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차이나 반도의 여러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지역경제협력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동의 젖줄 메콩강을 중심으로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 티벳의 고원지대에서 발원해 장장4천 Km의 긴 여정을 보낸 뒤 남지나해(South China Sea)로 흘러 들어가는 메콩강은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귀에 설지는않은 강. 중국의 운난성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여섯 나라를 지나는 국제 하천으로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유역 민족들이 강의 총연장만큼이나 긴 역사 동안 삶을 의존해 온 터전이다.이 지역은 과거 몇년 전만해도 아프리카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빈한한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었다.그러나 경제를 최우선시하는 신이데올로기는 이 지역에도 어김없이몰아닥쳤고 그 결과 인도차이나 반도는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태국을 제외한 다른 다섯 나라들은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 몇년간 계획경제하의 고립에서 벗어나대외개방과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개혁과 개방을 향한이들의 시도는 역내 국가간 협력증진을 통해 더욱 큰 효과를 거둘수 있기 때문에 주변 6국의 경협 강화 움직임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메콩강 6국이 유역 개발 등 경협에 나서는 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성과 당위성을 갖고 있다. 바다로 나가는 직접 출구가 없는라오스와 중국의 운난성은 물자의 유통과 인적 교류의 확대를 위해이같은 지역협력의 이니셔티브를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베트남도옛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생긴 경제적 공백을 인접국가와의 경제활동 증대로 상쇄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이미 소규모의 비공식 무역은 정부 통계상에 잡히는 공식 무역의규모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역내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가장 고립된 경제체제를 가진 미얀마는 이 기회를 통해서 인접한 중국 및 태국과의 양자적(bilateral) 경제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이며 이를 바탕으로점차 경제교류의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일단 국내사정의 불안정으로 초기에는 비교적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으나 투자재원 부족난을 타개하는 한 방안으로서 지역협력강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있는 상황이다.◆ 미래시장 확보·지역 자원 효과적 활용그러나 태국이 지역협력에 참여하고자 하는 배경은 여타국가들과좀 다르다. 다른 나라들이 역내협력 강화를 개방경제로 전환하기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고자하는 반면, 태국은 인근 지역내에 시장경제 체제를 확실히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자국경제에 불안정이 될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도이다. 동시에 미래의 시장 확보 및 지역내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는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뜻도 없지 않다. 이밖에 여러 선진국들과 국제기구들도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일본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들과의 협조아래 지역협력의 토대가 될 공동프로젝트의 개발과 선정을 이끌어왔다. ADB의 주도아래 메콩지역 당사국들간 고위 정책회담이 개최된 것은지난 92년. 이때부터 이 회담은 교통 에너지 통신 교육 관광 환경및 무역과 투자 등 크게 7개 분야에서 진행되어 왔으며 지난 11월9일과 10일 양일간에는 마닐라의 아시아 개발은행 본부에서 제5차메콩지역 경제협력을 위한 전체협의(Greater Mekong SubregionFifth Conference on Subregional Economic Cooperation)가 열렸다.장관급 실무 정책담당자들이 주축이 된 이 회의에서는 새로 추가된통신분야의 23개 프로젝트를 비롯해서 모두 1백여개의 이미 합의된지역 프로젝트들의 진행 상황이 검토됐다. 또 최근 별도로 발족된교통 통신 그리고 환경포럼에서 토의된 사항들도 확인됐다. 앞으로6차 이후의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선정된 프로젝트들의 집행과 소요재원의 조달문제가 보다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전체회의를 통해서 이미 합의된 일곱 개의 중점지원 부문 가운데가장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교통과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강화와 투자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총 투자액수를 제시할 수 있는단계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선정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적어도 2백억달러(14조원) 이상의 투자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이중 절반 정도가 지역내의 도로 철도 내륙수로 공항 등 교통시설의 건설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95년 10월 현재 이미 8개의 도로사업과 8개의 철도사업을 비롯, 모두 32개의 교통 프로젝트가 합의됐고 그 중 몇 개의 우선 프로젝트에서는 타당성 검토가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이다. 호치민-프놈펜-방콕을 잇는 도로망의 개수(약 5억 달러 소요 추정)와태국-라오스-베트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회랑지대의 개발(액수미정)등이 우선적으로 선정된 프로젝트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그밖에라오스나 미얀마를 거쳐 태국 북부의 치앙라이와 중국의 쿤밍을 잇는 도로의 개선 (5억~8억 달러), 쿤밍-라쉬오간의 도로 체제개선(약 8억달러) 등이 우선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도로 교통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에너지 부문. 우선 메콩강을 이용한 수력발전 다국간의 송전시설망 확충 그리고미얀마-태국간의 가스 파이프 라인의 건설 등 모두 10개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있다.◆ 민간자본 참여 적극 추진이렇게 지역내 국가간의 합의를 거쳐 선정된 프로젝트들은 국제기구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거나 민간자본의 유치를 목표로 하게 된다. ADB와 해당국들의 정부관계자들은BOT(Build-Operate-Transfer)를 통한 민간자본의 참여를적극 추진할 계획이 있고 이를 위해서 지역내 국가들의 경제제도정비와 정책의 자율화를 위한 기술원조를 강화키로 합의한 바 있다.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투자설명회도 이미 두차례나 열렸다. 제3차전체회의 이후인 작년 11월 방콕에서 첫번째 메콩지역투자설명회(Forum on “Greater Mekong Subregion : InvestmentOpportunities Through Economic Cooperation)가 열렸는데 이는 교통 및 에너지 부문에서 이미 선정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민간자본의 적극적인 참여유치등을 도모한 것이었다. 특히 올 2월 도쿄에서 열린 제2차 메콩지역 투자설명회에서는 3백명이 넘는 일본 기업인들은 물론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 투자자들도 참여해 그동안 합의된 프로젝트 리스트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4월에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멤버인 각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메콩지역을 방문하고 그간의 조사결과를 설명듣기도 했다.발전의 정도와 경제정책의 방향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여섯 나라가상호 협조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서로다른 정치체제와 경제체제하에서 경제적 고립을 유지해 온 지역내국가들이 서서히 경제를 개방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지역내의 자연자원과 사회간접시설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전체의 유기적인 발전없이는 개별국가 발전의 지속성이 보장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보다 구체적인 예로, 만약 메콩강 상류의 국가들이 수력 발전을 위해 대규모의 댐을 무계획하게 건설한다면 하류에 있는 국가들의 농공업 용수 및 임업 어업은 큰 지장을 받을 것이다. 반면에 합의를거쳐 상류에 다목적 댐을 건설하면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전력부족국가에 수출하는 등 농업용수 및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것이다.◆ 무역블록 구성 등정치적 목표는 배제다음으로는 개방화와 경제발전을 위한 외자 유치를 위해서도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아직도 절대적인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경제개발 자금을외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여러나라들이공동으로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상호 보완적인 기간설비 투자를 한다면 투자위험 감소 및 수익률 제고라는 이중의 효과도 기대할 수있고 그 결과로 민간자본의 유입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역사적, 인종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메콩지역 국가들이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것은 일면 당연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까닭에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힘들수도 있다.현재 ADB의 후원 아래 추진되고 있는 지역협력 강화는 개별 프로젝트의 차원에서 상호협력을 통한 경제적 실리획득에 그 목표가 있을뿐 아직 지역내의 무역블록 (trade bloc)을 구성한다든가 하는 정치적인 목표는 전혀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향후 협력의 방향도 이미 합의된 지역 프로젝트들에 대한 재원확보와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지원이 그 주된 내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