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와인산지인 보르도는 대서양연안에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와인 명가들이 밀집한 생테밀리옹(Saint Emilion)에 다다른다. 굳이 마을 간판을 찾지 않아도 멀리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이 눈에 들어오면 곧 생테밀리옹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와인을 시음하고 체험하는 테마여행생테밀리옹은 비교적 외부의 간섭 없이 오랜 세월을 지냈기 때문에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천혜의 자연조건 덕에 비옥한 땅에서 해마다 최상급 포도를 생산해 왔다. 단순한 도식이기는 하지만 샴페인은 돔 페리뇽을, 와인은 생테밀리옹을 가장 최고급으로 꼽을 만큼 와인 명가들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각 포도밭 모퉁이에는 주인이름이 쓰여진 작은 푯말들이 세워져 있고 포도밭이 끝나는 곳에는 와인저장소와 시음장이 곧바로 연결된다. 생테밀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에서 아예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을 종류, 기간, 주제별로 운영하고 있고 5개 국어 이상의 통역가이드가 붙는다. 사전에 예약하면 누구든 이곳에서 쉽게 생테밀리옹 와인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와인저장소는 무른 흙으로 만들어진 습한 기운의 동굴이 있는 곳에 마련돼 있다. 저장소 안에는 연도에 따른 와인저장통이 가득 쌓여 있고, 가이드의 지적대로 천장의 흙은 재질이 너무 연해서 그런지 손으로 만지면 쉽게 으깨어 부서질 정도의 경질을 유지하고 있다. 라임스톤이라고 하는데, 와인을 보관하는 냉하고 습한 기운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부유한 사람들은 집 지하실에 별도로 이런 와인저장소를 만들어놓고 그 맛을 유지한다. 술을 위해 저장소를 만들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미식가의 나라다워 보인다.이 지방에서 나는 포도는 지난 88~90년에 가장 작황이 좋아 그해의 와인을 최고로 꼽고 있다고 한다. 빛깔이 투명해서 잔을 기울여 손목시계 위에 비추면 뚜렷이 문자가 보일 정도로 선명하고 흔들어도 거품이 일지 않는 고급와인이다. 한 모금을 입에 물고 완전히 넘길 때까지 입안 가득 퍼지는 맛과 향을 음미해보는 게 좋은 와인테스트 방법이라고 한다. 일반여행자로 와인투어에 참가해 가볍게 듣는 강좌로는 제법 설명이 자세한 편이다. 생테밀리옹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와인생산지에 들려 와인의 생산과 저장, 선별법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단순관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를 배우고 익힐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 될 듯싶다.생테밀리옹 시내에는 와인박물관도 마련돼 있다. 2층으로 된 건물 안에는 수백년간 생테밀리옹에서 만들어진 와인의 이름과 품질, 수확한 포도밭에 관한 자료 등이 보관돼 있고 와인박물관이란 이름처럼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또 와인을 담은 병의 디자인과 색깔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진 안내서가 비치돼 있는데 좋은 술은 좋은 병에 담아야한다는 내용처럼 병의 디자인과 포장에 이 지방 사람들이 들인 노력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생테밀리옹은 백포도주보다 적포도주의 생산지로 더 유명하며 햇빛에 변할 것을 우려해 만든 와인병은 전체적으로 길고 완만한 곡선을 띠고 있다. 와인박물관 옆에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다국적 언어로 된 여행안내서와 슬라이드, 와인에 관한 책, 지도가 전시돼 있다. 전광판으로 만들어진 생테밀리옹의 지도에는 몇 가지 버튼이 있어 와인과 고성, 와인과 포도밭 등 테마별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이 입력돼 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여기처럼 생생한 와인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관광명소, 생테밀리옹교회와 카타콤베와인을 코드로 한 여행을 계획했다 하더라도 이 작은 마을의 또 다른 관광명소를 빼놓을 수 없다. 입구의 관광안내소 앞을 지나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내려가면 광장이 보인다. 생테밀리옹이라고 쓴 카페의 간판이 선명한 노란색 휘장 위에 놓여 있는데 이곳이 바로 마을의 중심으로, 교회와 지하묘지(카타콤베)가 있는 곳이다. 관광안내원의 묵직한 열쇠로 판자문을 열고 들어간 카타콤베는 11~15세기에 수도사들의 무덤으로 사용된 곳이다. 이곳은 곧바로 교회로 연결되는데 아직도 한귀퉁이에 남아 있는 유골들이 눈에 띈다. 종교적으로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이 묻힌 성지인 셈이다. 이곳과 연결된 교회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지하교회로 카타콤베로 들어온 입구에서 다시 광장으로 면한 쪽문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적절한 번역인지는 몰라도 통일교회(Monolithic Church)라는 이름이었는데 타지 사람들은 그냥 생테밀리옹교회로 부른다.생테밀리옹의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와인산업에 종사한다. 와인의 생산과 제조, 판매가 그들의 주 수입원인 것이다. 와인산업에 종사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어서 결국은 와인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 전체 마을사람들이 단단히 묶이게 된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와인에 관한 것을 체계적으로 배운다고 하니 그 대단한 커리큘럼에 놀랄 따름이다. 또 시의회보다는 와인조합의 영향력이 더 막강하고 오래전부터 포도밭을 소유해 온 지주들의 입김도 거센 편이다. 이는 각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의 등급을 결정하는 권한이 와인조합에 있는 데서 비롯된다. 즉 매겨지는 등급에 따라 한해의 총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수확철이 되면 이 조용한 마을에도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진다고 한다. 하지만 생테밀리옹을 방문하는 사람들 눈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일 뿐이다. 전형적인 프랑스풍의 가옥구조와 생활양식을 갖고 있어서 마을 전체가 느긋한 시골 분위기를 풍기며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활기차고 생생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여행메모1. 찾아가는 길: 보르도의 남서쪽으로 약 35km 떨어진 곳에 있다. 파리에서 3시간 간격으로 TGV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생테밀리옹에서 8km 떨어진 리부른역에서 도착한 후에 차로 이동하면 된다.2. 기타 정보: 생테밀리옹과 와인에 관한 일반 여행정보는 프랑스 관광성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02-773-9142ㆍwww.franceguide.or.kr). 한편 프랑스 관광성에서는 9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한 달간 서울 주요지역의 레스토랑, 와인바와 지방 주요도시 초특급호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제히 프렌치 와인 페스티벌을 펼친다. 해마다 열릴 이 축제의 올해 공식 와인스폰서는 보르도 최고의 와인 명가인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사이며 내년에는 프로방스 와인이 내정돼 있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추첨을 통해 생테밀리옹을 포함한 보르도 와인 탐방 기회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