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살면서 누구나 여러 번 겪어야 하는, 중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이사를 전후해 여러 가지 신상변동이 따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사 날짜나 방향에 따라서 운이 달라진다고 믿어 ‘손 없는’ 날을 잡기도 한다. 또 짐을 싸고 나르는 일이 번거로워 가족들은 물론 친척이나 이웃의 도움이 필요했다.1980년대만 해도 이사 관련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그냥 이삿짐을 나르는 용달차 같은 운송업과 짐을 날라주는 인부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다 부동산가격이 치솟고 중산층이 등장한 80년대 후반부터 포장이사대행업이라는 고급 이사대행 서비스업이 등장했다. 90년대 초까지 급속히 늘어난 포장이사서비스업체들은 꾸준히 늘어 지금은 사업자수로만 볼 때 포화상태이다.이사대행업체에서는 이삿짐의 포장부터 목적지에서의 짐정리까지 이사와 관련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인은 옆에서 돕기만 하면 된다. 그런 시간조차 없으면 열쇠만 맡기면 될 만큼 이사서비스의 질은 향상되고 있다.현재 포화기에 접어든 이사대행업 시장에는 군소 업체와 대형 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한창이다.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출혈이 일반화되고, 때문에 고급 서비스는 이름뿐이어서 고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고객들의 항의와 파손에 대한 보상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덮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이사대행서비스는 수요 회전기간이 2~4년으로 상당히 길어 한번 이용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업자들의 머릿속에 팽배해 있기도 하다.하지만 이용한 고객이 만족하면 이웃에게 추천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격은 싼데 고품질을 약속하거나 가격이 비싼데 서비스가 엉망이어서는 안된다. 가격과 서비스질의 균형을 통해 고객만족을 높이는 게 이사대행사업의 성공 포인트다.“몸이 힘들어도 내가 일한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직업입니다.”소사장 제도를 통해 최소 자본으로 이사대행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특징인 예스2404의 24팀 팀장인 김원호씨(27)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과 서비스질의 균형 유지를 통해 최소 자본으로 창업에 성공한 사례다. 그는 5년여간 소규모 이사대행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경력과 노하우를 착실히 쌓아왔다. 요즘처럼 3D업종을 무조건 기피하는 현실에서 젊은 나이에 육체적으로 고달픈 일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을까. 그는 젊었을 때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과 본인이 창업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우선 고객을 대하는 자세에서 차이가 난다. 창업한 후에는 고객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한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이 이사 후에 평가를 하는데, 이 같은 평가가 다른 고객들의 평가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소문에 의한 주문이 10~2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당연히 수입 면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하는 팀에 주문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하다. 홍보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업체처럼 개개인이 전단지 홍보 등은 하지 않는다. 이사가 끝난 후 명함을 건네는 것이 전부다. 이사 작업을 성심성의껏 하면 당연히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견적을 보러 다니면서 명함을 전달해주는 방법도 택하고 있다.주로 오전 8시면 이사가 진행된다. 대략 이 시간부터 오후 3~5시까지 작업을 마감한다. 오후 5~7시쯤 집으로 돌아와 고객상담과 인터넷을 통한 견적서 요청 작업을 마무리한다. 필요한 기기도 이때 구입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상담과 견적을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팀의 운영상황도 파악이 가능해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김씨는 여느 이사대행업체와는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일하고 있다. 소사장 제도다. 3명의 소사장과 1명의 이사도우미가 한팀으로 구성돼 있다. 소사장들은 자기 소유의 트럭을 이용해 이사를 하므로 차량구입비가 들지 않는다. 주문은 본사에서 확보해주므로 영업광고비 등 여타 포장이사업체가 어려워하는 운영경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수익은 이사도우미의 일당을 제한 금액에서 무조건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그의 경우 아내가 같은 팀에서 이사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어 서로 의지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씩 무리한 요구조건으로 난처하게 만드는 손님도 있다. 깐깐한 고객도 상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하던 창업의 꿈을 실현한 김씨는 이정도 어려움쯤은 웃어넘길 수 있다고 한다. 창업에 든 비용은 총 300만원선이다. 차량구입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가입비 및 기타 비용으로 132만원, 장비 및 용품 구입에 29만원, 탑 제작 및 도색 작업에 155만원이 들었다. 이사비용은 평균 33만원선이다. 현재 월 350만~360만원의 매출을 얻고 있다. 이중 300만원이 순수익이다. 마진율은 86% 정도.이와 반대로 경영마인드 없이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이사대행업을 하는 홍모씨(34). 현재 그에게는 퇴출명령이 떨어진 상태다.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마인드가 없는 상태에서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는 이사대행업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같은 자리에서 영업했던 사람을 보고 자신도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창업을 한 것.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친절서비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업종에 대한 적응도도 낮았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없는 중간관리자를 둬 인건비 낭비를 했다. 관리자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간관리자 역시 이사대행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을 고용한 것. 중간관리자는 규모가 어느 정도 커졌을 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몰랐다. 본인이 좀더 편하게 일하기 위해 손익계산도 하지 않고 사람을 고용한 것이다. 자신이 직접 관리를 하지 않으니 관리자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졌다.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도 물론 낮았다. 홍보도 하지 않았다. 이전 업체 사장의 단골고객만 믿고 홍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홍씨는 총 4,000만원을 투자해서 이사대행업을 인수했다. 트럭이며 장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초기에는 월 평균 2,000만~3,000만원의 매출이 가능했다. 이로 인한 순수익은 500만~800만원 정도. 후반에는 인건비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적자상태까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