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시계나 머리카락 삽니다”필자가 어렸을 때 흔히 듣던 소리다. 어느 나른한 오후 머리카락장사의 구성진 목소리가 들리면 동네의 아주머니나 누나들은 보자기에 고이 간직한 머리카락을 싸들고 달려가게 마련이다. 지난60년대엔 가발과 합판이 우리나라의 주력수출품이었다. 산업화 초창기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이들 산업이 담당했다.하지만 이제는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때국내 수출랭킹 1위를 기록하며 재계의 스폿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동명목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발을 주력으로 재계랭킹에서손가락에 꼽히던 서통 역시 건전지 등으로 업종을 바꾼지 한참됐다.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모피산업은 수출유망품목이었다. 당시만해도 국내엔 세계적인 업체인 진도를 비롯, 우단실업 한강모피 등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중견모피업체가 즐비했다. 오더는넘치는데 물량이 없어 수출을 못할 정도였다.하지만 이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는 진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당시 수출랭킹 1~5위업체중 4개가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로 시장상황이 몇년 새 급변했다. 산업엔 큰 흐름이있다. 이 흐름은 개별기업의 성패에도 직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미래경영, 스피드 연령 등 10대 변혁이 필수따라서 창업자는 이런 물결을 잘 파악해서 업종을 선택하지 않으면안된다. 21세기를 코앞에 둔 싯점에서 어떤 업종이 유망업종으로쭉쭉 뻗어나갈 것인가. 이에대한 딱부러진 해답은 없다. 하지만 경영 및 경제학자 기업인 경영컨설턴트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대체적인 윤곽은 끄집어낼 수 있다. 이들의 제언은 창업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주기도 한다. 저명한 경영컨설턴트로 이노베이션리소스사 회장인 로버트터커는 「미래의 경영」이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의 흥망을 가르는 10대 변혁을 제시했다.스피드화 편의화 연령층의 변화 다양화 생활양식의 변화 가격할인가치부가 대고객서비스 기술우위 품질중시가 바로 그것이며 이들은21세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이들중 대표적인 것 몇가지만 살펴보자.  스피드화는 시간단축을의미한다. 바쁜 현대인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 여유시간창출을위해 시간절약상품에 과감하게 지출한다.자동청소장치가 부착된 전기오븐 물빨래가 가능한 의복 전자레인지등은 소비자를 일로부터 해방시켜주었으며 보다 많은 여유시간을즐기도록 해준다. 패스트푸드점 1시간내 세탁소 인스턴트커피 등도이같은 스피드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페더럴익스프레스가 성공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어떤 배달이든 미국내 배송을 밤새처리하는 배달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편의화는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이다. 24시간 편의점이나 엔진오일즉석교환사업 휴대용컴퓨터워크맨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연령층의 변화는 베이비붐세대의 등장 고령화사회의 도래 등을 의미한다. 연령층별 특성을 살펴 이에 걸맞는 사업을 벌이는것이다.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사회로 진행하고 있어 노인층을 겨냥한 실버산업이 앞으로 유망분야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2차 베이비붐세대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중학교 3학년을 전후한 세대 역시막강한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K마트는 노인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노인을 위한 특별영업시간설정 교통편제공 노인용 회합장소제공 등의 아이디어를 창출했다. 또 이들에게 필요한 실내운동기구와 노인용 화장코너 등을개설하기도 했다. 힐튼호텔은 노인회원우대제를 만들어 회원권을구입한 노인에게 50% 객실할인제 저녁식사시 20%할인제 등을 도입해 노인층의 큰관심을 불러일으켰다.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미쓰비시연구소가 설립한 첨단기술연구소는 오는 21세기에 일어날 6가지의 대표적인 첨단기술혁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고도의 정보통신사회를 이끌어갈 정보혁명,광기술과 컴퓨터의 결합인 광전혁명 두뇌와 감정을 가진 로봇 등의기계혁명 기술돌파형의 신기능을 개척하는 신소재혁명 생명공학을통해 산업을 꽃피우는 바이오혁명 지구환경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에너지혁명이 그것이다.예를 들어보면 정보혁명의 핵심은 퍼스널정보혁명이며 핵심기술은멀티미디어 네트워크 초병렬컴퓨터를 꼽고 있다. 이들 기술에 의해실현된 휴대정보단말기와 멀티미디어 네트워크가 퍼스널정보혁명의무대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바이오혁명은 유전자공학을 통해 필요한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생성해내는 기술이다. 이같은 기술은 의학 약학 식품공학화학 농학 수산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계혁명은 메카트로닉스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단순한 기계기술을 뛰어넘어 전자 전기 제어 광학기술 등이 결합된 메카트로닉스산업의 대표적인 산물은 로봇이다. 특히 인공지능로봇은 인간을 단순한 작업으로부터 해방시키며 나아가서는 우주소년 아톰처럼 우주나 해양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방재로봇 소방로봇 간호로봇 등의 등장도 실현될전망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의 변화나 기술개발의 방향을창업자가 미리 새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서적을 살펴보고 방향을 잡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미래지향적인 업종이 그만큼 성공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창업의 기본은 자기가 하던 사업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스스로 판단해 앞으로 비전이 별로 없는 분야라고판단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감하게 첨단분야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모험자본을 활용하라또 첨단분야라고 반드시 큰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요즘에는 이들 기업에 자본을 대주는 모험자본(벤처캐피틀)도 많이 있어 기술과 사업성이 유망하면 너도나도 투자를 하려고 달려드는 형편이다. 태일정밀의 정명환사장은 원래 한일합섬에서 오래 근무, 섬유업경력이 14년이나 됐지만 그는 컴퓨터가 미래의 유망산업이라고 판단, 컴퓨터관련분야로 창업의 진로를 설정했고 지금은컴퓨터용 박막디스크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메디슨 역시 초음파 진단기기라는 첨단의료장비를 통해 혜성처럼등장했다. 현재 환자의 몸에 갖다대는 탐색기 전자내시경 의료영상정보전달장치 등 다양한 첨단의료장비를 통해 고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대륭정밀은 위성방송수신기라는 제품으로 시장석권에 나서고 있다. 이 분야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면서도 시장규모가 대기업이 대규모투자를 통해 도전해볼정도의 분야는 아니어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에게 꼭들어맞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이밖에 백내장수술환자에게 제공되는 인공수정체업체 인 유니버설광학이나 자동유리가공기계를 해외에 활발히 수출하는 천안의 삼한기계 등도 첨단기술로 승부를 건 케이스이다. 삼한기계의 박경사장은 남이 흉내내지 못하는 첨단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중소기업이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