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체결 이후에 경제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것처럼 보였던 멕시코가 작년 12월 달러 폭등으로 야기된 총체적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혼미정국을 계속하고 있다.지금 멕시코는 콜로시오 여당대통령 후보자의 피살 및 인디언 원주민을 중심으로한 치아파스주에서의 농민폭동 그리고 여당 원내총무의 암살 등 국내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여파로 외국 투자자본이 속속 철수하고 대외 채무 지불압력이 강화되는 등이중 삼중의 어려움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달러를 자국 화폐인 페소에 대해30% 정도 평가 절상시켰다. 그 이후 달러화는 불규칙한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상승세를 지속해 지난 11월30일에는 1달러당 7.7 페소를 기록했다. 1년전 달러당 3.4 페소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1백26%가량 오른셈이다.◆ 외국기업 철수 경제악순환 초래현 세디요 정권의 무능과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경제대책의 부재로 인해 빚어진 이같은 상황은 사회불안 심리를 낳고 이는 다시 경제적 동요를 초래하는 등 상승작용을 통한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외국자본의 투자 의욕이 움츠러들면서 상당수 기업이 철수중이거나철수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에따라 지하자원에 바탕을 둔 비철금속 및 석유화학 같은 몇개 분야를 제외한 멕시코 산업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환전소에는 달러를 사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여기에 사재기 심리까지 가세하는 등, 달러 파동이몰고온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국내 기업은 연일 도산 러시를 이루면서 수많은 실업자를 거리로내몰고 있으며 살아남은 기업들조차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감원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은행이 도산하는 것을 막기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않다. 채무자들이 급격히 오르는 은행 금리를 견디다 못해 떼를 지어 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조직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달러값이 상승세를 계속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중요한 것은 달러가 어느 정도까지 오르느냐는게 아니라 어떤 수준에서든 하루빨리 고삐를 잡아야한다는 것이다. 그 길만이 경제 위기를 넘길수 있다는데 기업인 및 경제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상식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멕시코 사태는 비슷한 경제산업구조를가진 다른 나라들에도 하나의 교훈을 던지고 있다. 즉 멕시코는 국내 산업기반이 매우 취약한 탓에 많은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달러가 폭등함에 따라 수입품 가격도 뛰어오르고 이에 발맞춰국내산 물품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수입품의 경우 전년 대비 70~1백% 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달러값 상승이 이처럼 큰 파문을 몰고 온데에는 수입중심의 산업구조도 한 몫을 한 것이다.물가가 오른 것에 비해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은 작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참기 어려운 생활고에 구매력을 잃고꼭 필요한 생필품만을 구입하는 내핍생활에 들어갔다.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30~70%에 이르는 가격세일을 하는 등여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주머니가 텅빈 소비자들의 관심을끌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매장마다 고객의 발길이 뜸하다. 슈퍼에서만난 아이 셋의 아버지는 물가 폭등에 심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제는 아이가 먹는 우유에 물을 타서 줘야 할 형편이라고 분개했다.물가가 폭등하면서 전 산업분야에 걸쳐 임금 인상요구가 일어나고는 있으나 그 움직임은 소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나 기업 자체가 재정 적자로 허덕이고 있어 임금을 올려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감원선풍에서 비켜나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일자리를 보존하고자 하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 이렇다할 조직적인 행동은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하고있어 정국불안요인으로 잠복하고 있는 실정이다.사회불안으로 인한 범죄율도 급증 추세에 있다. 멕시코시에서만도하루 평균 차 2백여대가 도난당할 정도로 도둑이 들끓고 있으며 대낮에도 대로에서 강도사건들이 속출함으로써 민심이 흉흉하다. 정부에서도 경제적 안정과 치안을 유지하기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있지만 역부족인듯 수많은 범죄사건들이 매일같이 신문지상을 뒤덮고 있다.◆ 한국기업 교민도 범죄에 노출위험달러 폭등에 의한 경기 위축과 사회불안은 한국인이라해서 예외를두지 않는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의 경우 물건 판매가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한국에서 물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교민들의 경우는 수입 단가가 상승함에 따라 매출이 떨어져 생계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게다가 교민들이 가게에서 도둑을 맞거나 강도에게 집을 털리는 등의 사건마저 일어 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달전에는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한 직원이 권총 강도에게 금품을 털리고는 차 트렁크 속에 근 3시간 가까이 억류됐다가 풀려난 사건도 있었다.이처럼 달러 환율의 평가절상으로 인한 멕시코 경제 위기는 거의1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부메랑 효과를 일으켜 달러 불안정의 중요 요인으로 역작용을 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와 11월 말현재 달러 환율은 부분적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타는 추세이다. 올 연말에는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되리라는 정부의 연초 예상을 무색케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사회 일각에서는 현 세디요 대통령의 사임설, 군부 쿠데타설과 민중 폭동설 등의 유언비어가 나돌곤해서 그렇지 않아도어수선한 사회를 더욱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