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홈케어시장 420억달러로 성장, 7000여개 인홈케어회사 운영 중

뉴욕 맨해튼에서 지하철로 30분쯤 떨어져 있는 한 주택가. 살아온 세월 만큼 깊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한 할머니가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잠시 후 할머니는 슈퍼마켓에서 나와 한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한다.미국 사회에서는 고희를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할머니가 혼자 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자식들이 부모를 꼭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약하기 때문이다. 노인들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스스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노인들이 모든 일상생활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세월이 갈수록 거동이 불편해져 쇼핑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공공요금은 물론 세금을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 중년층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노인 혼자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인홈케어(In-Home Care) 비즈니스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홈케어 비즈니스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가 건강관리는 물론 집안일까지 도와주는 서비스다. 빨래, 설거지, 식사준비는 물론 고객의 말동무가 돼주고 병원이나 미용실 등에 갈 수 있게 도와준다. 한마디로 생활 도우미 비즈니스인 셈이다.미국이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홈케어 서비스가 유망한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인홈케어 비즈니스는 크게 두 종류. 몸이 불편한 환자를 돌보는 의료 중심 인홈케어 비즈니스와 순수하게 일상생활을 돕는 인홈케어로 나뉜다. 간호를 전문으로 하는 인홈케어 회사의 경우 자격증이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의료전문 인홈케어 회사도 대부분 기본적인 생활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다.미국에서 인홈케어 비즈니스는 이미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인홈케어 시장 규모는 420억달러 수준. 현재 미국 전역에 7,000여개 인홈케어 회사가 운영 중이다.인홈케어 비즈니스는 미국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인홈케어 비즈니스의 고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UN)이 정한 고령화사회(7%)를 넘어 고령사회(14%)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3,30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20%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인홈케어 비즈니스의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인홈케어 서비스가 필요한 잠재고객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인홈케어 비즈니스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베이비붐 세대가 결정적인 성장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초기 베이비붐 세대가 65세가 되는 2011년을 전후해 인홈케어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인홈케어는 단순히 고령자들만 고객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중년환자도 고객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보건 관련 기관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0세 이상 성인 28%가 인홈케어 서비스의 필요를 느꼈다고 답했다. 그중 55%는 6개월 이상 장기간 인홈케어 서비스가 요구됐다. 장애인들도 인홈케어 비즈니스의 주요 고객이다.인홈케어 관련 인력은 최근 전문화하고 있다. 예전에 인홈케어는 임금이 낮아 때로 수준 미달인 인력도 일했다. 정신적 장애가 있거나 약물중독자들이 특별한 검증 없이 채용되기도 했다. 그 결과 고객이 오히려 불안해하거나 물건을 도둑맞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인홈케어 관련 인력의 임금이 일정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실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 전문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홈케어 전문회사들도 엄격한 기준으로 인력을 뽑고 있다.인홈케어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좋은 비즈니스 기회다. 전문회사뿐만 아니라 개인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 의료전문 인홈케어는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을 돕는 인홈케어는 특별한 지식과 기술이 없어도 된다. 고객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원만한 성격과 근면성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인홈케어 수요를 파악한 후 바로 창업할 수 있고, 집을 사무실로 활용하면 창업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인홈케어 전문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면 창업시 시장조사,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위험부담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비용은 보통 4만~6만5,000달러 수준이다.비즈니스 개념과 다소 다르지만 인홈케어 서비스가 필요한 개인이 가까운 친구나 친척을 직접 고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돌봐주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노인,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정부 의료보험이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환자가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고른 후 비용을 신청하면 지원금이 나온다. 단 배우자나 부모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통한 지원금은 시간당 10달러 안팎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덜하고, 친척이나 친구도 생계비를 벌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부에서는 친구나 친척을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가끔 제도를 악용해 불법으로 소득을 올리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디케어 지원을 받는 한 환자가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5만1,000달러를 불법으로 빼돌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인홈케어 관련 전문가인 로라 리프씨는 그러나 “환자들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며 “다만 제도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인홈케어 회사는 크리티컬케어시스템(CCS)이다. 의료전문 인홈케어 회사다. 전문적인 약사와 간호사 채용, 환자들에게 약물치료를 해준다. CCS의 엘리자베스 문 부사장은 “CCS는 벽이 없는 병원”이라며 “CCS에 채용된 약사와 간호사는 가정에서 환자를 보살필 때 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일상생활 중심의 인홈케어 회사 가운데 대표적인 업체는 오하이오에 있는 컴포트키퍼. 음식준비, 심부름, 운전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97년 설립된 프렌드오브패밀리는 성공적인 인홈케어 창업모델로 꼽힌다. 일상생활 중심의 도우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프렌드오브패밀리는 3명이 공동설립해 현재 직원수가 20명으로 늘었다. 고객수도 초기 42명에서 750명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인홈케어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먼저 정부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97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대폭 삭감되면서 저소득층의 인홈케어가 덩달아 크게 줄어들었다. 여전히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부족도 심각하다. 인홈케어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어도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인홈케어 인력이 오는 2005년까지 650만명이 필요하다. 현재보다 13배 많은 숫자다. 인홈케어 비즈니스의 미래는 연방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자질 있는 인력확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