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및 개인, 환율 전문가 예측전문기관 등과 네트워크 구축해야

한해 중 이맘때면 대부분의 기업은 연말환율 관리에 들어간다. 올해도 전망기관들이 내놓는 연말환율 예상치를 보면 현수준보다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이런 환율 예상이 국내 경제전망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 부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남은 기간에 원화가 강세를 보일 만한 요인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은 미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반사적인 성격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올 4분기 이후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돼 지속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외화수급 측면에서도 수출호조세는 지속될 전망이나 서비스수지의 적자폭을 감안하면 경상수지에서 원화 환율을 크게 떨어뜨릴 만큼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도 북핵문제, 노사불안 등으로 최소한 내년 총선 때까지는 신규로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문제는 기다려 보자는 것이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다.원화 가치와 경제여건 간의 괴리를 발생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투기적 성격의 외자유입을 들 수 있으나 언제든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전쟁 이후 약 6조엔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 순매수 자금이 투기자금이냐, 투자자금이냐를 놓고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외환시장 입장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결국 올해도 2000년 이후 국내 외환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연중 환율의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준다. 2000년 이후 원화 환율은 매년 2분기 혹은 3분기 말까지 하락하다가 4분기 들어서는 상승하는 모습이 반복돼 많은 기업들이 환차손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원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기관들의 예상치를 믿고 연말 환율을 관리하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따라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환위험 관리기법은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으나 사용기법에 따라 내부관리기법과 외부관리기법으로 나뉜다. 내부관리기법이란 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위해 추가 거래 없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말한다. 재무제표 조정이나 가격정책 변화 등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기업 자체적으로 환위험을 줄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환차익까지 얻는 수단이다.이런 내부관리기법으로는 상계(netting)와 매칭(matching), 리딩(leading)과 래깅(lagging), 자산관리부채 종합관리, 결제통화 조정, 재송장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품의 투입시기를 조정하거나 공장입지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환위험을 줄이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반면 외부관리기법은 외환ㆍ금융시장을 통해 별도의 거래를 함으로써 내부관리기법으로 제거하지 못한 환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말한다. 이 기법은 내부관리기법보다 환위험을 제거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별도의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이런 외부관리기법으로는 선물환과 통화선물, 통화옵션, 통화스왑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단기금융시장을 이용하거나 팩토링, 환율변동 보험 등이 자주 활용된다.요즘 국내 기업들은 선물환 계약에 의한 헤지나 통화스왑 등 외부관리기법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기업 내부적으로 상계나 매칭, 리딩과 래깅, 자산부채 종합관리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리기법은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따라서 환위험이 발생하면 국내 기업들은 먼저 내부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만약 환위험이 내부관리기법에 의해 제거되지 않으면 그다음 외부관리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다.환위험 관리기법이 결정되면 다음에는 환위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환차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서야 보다 적절한 환위험 관리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내부관리기법은 중개기관(agency)을 개입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므로 거래비용이 저렴하고 상황이 반전됐을 때 거래를 상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국내 기업의 특성상 간헐적으로 수출하는 기업과 지속적으로 수출하는 기업 간의 환위험 관리전략도 달리해야 한다. 만약 간헐적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수출과 동시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환율변동과 관계없이 매출액을 일정 금액의 원화로 확정짓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다.반면 수출을 계속하는 기업은 현재 거래되는 선물환율은 확정돼 있으나 미래 시점에 거래하게 될 선물환율은 현물환율과 마찬가지로 계속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는 선물환 거래를 하더라도 미래 매출이익의 변동 가능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수출이 계속 이뤄지는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내부관리기법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특히 국내 기업들은 미 달러화의 결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결제통화를 적절히 선정함으로써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밖에 외부관리기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통화스왑, 통화선물과 같은 파생금융상품시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또 여유자금을 활용해 환차익을 올릴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하려는 기업들은 향후 1년간 강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화, 중국 위안화의 보유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원화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으면 중국 수출대금으로 받은 위안화는 그대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개인의 입장에서도 환테크가 중요한 시점이다. 물론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환율결정 요인을 잘 따져서 환율예측 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능력이 전제돼야 환율움직임을 활용해 적극적인 의미의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환율예측을 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다양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일이다.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환율전문가, 환율예측 전문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이런 측면에서 보면 개인들의 주치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자산관리 주거래 사이트나 주거래 금융회사를 선정해 잘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