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펼쳐져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designtimesp=24127>, 가지런히 정리된 파일함과 컴퓨터 옆 PDA, 창가에 놓여 있는 수십개의 채권발행 기념패. 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잡은 임석정 JP모간증권회사 서울지점장(43)의 사무실 풍경이다.잘 정돈된 사무실만큼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의 임지점장은 JP모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1830년 미국에서 설립된 JP모간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은행 및 증권사입니다. 1967년 은행부문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91년 외국계 증권사 중 처음으로 한국증권업협회에 가입했습니다.”JP모간증권회사는 투자금융기관으로 유명한 JP모간체이스 산하의 조직이다. ‘JP모간’이라는 브랜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 기관이 국내에 어떤 형태로 조직돼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JP모간체이스 서울지점은 산하에 4개의 조직을 두고 200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점장으로 있는 JP모간증권회사 서울지점을 비롯해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JP모간퓨처스, JF에셋매니지먼트가 바로 그 4개 조직이죠.”JP모간체이스는 99~2000년 6개 업체의 결합을 통해 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했다. 이들 6개 업체는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JP모간과 체이스맨해튼뱅크(The Chase Manhattan Bank), 로버트플레밍(Robert Fleming Ltd : 자딘플레밍의 모기업), 함브레트 앤드 키스트(Hambrecht & Quist), 오드 미넷(Ord Minnett), 비콘그룹(The Beacon Group)이다. 결합 후 세계 50여개국에서 8,003억달러(2003년 6월30일 기준)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제 금융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났다.JP모간증권은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톰슨파이낸셜이 집계한 올해 2분기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인수합병(M&A) 주간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78억7,800만달러 규모, 17건의 인수합병 계약에 참여해 21.2%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결과다.“예전에는 증권과 은행 등이 따로 업무를 해왔는데 99년 이후 6개 업체가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자문과 자금조달을 연계할 수 있는 은행ㆍ증권 패키지시스템이 실효를 거두고 있죠. JP모간체이스 내부에서는 ‘하나의 회사, 하나의 팀’(One firm One team) 체제라고 부르며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어요.”임지점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JP모간증권 서울지점도 더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분야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다. 최근 경제계의 굵직한 프로젝트에 JP모간증권이 자주 참여했다. 3조3,700억원 규모인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인수작업에 JP모간증권이 주간사로 참여했고, 호남석유화학과 LG석유화학의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간사로도 활동했다. KT와 SK텔레콤과의 상호교차 지분 해소 자문으로 활동했으며 우리은행의 2억달러 규모 외화 후순위채권 발행 주간사로 활약했다. 대우조선해양과 금강고려화학이 각각 2억4,000만달러와 2,800만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할 때도 주간사를 맡았다.“고객이 의뢰한 M&A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JP모간증권 내부에서 연구한 M&A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먼저 제시하기도 합니다. 현대석유화학의 경우가 그 사례입니다. 또 한국에 상륙할 글로벌 트렌드를 미리 읽고 각각의 산업을 분석하는 산업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국내 금융기관, 정부부처,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금융활동을 총괄하는 임지점장은 JP모간증권 서울지점장인 동시에 JP모간체이스 투자금융부문의 대표이다. 그의 능력은 재경부가 설립한 한국국제금융센터의 자문의원으로서도 발휘된다.의지·뚝심으로 일궈낸 10년간의 해외생활외국계 투자금융기관의 지점장은 영어권 동포이거나, 어릴 적 외국에서 수년간 살았던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보면 이 같은 선입견은 사라진다. 임지점장은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 재학 때 미국으로 건너간 순수 노력파다. 고려대 경제학과(79학번) 졸업 후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 MBA 과정을 밟은 그는 미국 P&G에 입사했다.“P&G에서 조지타운이 아닌 조지워싱턴 출신은 받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직접 P&G에 편지를 써 인터뷰 기회를 달라고 부탁해 결국 인터뷰 기회를 얻었어요. 인터뷰에 대비해 P&G의 마케팅 전략과 마케팅 캠페인 등 온갖 정보를 챙겼습니다. 면접관이 ‘P&G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며 놀랐죠.”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소재 P&G에서 1년 일한 그는 뉴욕 키더 피바디(Kidder Peabody)로 자리를 옮겼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살로먼브라더스에 입사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러나 살로먼브라더스의 인사담당자는 미국 톱10 MBA를 졸업해야 입사할 수 있다며 임지점장을 거절했다.“살로먼브라더스 입사를 위해 톱10에 드는 뉴욕대(NYU) MBA 과정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살로먼브라더스에 또다시 지원했고 결국 입사 결정이 났어요. 그후 7년 동안 살로먼브라더스에서 일했습니다.”뉴욕 살로먼브라더스에 이어 일본 도쿄로 파견된 그는 92년부터 서울 살로먼브라더스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때는 집을 구하기 위해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전화로 영어를 알아듣는 게 어찌나 어려웠던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 있는 동안은 그 문화와 언어에 흠뻑 젖겠다는 신념을 갖고 한국어와 격리된 채 생활했어요. 유학과 직장생활을 하며 언어는 자연스럽게 늘어갔죠.”95년부터 JP모간 서울사무소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임지점장은 귀국한 92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현재 국내 M&A 규모는 아시아에서 10위라고 설명한 그는 지난 10년간 국내 투자금융업이 10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M&A 관련법이 정리됐고, 기업합병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인식이 확대됐습니다.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이었던 합병 기준과 절차도 공정해졌죠.”그는 국내 산업과 금융활동이 국제기준에 도달하는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와 영업형태가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와 자본구조 최적화에 주안점을 둬야 합니다. 사업다각화보다 중점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선진화로 가는 데 필요한 단계죠. 국내 경제와 산업의 글로벌화에 일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