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중앙대 심리학과 3학년“꾸준한 ‘도전’이 취업 지름길 아닐까요? ”중앙대 심리학과 3학년 이지은씨(20)가 인턴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학년 2학기 때부터다. 초중고생 과외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대신 제대로 된 회사에서 일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씨는 이력서를 쓰다 좌절감을 맛봤다. 고등학교 졸업 이외에는 이력서를 채울 수 있는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때 목표를 세웠다. ‘1년 안으로 이력서란 모두 채우기.’그후부터 각종 모니터요원, 봉사활동 등 인턴십과 연결되는 이벤트라면 정신없이 응시했다. 몇 번의 낙방 끝에 간헐적으로 화장품회사의 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봄 일제히 있었던 대학생 모니터그룹 응모에 뛰어들었다. 30여 군데 지원한 끝에 10여 군데에서 면접기회를 얻었고, 최종적으로 3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그녀는 현재 학과공부 이외에 <코스모걸 designtimesp=24155>이라는 잡지의 ‘리더걸’ 2기(일종의 명예기자), 제일기획의 ‘영모니터그룹(YMG) 1기’, 그리고 ‘펑키펑키’라는 뮤지컬공연 제작사 쇼비티의 기획ㆍ홍보 인턴 ‘펑키프렌즈’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연합광고동아리에 들어 있기도 하다. 또 마케터커뮤니티 인터넷사이트에서 진행한 ‘마케팅 대학’ 강의도 수료했다. 이동통신사에서 마련한 1박2일 코스의 자원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이씨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진로의 방향을 수정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한다.“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는데 그나마 조금씩 경험해보니 뭘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수월해졌어요. 막연히 광고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공연이나 이벤트 관련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지금은 AE(Account Executive)의 참모 역할을 하는 AP(Account Planner)라는 직업에 승부를 걸어 보고 싶어요.”아주 일부지만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해 보면서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녀가 말하는 인턴생활의 수확이다.학벌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도 있게 됐다. 소위 유학파나 일류대 출신이 아니어도 실력을 쌓으면 얼마든지 갈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국내 인턴십 현황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많다. 아직은 졸업예정자나 기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인턴십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곳인 만큼 대학생활 중에도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학과 기업의 제휴 프로그램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AP로 입문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제 손으로 키울 수 있는 마케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인지 마케팅 관련 인턴 프로그램을 놓치면 뒤처지는 것 같은 강박증 비슷한 것까지 생겼어요.”조용한 말투지만 욕심이 묻어났다.고정욱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정보 MBA과정 2년차인턴십으로 경력관리… 현장경험이 ‘보배’방위산업체 근무경력이 있어 경력직 구직자 범주에 들 수 있는 고정욱씨(27)가 굳이 인턴생활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원분야와 직접 연관된 경력을 사회에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서울대 기계공학과 94학번인 고씨는 IT업체 개발담당으로 입사해 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입사 2년째부터는 기획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난해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입학 이후로는 컨설팅에 관심이 갔다. 마지막 여름방학인 지난 6월부터 국내 컨설팅회사 이언그룹의 전략컨설팅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IT분야 컨설턴트로 지원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제대로 배우는 게 낫겠다 싶었죠. 또 컨설팅회사에서 직접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짧더라도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정보통신업계 경력자의 경우 ‘IT붐’ 시절 취업했다 회사가 문을 닫아 불가피하게 그만둔 케이스가 많다. 이들의 경우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신입으로 입사시험장을 전전하기도 하는 게 요즘 추세다.“인턴으로서 배우는 게 교과과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런 차이는 있습니다. 학교에서 전략을 세울 때는 주로 통계자료 같은 사실들을 활용하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점을 인턴생활을 하면서 절감했습니다.”한 학기를 남겨둔 이 시점에서 실전경험이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게 그의 말이다. 또 아직은 학생의 입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더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며 ‘인턴 예찬론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물론 문제점도 있죠. 일단 인턴지원자 수에 비해 자리는 너무 부족하죠. 또 준비가 부족한 채로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어 원하는 것을 배우지 못할 우려도 있습니다.”토종 컨설팅회사와 글로벌회사의 차이점을 현장에서 발견하게 된 점도 큰 수확이다. 자금력 있는 회사들은 여전히 글로벌회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지만 고객사가 양쪽 컨설팅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일이 더 즐겁게 느껴지기도 한다.“각종 자료를 통해 컨설팅업계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보니 더욱 도전의식을 갖게 되던데요.”‘청년실업’이라는 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요즘이라 불안한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신은 다행이라는 눈치다. 학교에서 기업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그나마 이런 기회라도 얻었기 때문이다.그는 “지금 같은 때를 잘 활용하면 기업들이 훌륭한 인력을 많이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덧붙였다. 요즘 학교에 남아 있는 구직자들은 일하려는 의욕이 왕성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정부가 나서서 인턴지원책을 인위적으로 내놓는 게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기업과 학교가 연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ㆍ기업 교류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합니다.”김영숙 경동대 관광경영학과 4학년두번의 인턴생활로 취업 연결 ‘새내기 호텔리어’JW메리어트호텔 서울 양식당 ‘JW’s 그릴’에 지난 7월 입사한 신입사원 김영숙씨(21). 그녀는 대학생활 당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학과친구들이 많았다. “대학생일 때는 좀 놀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타박을 받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부터 외식업체, 스키장 등 서비스업종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2번씩 강의를 듣는 일도 생활의 일부였다.3학년 때인 지난해 겨울방학, 학과실습을 위해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을 찾은 김씨는 중식레스토랑 ‘만호’에서 한 달간 실습생 신분으로 일했다. 또 예외적으로 올 여름방학에 다시 한 번 ‘익스체인지바’에서 근무했다. 관광경영학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습 중 호텔인턴은 유난히 실습비가 적게 지급된다. 그래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실습장은 아니지만 일찌감치 호텔행을 결정지은 김씨는 2번의 인턴과정도 마다하지 않았다.“원래 관광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1학년 때 호텔 관련 수업을 듣다 보니 호텔이 저한테 맞겠다 싶었어요. 기왕 정한 거 인턴 2번해서 더 많이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미소로 고객을 대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무척 좋아 보였는데, 같은 일을 하는 제 모습에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호텔업계는 대개 공개채용이 드물다. 공석이 생길 때마다 수시채용으로 직원을 충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턴직원 신분에서 정규직원들과 인맥을 쌓는 것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실제로 김씨는 두 번째 실습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손두환 익스체인지바 담당과장이 다리를 놓아 오늘날 입사기회를 맞았다.“상반기 채용계획이 없어서 최소한 9월은 돼야 자리가 날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7월에 한 자리가 비어서 저한테 연락을 주셨죠.”이런 과정을 거쳐 7월1일부터 실습생딱지를 떼고 정식직원으로 일하게 된 ‘운 좋은’ 그녀에게 주위 반응을 묻자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그래 열심히 해, 잘됐다’ 그 정도죠. 사실 지금 시기가 친구의 취직을 뛸 듯이 기뻐할 수 있는 때는 아니잖아요.”김씨는 처음에는 실습과정과 학교교육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기억했다.“실습을 마치고 나서 교과과정을 복습해 봤어요. ‘아, 그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이거였구나’ 하면서 책을 보니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었죠. 일에 관심이 많으니까 저도 모르게 부지런해지던데요.”함께 입사한 동료들을 보면 자신의 인턴경험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호텔일이라는 게 화려함 뒤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인턴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습경험이 없는 동료들은 요즘도 만나면 가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그녀는 인턴생활을 취업으로 연결했기에 최근 인턴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불황 때문에 갑자기 생긴 유행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고언도 잊지 않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인턴십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높은 직위에 오르는 일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아래에서부터 몸으로 익힌 최상의 서비스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어떤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후배를 자상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죠.”김재훈 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내년 1월 입사 확정 “인턴한 보람 있죠? ”4학년 2학기만을 남겨 둔 김재훈씨(25)는 이미 내년 1월 삼성전자 입사를 확정지었다. 요즘 같은 때에 그야말로 행운아인 것 같지만 운만으로 이런 기회를 잡은 것은 아니다.그는 3월7일부터 8월14일까지 한 학기 통째로 학교를 떠나 살았다. 삼성전자와 한양대가 함께 마련한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로 15학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한양대가 3~4학년생을 대상으로 처음 마련한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 연수생 모집에 응한 김씨는 서류전형에 합격한 뒤 삼성전자 입사시험인 SSAT를 치렀다. 또 삼성전자 간부들이 주도하는 면접도 통과해야 했다.이 같은 어려운 절차를 거친 덕분인지 함께 인턴십에 참가한 4학년생 대부분은 삼성전자 입사가 확정됐다. 전체 14명 중 3학년생과 미지원자, 탈락자를 제외하고 8명이 상반기 공채에 합격했다.다소 수동적이 될 수 있는 학교와 달리 회사는 항상 긴장하고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게 이번 인턴십의 수확이었다.“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폴란드, 러시아 연구원과 함께 연구하니 외국어는 정말 필수더군요. 특히 실제 현장에서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에 들었던 수업을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하지만 인턴생활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명확한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기업과 구직자가 모두 우왕좌왕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또 기술연구 분야는 인턴십 참가자가 이후에 입사한다는 확신이 없을 경우 정보유출 문제 등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 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제품을 개발한 뒤 회사를 떠나게 되면 후에 발생할 제품의 문제점 등을 대신 해결해 줄 보충인력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소프트웨어 연구는 개발자가 독점적으로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그는 이번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학교 교육에서 항상 목말라했던 실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학교에서 실습을 늘려야 한다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했다.“어떤 기술도 기본적인 이론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더군요. 학교는 기본 소양을 확실히 쌓을 수 있는 곳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늘려준다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겠죠.”김씨는 청년실업의 이유를 지원자들이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한 곳으로만 몰리는 데서 찾았다. 따라서 구직자 스스로 단순히 학과 공부, 외국어 공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정보를 꾸준히 따라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밝힌 그는 입사가 확정된 지금부터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외국어 공부에 몰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