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원동에 사는 김정원씨(41)는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아침일찍 집을 나와 회사근처의 헬스클럽에서 간단한 운동과 아침식사를 하고 회사에 출근한다. 김씨는 오늘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집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는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에 가까이 갖다 대자 마자 자동으로 버스요금이지불되었다. 김씨 지갑안에는 0.1초안에 처리되는 비접촉식 스마트카드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토큰이나 동전을 사용하던 것은 옛말이 돼 버렸다.이 비접촉식 스마트카드는 지갑이나 가방안에 들어 있으면 라디오주파수(Radio Frequency)를 이용하므로 굳이 꺼내 들지 않아도 대금지불이 가능하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러 지하철역 구내에 들어와 바로 게이트에 다가가 역시 지갑째로 게이트 위에 설치된 단말기에 가까이 갖다 대기만 하고 통과했다.전차를 기다리면서 신문을 파는 카드식 자판기가 있어 지갑을 가까이 갖다대고 신문을 1부 샀다. 경제면에는 전자지갑 가맹점이 1백만을 넘었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홈뱅킹용 전화겸용 단말기가 개발됐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김씨는 회사근처의헬스클럽에 도착해 같은 비접촉식 스마트카드를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에 갖다 댔다. 그 즉시 김씨의 신분이 확인됐고 자동문이 열렸다. 아침운동을 마친 김씨는 구내식당에서 해장국을 먹고는 카운터에 설치된 단말기에 스마트카드를 가까이 갖다 대고 대금을 결제했다.회사에 출근해 아침회의를 마치고는 곧바로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 업무용 차량을 배정받아 거래처로 향했다. 가는 도중 유료도로를 지나는데 차량앞에 달려있는 OBU(On Board Unit)에 법인 스마트신용카드를 삽입해 놓고는 논스톱으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거래처에 도착해 주차장에 설치된 주차미터기 옆에 차를 세우면서 유료도로를 통과할 때마다같이 OBU를 이용해 무선으로 주차비를 지불하도록 한 뒤 거래처를 방문했다.회의가 끝난 후 거래처 직원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로 하고 근처식당에 들어갔다. 식사후 웨이터가 갖고 있는 휴대용 단말기(HandyTerminal)를 건네 받아 법인 스마트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웨이터에게 돌려 주었다. 그 즉시 휴대용 단말기에 부착된 미니 프린터가 사용내역을 인쇄해 주었고 김씨는 그 자리에서사인을 해주었다.예전처럼 신용카드 조회를 하느라고 몇십초씩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무현금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어디서나 후불 직불 선불을 막론하고 한 장의 카드로 모든 지불이 가능하게 됐다. 은행에 갈 필요도 없어졌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자유롭게 예금을 인출해 카드에 담아놓으면 되니까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자녀의 스마트카드에 전자지갑을 이용해 금액을 새겨 넣어 준다. 항공권도 PC로 예약하고 스마트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나서 바로 공항으로 탑승하러가서 보딩패스없이 비행기 입구에 설치된 게이트에 스마트카드를갖다 대기만 하면 좌석번호가 적힌 티켓이 나오고 탑승하면 된다.업무자동화로 해석되는 무현금사회의 실현. 그리고 그것이 사업전반에 미치는 무한한 파급효과. 이러한 것들은 먼 장래의 일이 아니다. 버스 지하철등은 지금 시험중에 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이 시작된다. 논스톱 방식의 유료도로 통행료 징수도 내년에는남산 1, 3호 터널에서 시험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다.요즘 신문이나 TV에서 전자지갑에 대한 보도가 활발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무현금 사회로의 진입이 시험되고 있다. 이러한 관련사업을 하고 있는 필자도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정보화 사회의 한 복판에서 때로는 섬뜩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이러다가 사람 몸에 IC(집적회로)를 삽입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모든 사회현상이 그렇듯이 정보통신산업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보화사회가 우리의 보다 나은 미래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