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나 경제학자들이 추구하는 경제정책을 보면 실업률 감소와성장에 이어 금리인하가 가장 빈번히 거론되는 정책목표로 나타난다.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인상은 좋지않은 뉴스로 받아들여지며 이자율 인하는 무조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미국 공화당이 균형예산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재정적자를 피함으로써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는 논지가 깔려있다. 수많은 정부가 이자율을 낮추기 위해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도 자본비용은 낮을수록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저금리는 확실히 이익을 가져온다. 가계는 주택 자동차 등의 구매행위에 있어서 이자가 싼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이 신규사업에 착수하거나 기존사업을 확장하기에도 용이하다.그러나 이러한 이익은 돈을 빌리는 사람, 즉 차주측의 관점에서 그러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금리를 지지하는 측은 차주인 것이다.자금을 빌리려면 자금을 빌려주는 측, 즉 대주가 있어야 한다. 이자율이 하락할 때 차주가 누리는 이익은 그대로 대주의 손실이 된다. 대주를 탐욕스러운 고리대금업자로 인식하는 문학작품이라면이야기는 다르지만 문제는 대주가 또한 저축주라는 데에 있다. 현대경제발전이론에서 주춧돌로 평가되는 저축주는 이자율이 하락하면 그들이 저축이라는 희생의 대가로 받는 보상이 줄어드는 것이다.따라서 이자율인하는 정치인이나 언론매체가 설명하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차입비용이 줄어들면 이익을 보는 측이 있는 만큼 손해를 보는 측도 있게 된다.◆ 금리인하, 실질이자율 하락이 변수총체적인 영향은 금리인하가 어떠한 원인으로 발생하는가 하는 점을 규명함으로써 판단해야 한다.원인을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우선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기로 하자. 이 작업에서핵심용어는 실질이자율이다.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에서 예상물가 상승률을 뺀것이다. 오늘 1달러를 저축함으로써 미래에는 얼마나 추가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실질보상을 말하는 것이다.언론매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주로 명목이자율의 변화이다. 그러나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에 아무 변화가 없을 때에도 움직일 수 있다.또하나, 단기이자율과 장기이자율을 구분하는 것도 긴요한 일이다.단기 이자율은 중앙은행의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장기채권 수익률 같은 장기 이자율은 그렇지 않다.이제 이자율하락의 총체적 효과를 투자및 경제 성장에 주는 영향의측면에서 검토해보기로 하자.〈표1〉은 이자율의 변화에 따라 투자자본의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변하는가를 나타내고 있다.가계의 저축의지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와 경쟁적이다. 이자율의 상승은 상반된 영향을 가져온다. 그 하나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메대체효과?이다. 이는 이자율의 상승으로 저축의 수익성이 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즉 소비에 비해 저축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발생한다.또한 이자율의 상승은 가계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저축의 가치를증가시킨다. 어느 가계가 저축액이 부채액보다 많은 순저축 상황이라면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가계가 목표로 하는 부의 수준은 이자율 상승으로 달성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메소득효과?라고 한다. 역으로 어느 가계의 부채액이저축액 보다 많다면 이자율의 상승으로 그 가계는 그만큼 가난해진다. 따라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이와같이 수많은 가계는 이자율의 변화에 다양하게 반응한다. 차입이 많은 가계는 이자율이 상승하면 차입을 억제하거나 저축을 늘릴것이고, 순저축의 경우는 소비를 증가시킬 것이다.경제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되는가. 다양한 행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일률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봅스킨은 1982년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이자율이 상승하면 총 저축도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실증적인 검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상식적인 판단에 의거, 봅스킨 교수의 이론에 동의하고 있다.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자율상승이 차주와 대주에게 주는 소득효과는 서로 상쇄되고 대체효과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율이 높아지면 저축유인도가 커져서 저축은 증가한다는 것이다.투자자본수요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이는 가계의 경우보다는훨씬 명백하다. 공장을 짓기위해 차입을 하는 기업은 투자수익이차입이자보다 클 경우에는 투자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자율이 하락하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자본수요는 증가한다.〈표1〉의 시장이자율 r1은 자본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나타낸다. 이 균형이자율에서 총 자본투자는 k1이 된다.여기에서 저금리가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높아지는가를 살펴보기로하자.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인구의 구조적 변화나 세법의 개정으로 가계가 소비를 뒤로 미루게된다고 가정하자. 이경우 〈표2〉에서 반드시 자본공급곡선은 우측으로 이동한다. 이는 가계는 어떠한 이자율에서도 과거보다 더 많은 저축을 한다는 뜻이다.수요곡선은 변동이 없으므로 위와같은 공급곡선의 이동은 이자율을r2로 떨어뜨린다.(각 가계가 저축액을 늘린다는 것은 저축수익률이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유의하라) 기업은 보다 활발히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높아질 것이다. 주로 경제성장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이러한 형태의 이자율 하락이 메좋은것?으로 비쳐질 것이다.경제전반에 걸친 투자가 k1으로 늘어나고 성장이 빨라지고 이자율은 다시 상승하게 된다.이제 투자자본수요가 감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의 불안감, 기업에 대한세율의 인상, 기업규제에 따른 비용부담의 증가, 노사관계의 악화등등…. 이러한 상황은 자본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위축시킨다.〈표2〉에서 수요곡선의 좌측이동이 이를 나타낸다.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으므로 이자율은 하락한다. 여기에서 새로이형성되는 이자율은 앞의 경우과 같이 r 2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의 경우와 다른점은 자본투자가 k2로 낮아지게 되어성장이 둔화되고 미래소득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현실상황은 이보다 좀더 복잡할 것이다. 세계가 지구촌이라고 불리는 만큼 전 세계의 자본시장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 나라의저축과 다른 나라의 차입을 이어주는 것이 그만큼 쉬워지고 있는것이다.◆ 해외투자기회 개선되면 이자율 상승그러나 경제이론의 기본분석틀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이저축을 늘리면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떨어진다. 해외투자 기회가 개선되면 이자율은 오른다.또한 가계저축은 한 나라의 총저축률의 한 구성요소일 뿐이다. 기업도 저축을 할수가 있으며 정부도 재정흑자를 이룸으로써 저축이가능하다.(물론 대부분의 정부는 대규모의 재정적자에 허덕이면서차입을 늘려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는 하지만)기업저축과 가계저축을 구분할 의미는 없다. 모든기업은 궁극적으로는 가계의 소유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는 적자를 줄이고 차입을 축소함으로써 이자율을 낮출수 있다. 1970년대에 선진국의 평균 실질장기 채권수익률은 0.8%였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서 5%로 뛰었다. 최근 G10(서방선진 10개국)이 발표한 조사보고서는 이 상승의 주범을 정부차입의 증가라고결론짓고 있다.(〈표3〉참조)수요와 공급이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소비를 미래로미루고 현재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 하더라도 낮은 이자율이항상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투자가 많다는 것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있어서 미래의 소비뿐만 아니라 현재의 소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경제학과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구성원의 총체적복지를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라.)사실 이자율이 갖는 주요기능의 하나는 현재 소비하고자하는 욕구와 미래를 위해 예비하고자 하는 희망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것이다.따라서 투자가 지나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도 발생할수 있다.과잉투자는 기업의 의사결정상의 잘못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대개는 잘못된 정부정책으로 이자율이 임의적으로 낮아졌을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자율, 거래비용·위험에 대한 보험료 성격이자율이 낮다는 것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자율의하락이 경제전체에 명백히 유익한 경우도 있다. 이는 이자율은 현재소비와 미래소비간의 교환관계 이상의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거래비용과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거래비용은 은행, 생명보험회사, 상호신용금고 등 금융기관을 매개로 함에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금융기관들은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원을 소비한다. 이러한 비용은이자율에 반영된다.금융기관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이는 명백히 그만큼 경제전체에 직접적인 이익을 준다.이자율은 또한 여러형태의 위험에 대한 보험료를 포함하고 있다.가장 흔한 예가 인플레에 대한 보험이다. 인플레가 예상수준보다높다면 대주가 받는 실질이자율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위험에대한 보장책으로 이자율에 추가할증이 더해지는 것이다.이점도 정부의 노력에 따라 개선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책임있는금융정책을 통하여 시장을 안정시키면 그만큼 인플레는 감소되고명목장기이자율이 낮아져 이자율에 포함되어 있는 인플레 프리미엄도 줄게되므로 실질이자율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올수 있는 것이다.〈표4〉는 지난 10년간 정부정책의 신뢰도 제고를 통해 인플레를낮게 유지해온 국가의 경우, 실질장기이자율도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이것이 정부에 주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차입비용의 대부분은소비자의 미래및 현재에 대한 우려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정책당국이 자본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물가안정을 통해 불필요한차입비용 요소를 제거할수 있으며 이는 경제 전체의 복지에 직결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이자율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우를 범하여서는안된다. 이는 경제에 해악이 될 뿐만아니라 저축의욕을 감소시키고예금주의 분노를 사서 정권유지에 어려움을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How low can they go?」 Dec.2,1995 ⓒ 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