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 한국 최고자리를 놓고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이다. 전체 매출액에선 삼성이50조8천억원(94년)으로 현대(46조원)를 한발 앞서고 있다. 금융업을 제외하면 현대가 45조4천억원으로 삼성(41조6천억원)을 제치고있다. 최근 들어선 삼성이 자동차와 중공업 등 현대의 주력업종에진출하고 현대는 삼성이 기득권을 주장하는 반도체 등을 따라잡기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와 삼성의 각축전은 현대가 최근태평양으로부터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스포츠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현대와 삼성. 21C에 확실한 우위를 다지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총력전을벌이고 있는 이들 그룹은 기업 연령면에선 누가 우위를차지하고 있을까.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삼성이 현대보다 상대적 젊음을 자랑하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의 설립연도가 앞선 삼성이 경영활력을 나타내는 기업연령면에선 현대를 다소 앞서고 있다는 말이다.지난 94년을 기준으로 한 기업연령은 삼성이 39.2세, 현대가43.5세였다. 현대가 삼성보다 4.3세 많았다. 91년엔 현대가39.39세로 삼성(39.72세)보다 간발의 차이나마 젊었다. 지난 3년동안 삼성은 약 6개월가량 젊어졌으나 현대는 나이가 4.2세나 더 든셈이다. 기업의 활력과 성장지표인 연령변화를 볼 때 현대그룹은지난 3년간 움직임이 다소 무거워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비해 삼성그룹은 가벼워졌다. 그러나 이같은 연령차는 약간의 상황변화만으로도 역전될 수 있는 박빙의 차이에 불과하다. 또 기업연령 구조상 35~45세는 안정성장기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거대그룹 연령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할 뿐 질적인 차이는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노화’ 정치요인에 영향개별기업의 연령분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삼성전자가44.9세에서 37.9세로 7년 젊어진 것을 비롯, 삼성물산(3.5년)과 삼성전기(3.2년)도 상당폭 메회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건설경기부진으로 인해 삼성건설의 연령이 2.4년 많아지고제일모직(2.2년)과 제일합섬(3.2년) 및 제일제당(1.3개월) 등 일부사의 연령이 많아진 것을 빼고는 전체 계열사 연령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대 계열사는 상당한 연령증가를 나타냈다. 게다가 연령증가폭도 삼성보다 컸다.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써비스의연령이 14세이상 많아졌으며 인천제철(6.6년) 현대종합상사(6.6년)현대미포조선(5.6년) 등도 큰폭의 연령증가를 나타냈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됐던 대한알루미늄공업이 11.3세 젊어지고 현대자동차의연령이 6.8세 낮아져 체면을 세우긴 했으나 삼성과의 격차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현대가 삼성보다 계열기업의 연령변화가 많았다는 것도 특징이다.연령증가 상위 50개기업에 현대는 현대건설(36위)과 현대자동차서비스(40위)가 포함됐다. 또 연령이 크게 감소한 50개기업중에도 현대는 대한알루미늄(32위)이 들어가있다. 반면 삼성은 연령증감상위50개기업에 1개기업도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이 상대적으로 계열사가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현대가 기업연령면에서 삼성보다 다소 노쇠한 것으로 나타난 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현대의 주요 성장기업들이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4위)현대전자(6위) 현대상선(8위,95년10월상장) 등 현대그룹에서 매출액기준 10위안에 드는 기업들이 평가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노쇠한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이는 이번 분석에서 삼성의 매출액 10대기업이 모두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2~3년간 반도체호황으로 매출액과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난 현대전자와 조선활황을바탕으로 현대그룹 자금줄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이 포함됐을 경우 사정이 달라졌을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의 경우 매출액비중이 27.7%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기업연령이 7년이나 젊어져 그룹 전체의 연령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현대는 매출액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서비스(10.4%)와 현대건설(6.9%)이 경기사이클의 영향으로 매출액증가율이 낮아져 큰폭의 연령증가를 기록, 그룹전체 나이가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치 양보없는 젊어지기 경쟁또 하나는 현대에 대한 정부의 금융제재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치참여로 인해 지난 92년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금융제재로 현대는투자소요재원을 원활히 조달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발행과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장외등록 및 기업공개 등이 뚜렷한 사유없이 2년6개월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기업연령을 결정짓는 주요요인인 설비투자가 자금조달차질로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93년 시설투자가 삼성이 2조7천억원이었던 반면 현대는 절반 수준인 1조4천3백억원에그친 사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신정부와 메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 등 공격경영에나섬으로써 상당한 젊음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삼성과 현대의 연령구조는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의 공개에 이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도 이르면내년중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대한 금융제재도 모두 풀렸다. 향후 여건이 현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21C에서 확실한 우위를 겨냥하고 있는 현대와 삼성은 대규모 투자 및 경영혁신 등을 통해 계열사를 더욱 젊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의 「젊어지기경쟁」은 이제부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