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의 우상파괴 드라마는 주식시장에도 충격이었다. 지난10월19일 시작된 정치권 소용돌이가 언제 폭발할지 모를 시한폭탄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일단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장외악재는일시적」이라는 경험법칙에서 위안을 찾기에는 시장의 불안이 너무컸다.경기연착륙을 기대해온 투자자에게 제조업가동률 둔화와 재고증가등 체감경기의 급랭은 또다른 불안이 되었다. 비자금파문 이후 예탁금이 4천억원이나 이탈하고 종합주가지수가 80포인트나 내린 것을 금방 추스르기엔 아직 힘겨워 보이는게 사실이다.하지만 주식시장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지난 5일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이후 긴장된 정치권혁명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특히 경제에 관한한 더 이상 위축은 없게 하겠다는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주식시장에 있어 불확실성의 끝은 대체로 극적인시세상승이었음을 곰곰히 새겨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을해년 증시의폐장을 얼마 앞둔 연말장세란 점도 고무적이다.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최근 파문에 묻혀 있는 몇가지 주가변수에대해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주목할 사안은 지속되고 있는 시중금리 폭락이다. 사상최초의 장기채권금리 한자릿수, 30개월만의회사채수익률 최저치는 돈흐름의 원리상 분명히 주가상승의 잠재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외국투자자들이 연말들어 한국주식을 부쩍 싸게 보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올 한해는 주식에 관한한 선진국 강세, 신흥시장 약세였다. 특히 미국시장은 연초에 비해 30%이상 주가가 올랐음에도 다우존스지수는 상승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그러나 내년도 국제투자의 포석을 구상중인 거액운용자들에게 미국시장은 과열로 인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시장이 매력있는 사냥감으로 부상한 것이다. 연초로 예상되는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추진도 이들에게는 관심사이다.결국 얼마 남지 않은 연말 투자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작금의 조바심보다는 낙관적인 대세관으로 단기적인 정치주가의 향방을 점검하는게 긴요해 보인다. 주식을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볼 때 이제 선택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시나리오1- 정치권 뇌관제거 … 주식시장 폭발장세정치권 사정과 정계개편등 예단하기 어려운 폭발의 개연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두 전직대통령 구속을 피크로 뇌관제거의 수순으로접어들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럴 경우 주식시장엔 불안에 억눌렸던호재들이 반영되면서 단계적인 폭발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 1,000선 도달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긴 안목에서볼 때 정경유착의 비리청산은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2단계쯤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단기적으로 볼 때 상승가속의 핵심은 자금유입 여부인데 거액자금의 채권이동과 금리하락, 외국인 한도확대 임박 등을 감안하면 증시주변의 자금여건은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정치권이 안정되면 최근 급부상했던 경기침체론도 일시적 우려에 그치고 말 것이다. 추가상승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상승장세의 주도주로는 한국이동통신 삼성전자등 핵심블루칩과 함께 기업매수합병(M&A)테마주, 사회간접자본(SOC)관련주 등이 경쟁에 참여할 전망이다.◆ 시나리오2 - 2단계 청산작업 … 주가혼조세 지속주식시장이 외부환경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황으로 볼때 가능성은 앞의 시나리오에 비해 낮지만 과거청산 작업이 현정치권으로 확산될 경우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내년 총선전후까지유보해야 할 것이다.정치권의 양김 격돌은 상당한 혼란을 비용으로 지불하게 될 것이다. 정치의 불안은 물론이고 기업의 투자의욕 저하 및 현장경기의냉각, 대외적인 신용저하, 외국인투자자 이탈등 주식시장의 진통을한차례 더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정국의 뇌관이 제거되는 상황을 확인할 때까지 주식시장의 수급은취약성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호재반영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없다. 연말장세 또한 일부종목의 기술적 매매나 배당투자 정도로마무리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