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우량거래처 확보와 부실채권방지를 위한 리스크관리가 금융기관들의 생존을 위한 경영혁신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분석을 기초로 한 리스크관리는 과거의 여신위주에서 기업인수합병(M&A)과 유가증권투자 및 기업활동으로까지 활용범위가 급격히 확대되는 등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부실채권위험이나 투자손실위험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밖에활용되지 못했던 리스크관리 기능이 최근에는 경영합리화와 고객서비스 차별화, 수익기회 개발 및 우량거래처 확보등 새로운 경쟁력우위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금리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대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 참여하고 직접금융시장을 통한자금조달을 활성화하면서 탈은행화가 심화되는데다 금융기관간 업무장벽이 무너지면서 나타나고 있다.한때 금리 기간 금액을 불문하고(3불문) 자금조달만이 지상과제였던 기업들은 느긋해진 반면 그동안 고자세로 군림했던 금융기관들은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대출전담부서를 신설해 대출세일에나서는 한편 부실우려가 없는 우량 중소 중견기업을 발굴하는데 열과 성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이 금융시장을 선택하는수요자시장(Buyers’ Market)이 국내에서도 급속히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의 탈은행 현상은 금융시장을 자금수요자 우위시장으로 전환시켰으며 중소 중견기업 및 개인이 금융기관의 주요 거래처로 등장하게 됐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취약해 신용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금융기관의정확한 기업분석을 통한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없다.그러나 기업분석을 통한 신용리스크 관리능력을 높이는 것이 경쟁수단의 필수적인 요소로 대두되는데도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능력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주도하의 관치금융이 기업대출의 자율성을 저해했고 금융기관 자체도 기업분석을 전제로 한 신용대출보다 담보위주의 대출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기업분석과 관련된 전문인력 육성이나 리스크 관리기법 개발을 등한시해 왔다는 얘기다.지난 6월말현재 은행의 부실채권규모는 94년말보다 41.9% 늘어난2조7천3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6개월이상 원리금을 받지 못한고정여신을 포함할 경우 6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10조9천억원으로 부실비율은 8.0%에 이른다. 부실채권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일본 은행(8.4%)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용대출 활성화 전환 시기앞으로 기업분석능력이 취약하고 신용여신이 활성화되지 못한 금융기관은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상장 대기업들의 부도로 금융기관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계속되는 법정관리, 종업원퇴직금 보호와 관련된 최근의 판례,임차보증금 보호강화, 부동산가격 하락등으로 담보위주의 거래도안전하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한 신용거래가담보보다 안전한 상황이다. 부실채권방지가 금융권 최대 현안으로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됐던 대기업들도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이제는 담보위주의 거래에서 벗어나 기업분석기법의 고도화 및 심사전문인력확보를 통한 신용여신 활성화로전환돼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또 기업이 부실화되는 경우 법정관리와 정부개입에 의한 산업합리화업체 지정 등 타율적인 부실기업 정리방법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금융기관들은 누적되는 부실채권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따라 대출채권의 출자전환, 이자면제등 실효성있는 협조금융의활성화, 부실감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소송 이용등 부실채권방지를위한 자율적인 해결방안도 도입해야 한다.이와함께 불량거래 규제강화, 현재 자산총액 60억원이상으로 되어있는 공인회계사 감사범위의 확대등 정부당국의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될 때 신용사회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도 거래기업을 선택할 때 사전에 기업내용을 철저히 분석하여 우량거래처를 선별하는 신용리스크 관리기법을 제고시켜 리스크관리를 경쟁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영혁신전략을 활성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