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29일(수) 오후 4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평일 오후, 백화점에서는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다. 신세계 강남점 2층 명품층에서 유유히 쇼핑을 즐기는 30~60대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련된 용모의 이들은 발레파킹(대리주차) 서비스를 받은 덕에 주차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또 발레파킹한 VIP주차장이 2층 명품층과 바로 연결돼 있어 굳이 지하에서부터 올라오지 않아도 됐다.‘명품의 대중화를 이끄는 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명품소비에 대중성을 가미, 보다 많은 사람이 명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신세계 강남점의 입지만 봐도 그렇다. 반포를 비롯해 강남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상권을 끼고 있어 소비의 메카로 떠올랐다. 아울러 특1급 호텔인 JW메리어트와 연결된 동시에 강남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와도 연계돼 있다. ‘고급화 전략’과 ‘대중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입지조건인 것이다.명동 본점 오픈 전인 현재로서는 신세계 백화점부문에서 강남점의 명품매장 규모가 가장 크다. 2000년 10월 개장한 강남점은 2층에 명품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800평이 넘는 매장에는 루이비통과 까르띠에, 구찌, 로로피아나, 마크제이콥스, 제냐 등 65개의 수입의류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샤넬, 디올 등 1층의 매장과 보석브랜드까지 합치면 신세계 강남점은 80여개의 명품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1ㆍ2층의 명품매장을 모두 합하면 2,700평에 이른다. 강남점 명품브랜드의 연간 매출규모는 약 906억원. 강남점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신세계 강남점의 특징 중 하나로 명품 편집매장 ‘분더샵’을 꼽을 수 있다. 분더샵은 마르니와 에밀리오 푸치 등 ‘젊은 명품’을 소개해 왔다. 남이 다 아는 널리 알려진 브랜드보다는 자신만의 명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인기다.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명품브랜드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널도 신세계의 명품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백화점에는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와 제품을 지닐 수 있어 고객이 명품을 찾을 때 중시하는 ‘희소성’을 만족시킨다.강남의 상권을 이끌어가는 신세계 강남점은 지역적 특성과 맞물려 VIP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부터 VIP를 위한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개발, 부자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가 VIP고객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 VIP고객의 기여도 때문이다. 일반고객과 비교해 매출액이 탁월하게 높은 이들에게 신세계는 공연, 요리강좌, 골프투어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전에 CRM시스템으로 고객분석을 면밀히 해 고객의 개인별 취향을 간파한 것을 물론이다. 신세계는 VIP를 ‘보통 VIP’와 ‘SVIP’(슈퍼VIP)로 나눈다. 보통 VIP는 구매실적 상위 5%의 고객에 해당된다. SVIP는 구매실적 상위 1%의 고객이다.VIP에게는 1년 무료주차권을 발급하며, VIP주차장에 들어서게 되면 앞서 언급한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VIP고객은 ‘멤버십 라운지’라는 VIP라운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점포 방문시 간단한 차와 다과를 제공받는다. 신세계 강남점은 최근 SVIP를 위한 ‘퍼스트 라운지’를 추가로 열어 이들 초특급 고객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VIP고객에게는 일반고객과는 다른 보다 구체적인 DM(Direct Mailㆍ판촉용 우편물)을 보내준다. 이 DM에는 VIP고객의 주 관심사가 반영된 신상품 정보가 자세히 적혀 있다.이와 함께 VIP고객 중에서도 상위 2만명에 대해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발행하는 패션잡지 <퍼스트레이디>를 발송한다. 아울러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VIP는 선물이나 쿠폰을 주기도 한다. VIP에게 보내는 케이크와 꽃, 화분은 품질과 격 자체가 다르다. 꽃과 화분의 경우 명품 플라워브랜드인 ‘제인패커’ 제품을 사용, VIP의 눈높이에 맞춘다.신세계 강남점은 올 들어 또 하나의 신세계표 VIP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2월 ‘컨시어지 데스크’라는 VIP쇼핑안내소를 열고, VIP 뉴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컨시어지’(Concierge)는 로마시대의 ‘성문지기’에서 유래된 말로 신세계를 방문한 고객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일종의 관문 서비스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보통 일류호텔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국내 백화점업계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다.신세계 강남점의 5명 컨시어지는 VIP고객에게 일대일로 안내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문의고객에게는 입점한 브랜드의 종류와 특징을 설명하며,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선물상담자로서의 역할도 맡는다. 쇼핑 전반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컨시어지는 고객을 입점 매장의 판매담당자에게까지 연결해준다.김기학 신세계 백화점부문 컨시어지 팀장은 “쇼핑뿐만 아니라 행사 또한 안내한다”며 “전단에 고지된 행사, 점포에서 진행하는 행사뿐만 아니라 신세계 다른 지역의 점포와 다른 백화점의 행사와도 비교, 정확한 쇼핑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이어 “지리정보도 제공해 점포 주변의 음식점과 미용실, 레저공간을 소개한다”며 “연계교통편도 안내해 고객이 최적의 조건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신세계 백화점부문의 수입명품 매장은 강남점 외에 본점에도 물론 있다. 이 가운데 명동 본점 신관은 잘 알려진 것처럼 오는 8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신세계 본점 명품관도 구관을 리뉴얼해 조만간 문열 예정. 오픈을 앞둔 신세계 본점 신관과 명품관은 현재까지는 모두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규모와 입점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1급 비밀이다. 치열한 백화점 명품전쟁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목이다.INTERVIEW / 이승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세일즈매니저‘올해도 15~20% 성장 예상’“명품 수입의류의 경우 신세계 강남점 2층 명품층에 65개 브랜드가 입점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45개가 전국 1등 매장입니다.”이승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세일즈매니저는 2001년부터 5년째 명품을 맡아왔다. “명품브랜드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매니저들은 모두 신세계의 직원이 아닌 브랜드 소속 직원입니다. 하지만 신세계는 전문강사를 통해 이들 매니저에게 화장과 코디법, 매너, 고객 심리파악 등을 교육합니다.” 이매니저의 경우도 30~40대의 브랜드매니저들을 ‘이모님’처럼 여긴다. 이들의 집안 경조사까지 다 챙기며 유대관계를 쌓다 보니 입점 명품브랜드의 실적이 날로 좋아졌다. 한 명품브랜드의 경우 신세계 강남점으로만 납품하는 제품을 빼놓는 자체 창고까지 만들었을 정도.“올해도 강남점의 명품은 지난해와 비교해 15~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역 백화점 성격이 강하면서도, 서울 강남지역부터 과천에 이르는 광역상권을 포괄하고 있기도 합니다. 불황에 좀처럼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죠.”신세계 강남점은 명품을 찾는 VIP고객을 위한 행사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기도 하다. “먼저 신상품을 소개하는 ‘트렁크쇼’의 경우 한 달에 2번 정도 열립니다. JW메리어트호텔 등에 고객 40명 정도를 초청하곤 합니다.” 트렁크쇼에서 고객은 명품 신상품을 입은 모델의 패션쇼를 볼 수 있다. 식사는 물론 제공되며, 때로는 연예인과 함께 일하는 유명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코디법을 제안받기도 한다. “침체된 명품브랜드를 위해서는 또 다른 형태의 행사를 펼칩니다. 고객에게 와인 등의 선물을 주며 브랜드 활성화를 꾀합니다. 보다 대중적인 명품브랜드의 경우 연말에 300~400명의 고객을 초청해 식사대접을 합니다.”초특급 고객을 위한 ‘브랜드 매니아 클럽’도 운영한다. 20~30명 소규모 고객을 호텔에 초청해 식사대접을 하고 골프여행을 지원하기도 한다. 때로는 풍수지리 설명을 하기도 하며 행사내용 다변화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2001년부터 시작해 10회 정도 진행한 ‘신세계 해외 명품 컬렉션’이라는 패션쇼도 있습니다. 회당 400여명을 초청, 고객들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일매출이 10억원에 이릅니다.”강남점은 명품 신상품이 나오면 VIP고객의 집에 상품을 보내 입어볼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이매니저는 “고객과의 일대일 개별화된 명품서비스를 끊임없이 구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