까. 여기에는 정보통신의 단계별 특징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60여년 정도의 정보통신 발전 단계를 구분해 보면 크게 3가지 세대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메인프레임이라고 불리는 세대이다. 이 세대의 특징은 크고 고가의 컴퓨터 한대를 여러 사람이 나눠 사용하던 시대다. 즉 하나의 커다란 컴퓨터가 여러 사람을 서비스하는 시대가 1세대인 것이다.2세대는 PC와 함께 찾아왔다. PC세대가 앞서 언급한 메인프레임 세대와 다른 점은 하나의 컴퓨터가 한 사람을 위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비쿼터스 선각자들은 과연 PC의 세대가 지나고 21세기가 오면 어떠한 컴퓨팅 세대가 올 것인지를 궁금해했다.또 그들은 제3세대는 여러 개의 컴퓨팅 장비가 한 사람을 위해 서비스하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다. 물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노트북이나 PC뿐만 아니라 PDA, 휴대전화, 디지털가전 등과 같이 여러 개의 컴퓨팅 장비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이러한 3세대가 완성되는 단계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단계는 여러 개의 컴퓨팅 장비로 서비스받는 것을 넘어 모든 사물에 컴퓨팅 능력이 아예 심어지고 이것들이 사람을 위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공간으로 유비쿼터스를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는 두 가지의 공간을 갖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실제 생활하는 물리적 현실공간이다. 집, 자동차, 책상, 신발과 같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가 바로 물리적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며 이 공간을 활용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어간다.또 다른 공간은 사이버스페이스, 즉 가상공간이다. 인터넷과 함께 만들어진 가상공간에는 현실공간(물리공간)과 또 다른 요소들이 존재한다. 가상은행, 가상증권, 사이버정부, e러닝 등 ‘e’로 표현되는 많은 요소들이 가상공간을 채우고 있다.이 가상공간의 특징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가상공간을 이용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났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의 업무시간에 얽매여 금융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의 지점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금융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또 다른 특징은 편리한 정보의 공유이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정보라도 원한다면 즉시 사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동화된 서비스라는 특징이 있다. 인터넷 사용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사람이 일일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상교육의 예를 들면 선생님 없이 자동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가상공간의 매력이다.그런데 유비쿼터스란 이 두 가지 공간이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가상공간의 컴퓨팅 능력이 물리공간에 내려와 심어지는 것이다. 가상공간과 물리공간의 융ㆍ결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공간의 사물들은 가상공간의 특징을 내재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한 없는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며 자동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경제는 공간경제라고 말하기도 한다.‘컴퓨팅’ 의미도 달라사물에 컴퓨팅 능력이 심어진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흔히들 컴퓨팅이라고 하면 노트북이나 PC와 같은 고도의 수치계산 장비를 떠올린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컴퓨팅에서 말하는 ‘컴퓨팅’의 의미란 우리가 워드프로세스, 웹브라우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는 PC나 노트북에서 생각하는 컴퓨팅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서 컴퓨팅이란 사물에 내재된 마이크로프로세스들이 주변환경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스스로 반응하며 여기서 얻어진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이나 다른 유비쿼터스 사물에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예를 들면 하이트맥주의 경우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되면 파란색 마크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종이에 칠해져 있는 특수잉크가 주변환경(병의 온도)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반응(파란색 표시)해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만약 이 기능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돼 전자적으로 정보교환을 할 수 있다면 유비쿼터스 컴퓨팅 맥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범위가 엄청나게 확대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사물에 컴퓨팅 능력을 심는 유비쿼터스는 어떻게 가능할까. 유비쿼터스를 이끄는 동력은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IT 기술이다. 하루가 다르게 소형화, 고성능화, 대용량화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은 유비쿼터스를 주도하는 핵심기술이다.둘째, 나노기술(NT)이다. 모든 사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프로세서의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고 IT의 하드웨어 한계를 극복시켜 주는 핵심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BT)이다. 인간을 인식하기 위한 다양한 센서의 개발 및 신체에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사물이 BT를 기반으로 제공된다. 이렇게 커다란 IT, NT, BT의 융ㆍ결합으로 유비쿼터스는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어찌 보면 현재 개발되는 모든 기술이 모여지는 최종단계에 유비쿼터스가 있다.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컴퓨팅 환경을 보면 사람이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이 인간에게 편리한 방식이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 아니다. PC 능력에 맞추려다 보니 개발된 것이다. 즉 아직까지는 인간이 더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계중심의 컴퓨팅 환경인 것이다.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인간중심의 컴퓨팅 환경이 완성된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사라지고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목소리, 말, 손짓, 눈짓 등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감지되고 이해될 것이다. 즉 적극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환경이 컴퓨팅 장비에 갖춰진다. 컴퓨터가 오히려 인간을 귀찮고 번거롭게 만드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돋보기 /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특징● 모든 컴퓨터는 서로 연결된다(Connected Devices)사물에 내재돼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이 상호 정보를 교환, 최적화된 서비스를즉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다(Invisible)모든 사물에 컴퓨팅 능력이 내재하므로 특별히 컴퓨터 장비라고 불리는 기계는 오히려 한정된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하다(Computing Everywhere)고도로 네트워크화되고 사물에 내재된 마이크로프로세서 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현실세계의 사물이 환경 속으로 스며들어 일상생활에 통합된다(Calm Technology)사물의 지능화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인간이 일일이 간섭 또는 개입되는 일은 없어지고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인간의 주변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