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장들은 열심히 일해 오늘을 일궈냈다. 결코 운만 좋아 사장이 된건 아니라는 얘기다.현재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 최고사령탑에 앉아 있는 경영자들은어떤 식으로 사장자리에 올랐을까.지난 11월 한달동안 <한경Business designtimesp=19968>와 LG경제연구원이 공동실시한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 자체승진을 거듭해 사장이 된 케이스가 절반정도(47%)에 달하기때문이다. 또 그룹본사 등에서 계열사로 전출되면서 사장자리에 오른 경우(12%)를 포함하면 샐러리맨 출신의 사장이 전체의 59%에 달한다고 할수 있다.반면에 자신이 직접 창업한 사장들도 19%나 됐다. 이중 샐러리맨을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창업한 사장들이 10%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사장들이 8%였다. 자자손손 이어오던 가업을기업으로 성장시킨 사장이 1%였으며 3%는 창업자의 친족으로 사장이 된 경우였다.특히 직접 기업을 일으킨 사장들중에선 58%가 자기돈으로 창업자금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가족의 지원(19%)금융기관차입(14%) 등의 순이었다. 물론 현재 사장직에 오른 사람들은 메운?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과거에 경영자로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응답이 77%나 되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차례 도산하는등 실패한 경험(9.3%)이 있거나 도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재기에 성공한 사장도 전체의 6%를 차지했다.사장이 되고나서 이들이 겪은 사업상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충원이나 인사고과 등 직원문제(복수응답 40%)였다. 이어 노사갈등을막기 위한 노무대책(24.3%) 부실채권처리(20%) 등도 골칫거리중의하나였다. 지금도 이들은 인재육성(복수응답 69.3%)이나판매신장(33.6%) 신기술개발(28.6%) 품질향상(26.4%)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휴가마저 반납전문경영인인 경우엔 거액의 투자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놓고재량권에 한계를 느끼거나(24.2%) 경영활동 결과에 대한 실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경우(23.1%)엔 오너와의 사이에 말못할 갈등을 느끼곤 한다. 임금협상에서 최종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인사상의 불만으로 오너에 대해 갈등을 느끼는 경우도 각각 4.4%였지만 그래도 40.7%는 갈등없이 사장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한국의 사장들은 평일엔 보통 8시간이상 10시간정도(45%) 근무하고있으며 전체의 41.4%는 10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48.6%)이 가장 많았고 7시간(21.4%)이나5시간(20.7%)쯤인 경우도 많았다.평소에 잠을 줄이고 열심히 일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들중 37.9%는 지난 여름휴가마저 다녀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나마휴가를 갔다온 사장들의 절반정도는 3~4일밖에 쓰지 않았다.그래서 이들은 차라리 사장직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과반수인 54%가 이같은 생각을 품고 있다. 그래도 39%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러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복잡다단한 사업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전문가 그룹인 메측근?을두고 있는 경우도 38.6%에 달했으며 절반가량인 49.3%는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메측근?을 둔 사장들은 주로 전문지식이나 특수분야의 두뇌(48.1%)를 두고 있으며 본인에게 부족한 자질을 갖춘사람(35.2%)이나 시대를 앞서가는 능력을 갖춘 사람(14.8%)들을 가까이 하고 있다.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상담할수 있는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역시 친구밖에 없다. 어떤문제라도 상담할수 있는 사람은 친구라고 말한 사장들이 전체의74.3%로 압도적이었으며 나머지는 같은 업계사람(7.9%) 친척(4.3%)관청사람(1.4%)등으로 미미한 편이었다. 상담은 그렇다손 치더라도사업상 어려움에 빠졌을 때 가장 많이 의지했던 곳은 뭐니뭐니 해도 자기자신(55.7%)이었다. 그다음으로 친구(23.6%)나 가족(17.1%)이 의지처가 됐고 종교(15.7%)를 찾거나 직원(15%)들에게 희망을건 경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브레인 등과 상의해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사람들이 87.8%로 많았다.또한 절반가량의 사장들이 직장과 가정을 빼고는 마땅한 휴식처가없다(47.9%)고 응답했고 25%는 회원제클럽에서 휴식을 취할 때도있다고 했다.빠듯한 일정속에서도 일주일에 두세번(40.7%)은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는 편이었다. 또 그렇게 자주는 못하더라도 일주일에한 번(17.1%)이나 한달에 한두번(20.7%)은 함께 식사를 나누곤 한다.일요일 등의 휴일에는 아무래도 골프(복수응답 63.6%)를 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과 가벼운 분위기에서 만나 사업상의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세상돌아가는 정보도 교환한다. 골프외에는 평일에 읽지못했던 책을 대하거나(30%) 취미활동(24.3%)을 하곤 한다.그러면서도 업계의 공동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나 조합 협회등에서임원을 겸직(57.4%)하기도 하고 취미단체나 동우회(33.8%) 등의 단체활동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틈틈이 사회봉사단체(21.3%)에서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기도 하고 연구회활동(7.4%)을 벌이는학구파도 있다.우리나라 사장들의 73%는 애완동물을 가까이하지 않지만 22.9%는개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장들, 외국어 능통조사결과 한국의 사장들은 겉으로 느껴지는 권위주의적인 모습과는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이 간단한 VTR(복수응답 75.7%)는 말할것도 없지만 개인용컴퓨터(PC 59.3%)도 스스로 다룰수 있다. 또 복사기(58.6%)나 팩시밀리(52.1%)는 물론 워드프로세서(36.4%)도 혼자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다.국제화와 세계화를 부르짖는 현재의 경영환경에선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장들중 절반이상은 일상생활에서 영어(복수응답 64.3%)를 큰 어려움없이 구사하고 있으며 일본어(42.9%)에 능통한 사장들도 많은 편이다.더러는 독일어(2.1%)나 스페인어(1.4%)를 하기도 하고중국어(0.7%)에 조예가 깊은 사장들도 있다. 이들 한 개이상의 외국어를 마스터한 사장들도 있지만 4명의 사장중 1명은 임직원들에겐 외국어를 강조하면서도 자신은 도무지 깜깜한 상태이다.한국의 사장들은 또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부인의 내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72.9%)고 느끼고 있다. 별다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장들은 8.6%에 그쳤고 18.6%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다시 태어나도 이길을..."사업의 발전과 번창을 위해 매진해온 우리네 사장들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겠노라고 했다. 전체의 34.3%가 다시 태어나더라도 사업가의 길을 가겠다고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는학자(26.4%)가 되겠다고 했다. 또 13.6%는 외교관을 포함한 공직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반면에 정치(5%)를 하겠다거나 예술가(5.7%)가 되겠다는 사장들은극소수였고 종교인(3.6%)이나 스포츠맨(1.4%)을 택하려는 경우도소수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