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공기청정기를 만들겠습니다.”최진순 청풍 회장(64)은 발명가 CEO로 유명하다. 지난해 25만대의 공기청정기를 판매,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공기청정기 시장의 60%를 점유했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제품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르기까지 최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공기청정기 한우울만을 파왔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라 60년대 ‘발전기’까지도 손수 만들었을 정도인 최회장은 발명을 경영에 접목, 성공했다.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들기 전 그는 섬유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40대 초반, 공장에 불이 나는 악재와 함께 뇌중풍이라는 병으로 쓰러졌다.“병마가 오히려 인생 전환의 계기가 됐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민간요법이나 제품을 알아보다가 음이온을 접하게 됐습니다. 산에 올라가 소나무에서 나오는 음이온을 쐬면서 효과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음이온을 만들어낼 수 없을지 연구하기 시작했어요.”각종 외국서적을 탐독하고 연구소를 방문하던 그는 83년 삼우전자를 설립, 음이온을 이용한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기청정기’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때로 주변 사람들은 ‘돈과 시간 낭비’라며 그를 만류하기도 했다.“음이온 효과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나를 위한 기계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도 권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기청정기를 개발했습니다. 결국 89년 음이온 공기청정기 개발에 성공해 92년 첫 제품을 출시했습니다.”그러나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거의 없던 탓에 매출을 올릴 수 없었다. 심지 굳은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국제상품전에 노크하기로 마음먹었다. 최회장이 발명, 개발한 상품에 글로벌 공신력을 싣기 위해서였다. 결국 93년 독일 국제발명전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스위스와 미국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국내 상도 줄을 잇기 시작했다. 95년 전국발명진흥대회 통상산업부장관상, 발명의 날 국무총리상 등 수십개의 상을 받은 발명왕으로 거듭났다. 국제발명품 대회 ‘환경ㆍ의료부문 8회 연속 금상 수상’으로 97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2001년에는 동탑산업훈장과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받은 각종 상만 A4용지 한 장을 가득 메운다.“상을 하나씩 받을 때마다 매출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인정받아도 정작 그 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힘쓰지 못하면 기술이 묻히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수십년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려면 마케팅이나 경영에도 남다른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특허 철학’을 갖게 된 것. ‘발명 그 자체를 좋아하는 발명가’와 ‘기업가를 지향하는 발명가’는 구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발명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과 발명한 제품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죠. 기업인을 꿈꾼다면 이것저것 발명하는 데 시간을 쏟지 말고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 확고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위해 총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