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안공단에 자리잡고 있는 S사. 진공보온병과 선풍기 전기히터 쌀통등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다. 대기업에 납품하며 일본에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수출도 한다.올해 매출액만도 5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S사는 공장화재로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한 모범사례로알려진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설립된지 24년이 다돼가고 재기에성공했다는 주변의 말에도 사장인 김모씨(32)로서는 여전히 『기업하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온다.『대기업들의 현금결제등 중소기업지원책은 실제 어느정도 실행되고 있어 도움이 되지만 정부의 중소기업대책이나 자금지원은 말로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인력문제도 김사장으로서는 골칫거리다. 손이 많이가는 업종이라기능공이 항시 필요한데도 이직률이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용산전자상가의 A컴퓨터사. 동종업계에서 알아주는 중견업체로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김현부사장(32)은 『최근 일부 금융기관에서 대출권유를 받지만 여전히 「꺾기」가 조건인 대출』이라며 인력면에서는 『부도업체가많아 인력은 오히려 남아도는 아이로니컬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부사장은 또 최근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잘못된 정치에 애꿎은 중소기업들만 죽어나는 현실』이라며 정치상황에 화살을 돌렸다.「구두선」으로만 그치는 정부의 중소기업대책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비단 정부시책만이 아니다.재벌기업들이 앞다퉈 발표한 중소기업지원대책도 알고보면 「빛좋은 개살구」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중소 부품업체들이 몰려있는 안산서부공단. 반월공단 1천2백여 업체와 시화공단 8백여업체등 모두 2천여개의 중소업체들이 들어선곳이다.안산서부공단의 윤걸부장은 『정부·재벌기업들의 중소기업지원책의 혜택을 보는 업체는 아주 극소수』라며 지원대책이 실효성이 없음을 설명했다. 윤씨는 또 『모재벌사의 현금결제의 경우 최근 납품단가를 3년전 단가와 똑같이 맞춰 현금으로 결제해주고 있어 중소납품업체로선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상태』라며 재벌기업들의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지원대책을 지적했다.안산에 공장을 갖고있는 T사. 골판지 상자등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로 연간매출액이 7백억원대에 이르는 탄탄한 기업이다.T사로서는 다행히 자금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지만 인력난이해결되지 않고있다. 현재 12명의 외국인근로자를 쓰고 있지만 일손은 더 필요한 상태다.고삼규사장(43)은 『추가로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싶지만 배정된 숫자가 있어 언감생심이며 외국인근로자의 배정인원을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공통분모는 자금난과 인력난.특히 비자금사건이후 자금시장이 극도로 위축된데다 은행문턱은 여전히 높은데 사채시장마저 움츠러들어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돈이필요한 연말에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인력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제」다. 지난 14일7만6천9백여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조사·발표한 「고용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업체들의 전체인력부족률은9.6%로 나타났다. 특히 종업원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인력부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국민은행에서 지난 10월에조사한 자료에서도 중소기업체 사장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기능공 및 숙련공의 부족(40%)이라고 답했다.인력난·자금난·대외적인 경영환경의 변화등에 따른 중소기업의애로는 결국 부도라는 「사망선고」로 나타났다. 악화된 경영환경에 적응하려다 끝내 좌초한 부도업체수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있다.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38개사가 쓰러졌다.(표참조)간간이 갈증을 축이듯 발표되는 각종 중소기업지원대책들이 전혀「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힘든 환경에서 비틀거리면서도 중소기업들이 「믿고 기댈」것은 정부의 지원책밖에 없다며 기대를 보이고 있다. T사의 고사장은 『중소기업이 거래처로부터 수취한 어음의 은행할인과 매출대금으로 회수한 어음의 부도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등의 보증은 중소기업들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기대를 표시했다.국민경제의 한 축인 기업. 그중에서도 「허리」에 해당되는 중소기업들의 「신음」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부산 D목재의 이모(40)사장의 『기업경영이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더욱 큰 문제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것』이라는 토로는 현재 중소기업의 처절한 환경을 그대로 말해주는 있는 「절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