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도서 위주서 아동도서 전문ㆍ단행본 위 주로, ‘과감한 경영혁신 실천’

삼성출판사 김진용 사장(47)은 자전거 타는 일로 하루를 마감한다. 퇴근 후 저녁시간을 활용해 1시간 넘게 양재천에서 한강둔치까지 30km를 달린다. 김사장은 “페달을 밟으면서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을 구상하는 설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의 ‘자전거 타기’에는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즉 두 바퀴로 돌지만 쓰러지지 않으면서 굴러가는 ‘유연한 사고’를 강조한다. 너무 천천히 가면 쓰러지고 너무 빨리 달리면 사고날 위험이 있어 적당한 속력을 내야 한다는 게 그의 ‘자전거 경영학’이다.삼성출판사는 국내 출판사로는 최초로 지난 84년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출판사다. 이는 부친인 창업주 김봉규옹(73)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옹은 1964년 출판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목포, 광주, 서울로 옮겨다니며 서점을 운영했다. 국민에게 양식을 제공하는 책을 꼭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달려온 김옹의 향기가 회사 구석구석에 물씬 배어있다.김사장은 엔지니어가 꿈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그는 장남으로 부친의 사업을 돕기 위해 지난 80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책과 인연을 맺는다. 2년 넘게 영업부에서 전국을 누비며 책을 팔고 고객을 관리했다. “전집류를 고집하는 부친의 생각과 뜻이 맞지 않아 고민을 하다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나왔어요.”김사장이 구상한 사업은 당시로서는 튀는 아이템이었다. 팬시용품을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겠다는 것. 그는 84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아트박스’를 설립하고 서울 종로에 1호점을 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업태였다. 김사장은 아트박스를 세계적인 팬시업체로 키우려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문구용품에 패션을 가미할 수 있을까. 아기자기한 디자인 제품만 만든다면 전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텐데….” 김사장의 머리에는 ‘문구=패션’이라는 단어로 꽉 채워져 있었다.그는 “당시 팬시용품 프랜차이즈 사업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김사장에게는 사업수완과 함께 열정이 있었다. 아트박스는 첫해 4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후 매년 50~100%씩 신장하며 성공모델로 성장해나갔다. 김사장이 삼성출판사의 사령탑에 앉을 때까지 8년 동안 전국에 100여곳의 가맹점을 냈다. 매출도 연간 100억원 가까이 올렸다.하지만 김사장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신의 꿈을 접고 대학졸업 후 잠시 몸담았던 부친의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김봉규옹이 92년 초 가족회의를 소집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그때 김옹의 나이는 62세였다. “아버지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이 경영을 해야 한다며 장남인 나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후선으로 물러났다.”김사장은 역시 패기 넘치는 젊음의 소유자였다. 경영을 맡자마자 변신을 꾀했다. 우선 창업 이래 황소처럼 해왔던 성인도서인 문학전집류 사업을 접고 단행본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아동도서 전문출판사로 방향을 틀었다. 판매조직도 뜯어고쳤다. 또한 세일즈 방식에서 벗어나 서점판매로 전환했다. 아예 2000년 7월에는 전집류 사업권을 영업조직과 함께 매각했다. 구로공단에 있던 인쇄소도 팔았다. 출판은 아웃소싱을 하고 본사에서는 기획과 마케팅만 전담했다. 이렇게 해서 매년 400~500종의 신간서적을 내놓고 있다.특히 지난 2001년 9월에는 국내 출판업계 최초로 대만의 산해출판사에 ‘우리아기 시리즈’ 8권의 저작권을 수출하기도 했다.“인터넷시대에 맞게 ‘출판 콘텐츠’를 수출하는 회사로 한단계 성장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동남아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출판분야에서도 일으킬 생각입니다.”김사장은 대표로 취임하면서 의류업체 F&F를 설립했다. 그후 98년 합병한 뒤 지난해 7월 다시 분사시켜 동생 김창수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그는 사업 초기 실력을 발휘해 사업성공의 디딤돌이 되는 이탈리아의 베네통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김사장은 “베네통 루치아노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를 내 집 드나들듯 했다”며 “루치아노 회장이 최종 사인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F&F는 엘르, 레노마, MLB 등 수입브랜드와 어바웃, 구호 등 자체 브랜드를 확보하고 전국에 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사장은 요즘 경영압박을 덜 받는다고 말한다. 의류사업이 안정되는데다 동생이 경영을 잘하고 있어 출판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는 3년 전 시작한 인터넷사업이 흑자궤도에 올라서고 있어 한창 재미에 빠져있다. 김사장은 “그동안 투자한 것이 최근 들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여행사 넥스투어, 초등학생 대상 인터넷 교육을 하는 와이즈캠프 등이 매출을 올리며 급신장하고 있는 것. 특히 월간지 <하우PC designtimesp=24214>는 컴퓨터 잡지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출판사가 내놓은 엄마와 함께하는 유아 및 초등학생용 학습지 ‘연필잡고’와 ‘수학사다리’도 서점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김사장은 “불황인데도 올 들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분사를 통해 전문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삼성출판사는 오는 10월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신사옥 건립에 한창이다. 사옥 신축에 들어가는 사업비 100억원은 한푼의 외부차입 없이 충당하고 있다. 이미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상 7층 규모로 세워지는 사옥에는 옥상 정원이 꾸며지고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야외 무대시설도 들어선다. 1층에는 마당을 만들어 정원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심에서 별을 볼 수 있고 조경이 있는 회사를 만들 겁니다.”김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회사 분위기를 쇄신시키고 있다. 매월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한 이후 매월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으며 수령액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재 추세로 성장을 하면 내년부터는 월급의 두 배를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고 김사장은 밝혔다.김사장은 “앞으로 새로 등장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강화해 어린이 교재를 선도하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또 “내년부터는 해외 도서박람회에도 적극 참가하겠다”고 덧붙였다.삼성출판사는 올해 매출과 순이익 목표를 각각 500억원과 80억원으로 잡고 있다. 김사장은 내일을 설계하며 오늘도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다. (02-3470-6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