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다녀간 어떤 독일 사회학자에게 한국에 대해 물었더니『그 나라는 팔꿈치 신드롬이 유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서울은 어디를 가나 만원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앞서 가려고양팔꿈치로 옆에 가는 사람들을 뒤로 밀치고 저만 앞서려고 바둥거리고 있다는 것이다.세상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더불어 살기 마련이고 다같이 안정되고평화롭게 살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질서를 지킨다. 그런데 이 사회학자의 눈에는 우리들의 사는 모습이 서로를 위한다기보다는 서로를 밀쳐내고 자기만 잘 살려는 아귀다툼으로 비쳐진 것 같다.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일컬을 만큼 짧은 기간동안에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물질적인 여유를 얻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목적을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만큼 성급하게 된것같다. 질서와 절차를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만연하고 돈이면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고가 부끄럽게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현상은 싫든 좋든 오늘날 우리사회의 한 단면임을부인할 수가 없다.경쟁이 인간사회의 성장과 발전의 기틀이 되어 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질서와 규칙 속에서 공평하게 이루어질 때에만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모두가 자기만의 목적 달성을위해 상대방을 무시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질주한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사람들은 이런 결과로 나타난 사회현상에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서로간의 불신은 깊어지며 부정과 부패는 증폭될 것이다. 진정으로 사회를 발전케 하는 능률과 창의는 싹이 트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낯 뜨거운일들이나 끊임없는 불신과 대결의 소모성 열병은 언제 부터인가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된 이 「팔꿈치 신드롬」 때문이 아닐까.우리는 이제 어디를 가나 어디에 있거나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고생활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경없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만의담을 쌓고 우리끼리만 살 수는 없다. 더욱이 정보문명의 보편화는지식과 정보 그리고 창의가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있다. 공정한 경쟁, 절차와 질서를 존중하는 관행이 확립되지 않고선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요즘 「슈퍼스타 경제학」이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보의 확산과 개성과 유행이 경제활동에 중요한 동인이 됨에 따라 특정 상품에 대한시장집중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21세기에는 국제사회에서도 경제력 양극화 현상은더욱 커 갈 것이며 몇몇 중진국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한다면오히려 후진국의 나락으로 빠질는지 모르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이러한 시대적 환경을 절감하고 하루속히 우리속에 자리잡은 「팔꿈치 신드롬」을 퇴치하고 자유롭고 공평하며 능률적인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일로 매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일들은 통치자의 의지나 몇몇 지도자의 주창만으로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현실적인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전체사회의 선과 우리의 후세를 위하여 과감하게 자기혁신을 시도하고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일이 필요하다.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우리식 특유의 유야무야로 가서는 안될 것이다.거창한 구호나 운동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먼저 질서를 지키는 일부터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모두가 절차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를 승복할 때 서로는 믿음을 갖게 된다. 사회구성원이 제도와 절차는 물론 서로를 신뢰할 때 화합하고 협조하며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질서가 존중되는 사회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은 창의를 통한 능률을 올리게 되며 이런 힘이야말로 우리사회를 발전시키고 선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팔꿈치 신드롬」을 과감히 퇴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