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VD규격통일, 한장의 디스크에 한편의 영화 수록시네마천국을 보면 주인공 토토는 영화상영기사인 알프레드의 작업실을 매일같이 들락거린다. 영화필름이 돌아가는 알프레드의 작업실은 토토가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배워가는 작지만 큰 공간이었다.「토토의 추억」은 그러나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하다. 러닝타임1백50분의 영화한편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한장에 수록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필름과 추억이 싹틀만한 작업실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영화통일규격’마련, 경쟁본격화DVD를 이용하게 되는 각종 플레이어(영화용DVD, 음악용DVD,컴퓨터용DVD-ROM, DVD-RAM)들은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도시바 진영과 소니 진영으로 나뉘어 DVD와 관련, 업계통일규격을 마련해온 일본과 유럽 등지의 9개 AV업체들은 최근 영화 및ROM과 관련된 기술에서는 통일규격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합의된 기술규격에 기초, 라이선스를 받는 업체를 중심으로 제품개발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이번에 합의된 내용은 새로운 매체의 명칭을 많이 알려진 기존의DVD로 하고 두께 0.6㎜의 디스크 두장을 맞붙이는 구조로 하는 등대부분은 도시바 진영의 기술을 기본으로 하면서 신호변조방식에서만 소니 필립스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음악 및 RAM관련기술에서는 9개업체가 계속해서 통일규격을 작성키 위해 논의하게 된다.DVD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음악용 CD나 비디오테이프 레이저디스크 CD-ROM 등을 한꺼번에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매체.지름 5.25인치의 DVD한장이면 한쪽면에만 1백33분가량의 영상정보나 음악 CD 8개분량의 자료를 저장할 수 있다. 또 디지털방식으로각종 정보의 입출력이 가능해 바야흐로 멀티미디어시대의 만능기억장치역할을 맡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많은 분량을 기억시킬 수있는 것은 고밀도집적회로 등 첨단부품을 바탕으로 그동안 축적된광디스크기술 영상압축기술 등을 모두 결합하는 형태가 된다.획기적인 제품인 만큼 그동안 자신들의 기술규격을 DVD업계표준으로 삼기 위해 관련업체들은 도시바 진영과 소니 진영으로 나뉘어져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먼저 주도권을 잡은 쪽은 도시바 진영으로 마쓰시타 파이오니아 히타치 톰슨 타임워너 MCA 등 7개사가 팀을 이루고 있다. 도시바진영은 95년 새해에 SD(Super Density)규격으로 명칭된 자신들의 DVD공동규격을 발표했다.이전부터 줄곧 독자적인 규격을 주장해온 소니로서는 「한방 얻어맞은」꼴이다. 그뒤 소니는 필립스와 팀을 이뤄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규격을 반영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사실상 도시바진영의 기술사양들이 업계표준으로 정착될 경우 엄청난 기술개발비용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통일규격을 만드는 작업에 불참할수도 없었다.이번 합의내용은 그러나 3개월전에 양진영이 통일규격을 마련한다는 기본원칙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용에서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 빨리 관련기술의 라이선스를 받고 시장확대를 위해 필요한 영상소프트웨어 등을 준비해둬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업자들은 단지 「새롭게 결정된 것은 명칭뿐」이란 혹평을 내리고 있다.그동안 통일규격이 마련되지 않아 DVD플레이어 등 하드웨어의 시장을 확대하는데 필수적인 영상소프트의 준비가 자꾸 늦춰져 왔다.특히 신호변조방식이 소니-필립스방식으로 변경되면서부터는 도시바 진영이 회로부의 인터페이스를 수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플레이어와 ROM장치의 제품화가 당초 계획이었던 내년 여름에서 최소 3개월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내기업도 DVD양산체제 돌입반면 사실상의 국제표준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하게 된 DVD통일규격참여업체들은 기술판매 등을 담당할 새로운 회사를 세우게 된다.통일규격을 만드는 작업에서는 티격태격하면서 「돈 거둘 준비」에는 손쉽게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9개업체들은 내년 1월까지 공동출자로 회사를 설립, DVD의 라이선스계약과 특허료의 배분 등을 일원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DVD에는 여러가지 하이테크기술이 얽혀있어 각사의 기술자산을 통합관리함으로써 특허료의 중복청구나 라이선스료의 급등을 막을 수있다는 내부주장에 따른 것이다.아직까지 라이선스요율은 정하지 않았지만 DVD사업화에 따라 생겨날 라이선스계약의 창구역할을 하면서 영화용DVD, 음악용DVD, 컴퓨터용DVD-ROM 등에서 요율체계를 차등 적용한다는 생각이다.또 9개사는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본특허의 중요도에 따라 로열티수입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디스크제작법에 관해서는 필립스 톰슨 파이오니아가 기본특허를 갖고 있으며 신호변조기술은 필립스,영상신호의 압축신장기술은 히타치 소니 등이 중요한 특허를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계적인 AV시장규모를 고려할 때 라이선스요율을 1%로만 잡아도 9개사의 연간 기술수입료는 2조4천억원에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한편 영화와 ROM과 관련된 DVD통일규격이 거의 확정됨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제품화작업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DVD개발팀을 수원공장의 영상사업부로 통합, DVD양산체제를 내년 9월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LG전자도 시제품을 선보인상황이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전문가들은 『기술규격이 정해진다해도 이에맞는 집적회로 등 각종 부품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부품을 직접생산하든 외부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정도로 완성품을 내놓든 일본업체들과 같은 시기에 시판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국내업체들도 관련기술의 라이선스요금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LG전자기술연수원의 음성현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어떤 기술로 통일되더라도 대응이 가능한 방식으로 제품개발에 주력해왔기 때문에통일규격합의가 국내에 별다른 파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자료를 입수, 구체적인 기술스펙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박재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