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한결같은바람일 것이다. 이는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오래도록 활력을 더해가기를 바라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서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급변하는 경영환경을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하고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도 젊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기업들의 장수전략 또는 회춘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는 크게보아 세가지로 요약된다. 리스트럭처링(구조재편) 등과 같은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등의 보약을 먹기도 한다.아울러 현장경영 등에서 보듯 몸으로 부딪치면서 젊어지려 하기도한다.◆ 공식적·수평적 팀제 운영요즘 재계에선 회춘전략의 하나로 리스트럭처링이 한창이다. 기업마다 경영을 근본적이고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조직의 「새판짜기」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오죽했으면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은 얼마전 ?한국의 기업들이능력별 성과급제도와 과감한 해고 등 미국식의 파격적인 경영방식을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을까. 특히 우리나라의 2세 경영인들이 기존의 구태의연한 경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외국기업과의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 이같은 움직임에 앞장서고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미국식의 합리주의 경영이나 일본식의 집단주의 경영만은 아니다.최근들어선 우리 것을 찾자는 신토불이식의 경영마저 수면위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영혁신 노력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따로 없다.리스트럭처링의 내용을 뜯어보면 우선 조직재편의 파고가 높아졌다. 대표적인 재편의 모습은 팀제 도입이다. 본부(실) - 부­과 라인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수직적인 피라미드형 조직이 허물어지고있다. 대신에 팀을 중심으로 한 수평조직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따라 부하가 직급상의 상관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있다. 결재라인이 대폭 축소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최근들어선 부·과를 탈바꿈시킨 팀제가 보다 공격적인 양상을 띠면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팀제를 겨냥한 화살이 이제는 본부(실)단위까지를 과녘으로 상향조준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부(실)라는 조직단위를 아예 없애버리고 여러개의 팀조직으로 분산, 관리하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분산 관리를 통해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이른바 「조직재편 제2탄」이라고나 할까.또한 인사관리 체계에도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능력만 있으면 연공서열이나 학력 연령을 따지지 않고 몇 단계를 건너뛰어 발탁, 승진시키는 신인사제도가 잇달아 채택되고 있다. 대우그룹은 올해초 실시한 사장단 인사에서 (주)대우 건설부문의 대표이사를 상무급에서 발탁했다. 한화그룹도 비슷한 시기에 이사대우를 계열사 대표이사로 기용했다. 연공서열 타파의 전주곡이 울려퍼진 셈이다.물론 이런 식의 발탁인사가 사장급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위직으로까지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다. 그 단초는 지난 5월LG전자 정기인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2년차 차장(3급)에서 두단계나 건너뛴 수석부장(1급)으로 승진하는 등 무려 60명이 발탁의 혜택을 누렸다.당연히 임직원들의 인사고과 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스며들고있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평가하는 상향식 평가제를 한일합섬 LG정보통신 동양SHL 등이 채택한 것은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삼성그룹등에선 상·하급자의 쌍방평가에 그치지 않고 동료들의 평가까지받도록 하는 다면평가제를 시행중이다. 그런가 하면 한솔그룹은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자기평가제마저 도입한 것이다.임직원들이 스스로 자기능력을 평가해 업무목표를 정한뒤 이를 상급자에게 신고토록 하는 방식이다.◆ 연봉제·입사 필기시험 철폐기업경영에서 가장 보수적인 부문으로 평가되는 인사관리까지 스며든 도도한 변혁의 물결은 다시 급여체계로 흘러가고 있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과장급 이상 전간부를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게그 대표적 사례다. 연봉제란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매년 개인별 업무성적 등을 따져 능력에 따라 급여를 정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과장급에서도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임원중에서 그 절반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신입사원 채용시스템도 이같은 인사관리 변화의 파고에 휩싸이고있다. 이미 삼성그룹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올해말의 신입사원채용때부터 학력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학력구분만 폐지한 것도아니다. 사원채용의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했던 필기시험도함께 철폐했다. 필기시험과 학력구분의 빈자리를 인성 창의력 등으로 메웠다. 면접시험을 강화, 중점적으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현대LG 대우 선경 쌍용 등 대부분의 주요 대기업그룹들도 같은 변화의방향을 택했다.뿐만 아니다. 기업내부를 규율해 온 갖가지 형식주의를 타파하려는움직임도 활발하다.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아온 직장 유니폼을없애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게 한 예다. 직원들에게 획일화된 옷을벗어던지고 자유로운 복장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자율과 개성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다.「나인 투 식스」로 통칭되는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의 판에박힌 출퇴근 시간도 변화의 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LG전자와 LG화학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 회사는 임직원들에게 출근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퇴근은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 실시토록 하고 있다. 개인별 시차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마음껏 조정하되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된다는 것이다. 쌍용정유와 의료기기 업체인 (주)메디슨 등도 이처럼 근무시간 자율선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이같은 리스트럭처링과 맞물려 요즘에는 벤치마킹이나 리엔지니어링도 붐을 이루고 있다. 벤치마킹 기법은 국내외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삼아 경영이나 기술부문별로 이들 기업을 따라잡으려는 경영혁신 활동이며 리엔지니어링은 각종 작업과정을 재조정하여 업무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한편으론 무분별한 경영혁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리엔지니어링 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마이클 해머박사는『원래 리엔지니어링은 다운사이징(감량경영)과는 완전히 상반된개념』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요량으로 대량해고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바있다. 리엔지니어링에대한 잘못된 이해는 단기적인 생산성 증가는가져올지 모르지만 결국은 기업의 영양실조를 몰고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또 한국의 신산업정책에 대한 보고서로유명한 미국MIT대의 앨리스 앰스덴교수도 『미국식 경영이론은 어디까지나 미국적 문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전제, 『한국기업은해외이론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국기업이 이룩한 성공사례를 연구해새로운 경영스타일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R&D투자로 신제품 개발 열올려물론 수익성이 강한 사업부문을 강화하거나 성장유망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의 기업변신 노력도 회춘전략에선 빼놓을 수 없다.사람이 원기가 부족하면 보약을 먹는 것처럼 기업은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거나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제품개발에 나선다.춥거나 더운 날씨를 앞둔 환절기에 보약을 많이 먹듯이 설비투자도경기예측에 따라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나치면 과잉투자로 곤욕을 치르게 되고 부족하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해 쩔쩔매게 된다.최근 우리 대기업들의 투자동향을 보면 전반적인 설비투자 규모는크게 늘리는 반면 연구개발투자는 미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올해초 통상산업부에서 조사한 「2백대기업 설비투자동향」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95년도 투자계획을 모두 36조9천8백억원으로 한해전보다 50.9%나 늘려잡았다. 지속적인 경기호조에 대한 낙관적인전망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이를 투자동기별로 뜯어보면 생산능력증대를 위한 투자가 전체의 69.7%로 전년의 67.4%보다 높아졌다.반면 자동화 및 합리화 투자비중은 작년의 10.5%에서 8.9%로 낮아지고 연구개발 투자비중도 7.9%에서 7.2%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돌며 경영아이디어 얻는다회사별로는 올 상반기중 삼성전자가 4천9백51억원으로 가장 많은연구개발비를 들였고 LG전자(1천6백68억원) 현대자동차(1천5백3억원) 대우전자(1천3백28억원) 등의 순이었다.대기업 총수들이 생산현장을 직접 챙기는 현장경영도 회춘전략에선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른바 접촉경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회장실에 앉아 보고만 받아선 더이상 경영혁신의 아이디어를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기업들이 최근 2세 경영체제로 돌입하거나 아예 젊은 경영진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근로자들과 함께 하며 직접 공장을 지었던 창업주와는 달리 현장감이 떨어지는데다 기존의 권위주의적 경영으로는 신세대 사원들을 이끌어 나갈 수없다는 점에서다.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회장은 지난 9월하순 영호남의 8개 지역공장을 둘러보는 지역사업장 순시로 현장경영에 본격 착수했다.이회장은 지방공장의 임원들과 즉석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현장경영을 행동으로 나타내 보였다. 나아가 지난 10월초에는 삼성생명의 보험생활설계사들과 도시락오찬을 나누기도 했다. 이회장의현장경영이 「공장」에만 그치지 않고 서비스부문까지 확대된 셈이다.LG그룹의 구본무회장은 재계에 현장경영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그는 그룹총수 바통을 이어받은지 한달만에 현장을뛰었다. 올해초 회장에 취임하고서 한달여의 인사기간을 보내고서곧바로 찾은 곳이 LG전자의 TFT-LCD공장이었다. LG전선의 안양공장과 LG반도체의 청주공장도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 10월에도 지방공장 시찰은 물론 계열 연구소를 직접 찾아나서는 등 현장을 찾는 발걸음이 잦다.또한 이웅렬 코오롱그룹 부회장도 현장경영으로 조직을 장악하는2세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94년 7월 (주)코오롱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겸직하자마자 경산공장에서 집무를 개시할 정도였다.한라그룹의 정몽원부회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인영회장의 차남인 정부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총괄업무를 맡으면서부터줄곧 요일별로 현지공장을 찾고있다. 김석준 쌍용그룹 회장도 지난4월 취임후 양평에서 열린 무협상 임금타결 결의대회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 현장경영의 면모를 엿보이고 있다.재계 총수들의 이같은 현장밀착경영은 현장에 대한 감을 익히는 동시에 조직을 장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의 확고한 혁신의지 필수적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우선 건강을 지키려는 결단이 서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장수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올바른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당연히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결심이 열쇠인 셈이다.경영혁신의 대명사처럼 부각되는 리엔지니어링이 외국에서마저 순조롭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리엔지니어링에 대한 경영층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목표설정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얘기다. 이같은 실패사례는 미국 보스턴의 리엔지니어링 전문가모임인 CSC인덱스가 얼마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조사결과 미국 기업들이 행한 모든 리엔지니어링의 절반이상이 실패로 끝났거나 보잘 것없는 성과에 그쳤다는 것이다.리엔지니어링이란 개념의 공동창시자인 제임스 챔피씨(CSC인덱스그룹 회장)는 리엔지니어링을 도입하는데 대한 기업내부의 걸림돌로두가지를 지적한 바 있다. 고위경영층에서 쉽사리 동의하지 않거나중간경영층에서 반발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층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리엔지니어링을 시작할 수도 없는데다 중간경영층에선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이들경영진이 근본적인 혁신에 대한 동의만 한다면 남은 문제는 근로자들이 리엔지니어링에 적응하도록 교육시키는 일뿐이라는 것이다.이런 점에 비춰보면 재계 총수를 비롯한 우리 경영인들이 현장경영에까지 나서면서 혁신의 노력을 보이는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이제 우리 기업들도 국내 최고를 떠나 세계일류를 겨냥해 뛰고 있는 시점이다. 자연히 국제무대에서 오래도록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한 기업들의 「창조적 파괴」 물결도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기업노화의 전주곡 대기업병 증후군흔히 대기업병은 『회사를 진정으로 아끼는 수많은 임직원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가 망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집단적으로 망해버리는 병』이라고 정의된다. 기업규모나 연혁, 업종과 무관하게발병하면서 일단 걸렸다 하면 치유하기 어렵다. 공통적으로 발병하는 대기업병의 징후를 살펴본다. 각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자각증상이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봄으로써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관료주의적 관행관료화 경향은 가장 전형적인 대기업병 증세. 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형식적이고 유연성이 결여된다.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겁내고 고지식해져서 개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업무에서까지 형식주의와 권위주의가 팽배해 진다.◆ 부문이기주의 대두사업부제가 도입됨에 따라 각 부문 책임자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정보가 하향적으로 흐르는 조직일수록 부문이기주의는 강화된다. 부문간 연대의식이 약화되고 업적경쟁이 치열해지면 전사적 대응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기업규모가 확대되면 조직구성원은 자만심에 빠지며 비대한 규모로인해 의사결정도 지연된다.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뒤쫓아가기 급급하다. 심지어 변화를 무시하거나 저항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기업가 정신의 쇠퇴변화에 대한 적응력 부재는 최고경영진의 「창조적 파괴」 정신의쇠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변화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기보다는현실에 안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 함사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해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제안하지 않는 것도 대기업병 증세의 하나. 톰 피터스는 <혼돈속의 번영>이란 저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주기를 단축하고 행동실천을 신속하게 하려면 보다 많은 실수를 보다 빠르게 저질러야 한다』며실수에 대해 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ES맨의 중용조직의 비대화는 필연적으로 책임과 권한의 불명확성과 「좋은게좋다」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지면 최고경영자 주변에는 YES맨이 모여들게 된다. 경영자의 판단이 잘못돼도누구하나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 이를 비판하는 사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스맨들이 가만히 놔둘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