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까지 보유하라’

국내 모 대기업 계열사 임원인 K씨(49)는 지난해 생각만 하면 지금도 흐뭇하다. 채권 매입을 통해 1년 만에 70%가 넘는 수익을 달성하는, 기적적인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투자방법도 지극히 간단했다. 2000년 11월, 평소 거래하던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가 현대건설 전환사채(CB) 값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사둘 것을 권유했다. 당시 현대건설의 앞날은 바람 앞 등불처럼 아슬아슬했다. 전환사채 가격이 그렇게 턱없이 낮았던 것도 이처럼 현대건설의 신용리스크가 높았기 때문이다. 망설이던 K씨는 2001년 1월 말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6,900원(액면 1만원)대에 집중 매입했다. 처음 투자권유를 받았던 전년도 11월에 4,000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올랐지만, 여전히 저가인데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조금씩 해소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불안감도 조금 가셨기 때문이다. 모두 6,059만원을 들여 두 종류의 현대건설 전환사채(CB)를 구입했고 1년 남은 만기까지 그대로 갖고 있었다. 2002년 1월, 이 채권들의 만기가 돌아왔다. K씨 계좌에 들어온 채권 상환금은 모두 1억300만원. 총수익 4,249만원으로 12개월 만에 무려 70.11% 수익률을 기록했다.최근 삼성, LG, 현대카드 등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신용카드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앞다퉈 각종 후순위채권들을 발행하면서, 일반인들이 어렵잖게 채권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증가하고 있다. 낮은 은행 정기예금금리에 지치고,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주식시장에 들어가기도 꺼리는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 6월23일 발행된 삼성카드 전환사채(CB)의 경우 청약경쟁률 2.99대1을 기록했다. 3,000만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넣었다면 1,000만원어치밖에 못받았다는 뜻이다.굳이 공모만 고집할 이유 없어K씨의 투자성공기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아 일반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은 ‘역발상’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K씨는 현대건설이 매각돼 주인이 바뀔 경우,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모두 가정해본 뒤 ‘수용가능한 위험’으로 판단해 채권투자에 뛰어들었다. 고위험 고수익(high-risk, high-return) 논리가 철저히 적용된 투자였다.따라서 최근의 잇따른 채권발행 러시는 그동안 주식거래를 위주로 투자하던 개인들이 채권거래를 새로 경험해 보면서 다양한 투자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채권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K씨 역시 최근에도 줄줄이 발행되는 신용카드사들의 후순위 채권에 관심을 갖고 가격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거래증권사 프라이빗뱅커에게도 “카드사 CB에 관심이 있으니 유념하고 있으라”고 말해 두었다.줄 잇는 채권공모청약을 계기로 채권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투자자들은 청약이 이미 끝났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공모청약을 통해서만(즉 발행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청약경쟁률 등으로 인해 거금을 넣고도 원하는 수량을 다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측면 등을 고려하면 유통시장에서 가격 추이를 봐가며 채권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한 점이 많다.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채권이 다른 일반 채권에 비해 보통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투자메리트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유동성 측면에서 국공채나 일반 회사채보다 낫기 때문이다. 채권은 아직까지도 장내거래보다는 장외거래 비중이 높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유동성 걱정을 하지 않고 쉽게 매매해 아무 때나 현금화할 수 있는 채권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 같은 주식관련 채권과 첨가소화국공채(국민주택채권 등 집이나 자동차를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만 하는 채권) 종류로 한정된다.또 다른 투자메리트는 이들이 모두 채권-주식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채권이므로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노리든지, 주가가 떨어져서 주식전환가가 낮으면 채권 자체의 가격변동을 노리거나 만기보유해 보장된 이자를 받으면 된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후순위채들은 회사 사정이 나빠서 자본유치를 위해 좀더 좋은 조건으로 발행하는 것이니 투자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단 리스크를 감수할 때 말이다.최근 고객에게 채권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는 미래에셋증권 김승회 지점장을 통해 보통사람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채권투자 전략을 알아봤다. 김지점장은 투자전략을 얘기하기에 앞서 “LG카드 후순위채가 상품으로써 어떻다든지 하는 단편적인 판단이 아닌 시장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해 전체 자산의 몇 %를 채권으로, 몇 %를 주식으로 맞추는지가 진짜 재테크”라고 힘줘 강조했다.돋보기 채권투자 기본상식 Q&A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거래 가능Q : 후순위 전환사채(CB), 후순위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무엇인가?A : 전환사채(Convertible BondㆍCB)는 채권을 사서 갖고 있다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덧붙여진 회사채를 말한다. 최근 발행된 LG카드 전환사채의 경우 채권발행 3개월 후인 7월21일부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후에 주가가 전환가인 2만1,500원보다 높게 형성되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주가차익을 얻으면 되고, 주가가 전환가인 2만1,500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면 주식으로 바꾸지 말고 채권으로 보유하면서 매년 표면금리를 받으면 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Bond with WarrantㆍBW)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덧붙여진 채권이다. CB와 다른 점은 주식은 정해진 값에 새로 사고, 채권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 이외에는 CB와 유사하다.양자 모두 채권의 성격인 투자의 안정성과 주식의 성격인 공격성을 모두 갖고 있는 증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후순위란 글자 그대로 만약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 변제순위에서 뒤로 처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선순위 채권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금리가 더 높거나 다른 조건이 더 좋게 발행된다.Q: 채권은 어디 가면 살 수 있나?A: 증권사에 위탁계좌를 갖고 있으면 채권을 거래할 수 있다. 위탁계좌는 주식거래를 할 때 증권사에 가서 만드는 바로 그 계좌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창구에 가서 직접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나 HTS를 통해 온라인 거래할 수 있다. 국공채는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매입 가능하다.Q: 채권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아무나 사고팔 수 있나?A: 채권은 크게 국채, 지방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누가 발행했는가를 기준으로 한 구분이다. 국채에는 국민주택채권 1ㆍ2종, 국고채권, 외국환평형채권 등이 해당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이 지방채다. 도시철도공채, 상수도공채 등이 해당된다. 금융채는 은행 등 금융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회사채는 삼성전자 채권 등 일반 회사가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원칙적으로 아무나 사고팔 수 있지만, 거래단위가 커서 투자금액이 적은 일반투자자들이 모든 종류의 채권에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공채는 얼마든지 살 수는 있으나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되팔 때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은행 등이 발행하는 금융채 역시 매입은 가능하나 거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집 등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첨가소화채권류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관련 채권 등은 개인이 사고파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들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일반투자자 사이에서 활발하게 장내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종종 일반 회사채 중에서도 유동성이 커서 개인이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종류도 있다.“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DIY 채권투자 전략 3”투자전략 1금리가 오를 때(채권값이 내렸을 때) 사서 만기까지 보유한다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거래단위가 큰 기관투자가와 달리 일반투자자는 시세에 따라 채권을 사고파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금리 방향을 예측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금액이 작기 때문에 차익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거래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크게 남는 것도 없다. 그러므로 만기 보유하기로 설정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앞서 언급한 K씨가 현대건설 전환사채를 싸게 사서 만기까지 보유해 수익을 올렸던 것이 바로 이 같은 ‘저가매입, 만기보유’ 방법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투자전략 2매년 만기가 돌아오도록 국공채를 계속 산다김지점장은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원하고 안정성을 강조할 때는 고객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에 국공채를 꼭 포함시킨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국공채 중에서도 국민주택채권과 지역개발채권이 일반인이 투자하기에 안성맞춤이다.국공채는 사실상 위험이 제로(0)에 가까우므로 5,000만원까지밖에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은행예금보다도 더욱 안전한 자산이다. 국공채가 발행되면 증권사에서는 매입해 이를 소액으로 쪼개 일반인에게도 판매한다.보통 많은 사람들이 ‘만기가 너무 길다’고 해 채권투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국민주택채권 1종의 경우 만기가 5년인 중장기채이지만, 꼭 발행시기에 사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남은 만기를 골라 사면 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김지점장은 매년 만기가 돌아오도록 금액을 나눠 계속해 국공채를 매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지점장이 추천하는 방법대로 하면 정기예금과 유사한 효과를 내 안전자산으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더구나 소액투자자가 국공채를 쉽게 팔기 어렵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렇게 매년 만기가 돌아오도록 투자액을 나눠 매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측면에서 분리과세가 되고, 표면에 보장된 금리 외에 싸게 살 수 있어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투자전략 3상장되는 채권은 공모 직후 사서 차익 남기고 판다최근 삼성, LG, 현대카드 등이 발행한 후순위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는 공모 후 바로 거래소에 상장된다. 그런데 이런 종목들이 공모 후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적잖으므로 이를 노려볼 수 있다. 공모 후 거래소 채권시장에 상장되면 조금 기다렸다가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산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남은 만기가 짧아질수록 점점 값이 오르게 된다. 따라서 공모 직후 공모가보다 낮아졌을 때 샀다가, 필요에 따라 1~2년쯤 보유하고 팔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물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는 주식으로도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때문에 주가가 정해진 전환가 이상으로 올랐다면 채권으로 매매했을 때의 차익과 지정된 전환가에 주식으로 매매했을 때의 차익을 비교해 더 큰 쪽으로 선택하면 된다.7월31일에 발행된 현대카드 후순위전환사채 ‘현대카드11’(만기 5년 6개월, 표면이자 4%, 만기보장수익률 9%, 만기전 상장시 보장수익률 6%로 조정)은 상장 일주일 만인 8월7일 현재 9,09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시 청약경쟁률은 1.6대1이었다. 이 공모청약 경쟁률을 감안하고, 1만원에 매입하는 것보다 값이 떨어진 지금 사면 훨씬 조건이 유리한 것이다.도움말·김승회 미래에셋증권시청역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