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의 퀄리티 경영이 업계의 화제다. 외형의 양적 팽창보다는 내실경영을 추구한 것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교보생명이 퀄리티 경영을 도입한 것은 지난 2000년.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왔던 생보업계의 외형성장 경쟁에서 벗어나 질 위주의 경영으로 선회한 것이다.당시만 해도 이 같은 결정은 모험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많은 보험료를 거둬들여 자산규모를 키우기에 급급한 시기였다.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일단 덩치를 키워놓고 보자는 경영행태를 보여왔다.당연히 많은 생활설계사들이 필요했고 대량 도입, 대량 탈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생활설계사들은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보험가입을 권유했고, 체면치레로 가입한 보험은 불과 3~4차례 보험료 납부 후 끝이었다. 생보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받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것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2000년 5월 취임한 신창재 회장은 경영의 패러다임을 ‘볼륨’에서 ‘밸류’로 과감히 바꿨다.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볼륨경쟁이 오히려 생보사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불씨가 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질적 성장이 절대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이후 3년 동안 교보생명의 외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점포수가 1,455개에서 796개로, 생활설계사가 5만여명에서 2만7,000여명으로, 수입보험료는 10조5,500억원에서 8조4,800억원으로 감소했다. 얼핏 보면 경영상 크게 위축된 것이다. 특히 생보사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증원경쟁을 했던 생활설계사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선두주자인 삼성생명을 타깃으로 1위자리를 넘보던 교보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각 부문의 경영내역이 오히려 튼실해졌다. 보험계약의 질적 판단기준이 되고 있는 13회차 유지율이 올해 3월 현재 79.5%로 3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향상됐다.수익성이 떨어지는 단체보험 인수를 배제해 3,683억원에 이르던 보험수지차는 3년 만에 8,878억원에 이를 만큼 높은 신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당기순익 또한 3년 전(2000년 3월 말) 503억원대에서 올해(2003년 3월 말)는 3,566억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자산운용에 부담이 되는 일시납 금융초회료의 비율도 같은 기간 전체 초회보험료의 79%에서 14%로 비중이 크게 감소됐다.만기에 계약자에게 이자를 더해 돌려줘야 하는 월납 저축성보험의 판매 비율은 46.6%에서 한 자릿수인 5.8%로 내려간 반면, 보장성 보험상품의 비율은 39%에서 64.2%로 높아져 포트폴리오 구성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특히 보유자산 건전성의 척도가 되고 있는 순무수익여신은 3%대에서 0.26%로 보험업계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권 최고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무수익여신의 축소 등 보유자산의 클린화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해 온 결과이다.보험계약 유치과정에서 볼륨은 크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단체보험의 인수를 과감히 포기한 사례는 내실경영을 추구하려는 교보생명의 강한 의지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또한 영업현장에서 발생돼 왔던 부실계약이나 부실조직도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체계적인 리크루팅 프로세스 확립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판매채널 경쟁력을 높여 왔다.교보인의 윤리헌장을 선포하는 등 윤리경영을 도입하는 한편 콜센터 확대와 고객업무 자동화 등 다양한 고객서비스 제도를 개발해 고객만족도를 높여나가는 정책을 꾸준히 전개한 것도 주요 변화 중 하나.이 같은 노력에 따라 교보생명의 경영실적은 볼륨 면에서 상당한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신창재 회장은 교보생명의 경영사이즈 감소와 관련 “자산규모, 목표 등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자산이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부채보다 자본이 많아야 하며 부채가 많은 자산의 증가는 지급여력비율만 떨어뜨리게 된다. 우리는 자산보다 내실, 퀄리티, 이익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이다”고 설명했다.신회장은 이어 “지금은 분위기를 전환하고 영업체질을 바꾸는 중이며, 효율개선에 집중해서 체질을 다진 뒤 점차 이익성장, 수익성장으로 변화해 갈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구조조정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강조했다.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2010년 동북아업계 브랜드 선호도 1위 회사’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K-BASI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K-BASIC’은 교보(Kyobo), 브랜드(Brand), 자산(Asset), 판매 및 서비스(Sales & Service), 하부구조(Infrastructure), 문화와 사람(Culture & people)의 이니셜로 판매채널, 상품, 서비스, 관리ㆍ지원 조직, 자산운용, IT 등 모두 6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장기 전략이다.이를 위해 2004년까지 핵심사업 역량강화에 집중하고 2005년부터는 점차 성장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2007년까지 보험계약 유지율 1위, 판매채널 생산성 1위를 기반으로 한 국내 보험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올해는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년으로 삼고 수준 높은 리크루팅을 통해 판매채널 생산성과 고객서비스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최근 들어 글로벌기업들의 경영패러다임은볼륨보다는 밸류를 지향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영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규모보다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보생명의 경영성과는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명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