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에 「국제협력관실」 신설(11월17일). 은행 증권 보험등 3개 감독원을 금융감독원으로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앙은행 및 감독조직개편」방안의 백지화(12월19일). 언뜻 보기에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사건은 자세히 들여다보면김영삼 정부가 치적중의 하나로 내세우는 정부조직개편이 당초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하나는 1천여명의 공무원을 평생직장에서 떠나도록 한 「12·3의대학살」이 잘못 됐음을 1년만에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고 다른하나는 충분한 준비없이 부랴부랴 추진했던 「개혁정책」이 흐지부지 됐음을 확인한 것이다. 현정부가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개혁의 추진방식에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우선 국제협력관실 신설은 지난해 12월3일 「작지만 능률적인 정부」와 「세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전격적으로 시행됐던 정부조직개편의 주요 뼈대가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이다.조직개편안은 대외통상업무를 통상산업부가 담당토록 하고 「통상무역실」을 신설했다. 또 경제기획원에 있던 「대외정책조정실(대조실)」을 대외경제국으로 축소시켰다.그러나 통상업무 분담에 대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제시되지 않았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YS식 개혁」의 전형이었다. 통상마찰이 생길 때마다 재경원 통산부 외무부가 모두 통상은 자기일이라며 밥그릇 싸움을 벌이다 농수축산물 유통기간과 자동차를 둘러싼한미 통상마찰을 매끄럽게 요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녔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통상업무를 입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높아졌고 그 결과 나온 것이 국제협력관실 신설이었다. 그러나 국제협력관실 신설에 대해선 비판이 적지 않다. 과거의 대조실을 「옥상옥」이라며 폐지한 마당에 통상업무 마찰조정을 이유로 다시「옥상옥」을 만드는 것은 과거회귀라는 지적이다.국제협력관실이 생겨도 부처간 갈등이 깨끗이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가뜩이나 공룡부처로 지목되는 재경원에의기능집중이 심화돼 부처간 불균형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금융감독원 설립이 백지화된 것도 현정부 개혁정책의 추진방식에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재경원은 올해초 느닷없이 중앙은행 독립 및 금융감독기관 개편안을 마련, 2월 임시국회에 제출했다. 「개혁차원」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 3개 감독원으로 나누어져 있어감독조직을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한다는게 개편안의 골자였다.정부조직 개편에 이어 금융감독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과금융감독은 정부기능이기 때문에 정부조직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논리가 제시됐다.그러나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란을 벌이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인해 유야무야되었다. 그이후 2차례의 임시국회와 정기국회가 있었으나 아무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 14대국회 임기가 사실상 끝남에 따라 자동 폐기되었다. 전 금융계를 뒤흔들었던 태풍은 일과성 해프닝으로 결론나고 전시행정의표본으로 기록되게 됐다.YS식 개혁의 문제는 개혁이 특정인에 의존해 당위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부조직 개편때마다 거론되어 왔던 경제기획원 폐지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기획원 중심의 개편안을 짠것이라든가 감독조직개편을 사정차원에서 추진하다 흐지부지된 것이 그 예이다.『개혁을 하려면 관련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다양한 개혁정책을 시행했지만 전문가를 배제했기 때문에 총론만 있고 각론은 부실하다. 게다가 1인자의 생각이 바뀌는 등 장애물에 부딪히면 중단되고 마는 한계점을노출시키고 있다』는 정부고위관계자의 말은 「YS식개혁」이 어떤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