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홍보시장도 세분화 필요”

“이제 언론홍보 중심에서 홍보컨설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지난 7월 새로 코콤포터노벨리의 기수를 잡은 박재훈 사장(42)은 경영방침을 우리나라 홍보업계에 대한 분석으로 대신했다.그는 홍보컨설팅이란 조사를 통해 기업의 명성관리나 위기관리 현황을 짚어주고 해당 기업에 걸맞은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코콤포터노벨리만 해도 몇 년 전까지 매출의 80~90%를 차지하던 언론홍보의 비중이 지난해부터 6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국내 홍보대행산업은 4~5년 사이에 빠른 성장세를 보여 현재 300~400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코콤포터노벨리는 95년 설립된 코콤피알과 미국계 홍보대행사 포터노벨리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회사다. 박사장은 두 회사가 제휴한 2000년부터 총괄이사로 일해왔다.“기자나 공보관을 거쳐 홍보대행사를 꾸려온 분들이 우리나라의 ‘PR 1세대’라면 저처럼 홍보를 전공하고 이 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은 ‘PR 2세대’라고 할 수 있죠. 그간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홍보의 미개척 분야를 키워나갈 겁니다.”언론홍보의 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PR라는 용어가 처음 생겨난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종합홍보대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전략전문, 이벤트전문, 언론홍보전문 등으로 세분화돼 있기 때문이다.최근 유례없는 불경기를 맞아 업태의 종류를 망라하고 휘청거리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박사장은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대개 불황기에 기업들이 광고ㆍ홍보비를 줄인다고 말하는데요. 광고비를 줄이는 것이지 홍보비는 줄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황기에 홍보매뉴얼을 마련해 두면 호황기에 수월하게 일할 수 있는 거죠.”그는 대기업 홍보실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홍보맨’으로만 살아왔다. 대기업 홍보부서는 깊이 있는 홍보 기법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자칫 최고경영자를 위한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또 홍보대행사의 경우 유명 외국계 대행사들이 국내에 대거 진입하면서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한 회사의 대표이기 이전에 홍보담당자로서 스스로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업무에 나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그룹 홍보실에 있을 때 오너가족의 부정사건을 변명하기 위한 보도자료를 만들었는데, 모 기자가 보도자료의 오류를 조목조목 꼬집는 칼럼을 썼더군요. 이 일을 통해 홍보담당자가 진실을 모르는 앵무새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홍보업계는 이직률이 높은 업종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신임사장으로서 그의 각오는 인재관리에 집중돼 있다.“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인데 직원간 커뮤니케이션도 잘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