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국내 진출 본격화 국내은행 내수시장 한계 해외진출 박차

최근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들이 전혀 방향이 다른 전략을 펼쳐 관심을 끈다. 외국은행들은 한국의 은행을 사서 안방으로 들어오려 애쓰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밖으로 나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미 한국의 은행에 투자한 외국의 은행들은 기존 해외점포를 매물로 내놓으면, 이를 국내 은행들이 매입하고 있는 형국이다.최근 하나은행이 인수한 칭다오국제은행은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 지분을 판 것이다. 이 계약에 체결될 무렵 제일은행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잖았다. 중국진출 교두보를 경쟁은행에 넘겨줘 중장기적 발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우려였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칭다오국제은행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재 제일은행 여건상 칭다오국제은행 유지보다는 국내시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경영진의 방침이다”고 말했다.또한 외환은행의 주인이 된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갖고 있던 퍼시픽유니온은행(PUB)의 지분을 외부 신탁기관에 넘기고, 이를 매물로 내놓을 방침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후 이를 처분하려는 이유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미국에서 은행업을 영위하면 그 주주의 자산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규정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PUB를 소유하고 있으면 론스타는 펀드의 전체 자산을 FRB에 등록, 자산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론스타의 자산 중 외환은행은 전체 자산 중 3%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 97%를 겨우 3% 때문에 모두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PUB가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은행인 우리은행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또한 최근 HSBC, 씨티, 스탠다드차타드 등의 외국계 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국내에서 소매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BC은행은 제일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HSBC의 데이비드 엘든 회장은 최근 국내 언론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내 소매영업을 확대할 시기라고 본다”면서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인수에 관심은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인수합병 전문지<더데일리딜 designtimesp=24431>의 인터넷판인 더딜닷컴은 HSBC 대변인이 제일은행 인수를 위해 뉴브리지캐피털과 협상 중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HSBC는 그동안 한국 은행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음을 내비쳤지만 특정 은행을 지목하며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했음을 밝히지는 않았다.씨티, HSBC 등 지명도 높은 해외은행들이 한국시장에 들어오면 국내 은행들에는 지금까지 제일은행(뉴브리지캐피털), 한미은행(칼라일펀드), 외환은행(론스타펀드) 등 투자펀드들이 은행을 인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이에 대해 “차라리 투자펀드들이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수시장 개척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로 진출하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은행과 안방을 치고 들어오는 외국은행 중 누가 ‘나중에 웃는 자’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