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7년에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최근 10여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능력있는 개도국으로서 주목받고는 있으나 세계적인인지도면에서는 아직도 신생국에 크게 다를바 없는 수준인 것 같다. 마하티르 총리라는 뛰어난 지도자를 만난 덕분에 혹자들은 말레이시아와 마하티르 총리를 동시에 놓고 비교하면 누가 더 잘 알려져 있을까라고 비교할 정도다.말레이시아도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Visit Malaysia 94)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상당한돈을 투자해 미국시민들의 말레이시아 인식도에 대해 조사한 적이있다. 이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이 싱가포르와 태국 사이에 있는 어느 나라라고 막연히 지칭하거나 심지어는 아프리카의 말라위공화국과 혼동하는 사례까지 있어서 당국에서는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이다.우리와 불과 6시간 남짓 비행거리에 있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물론 투자를 위한 비즈니스맨들의 인식도는 일반인들보다는 높다고 하겠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들과 한솥밥을 먹어야할 투자자들로서는인식을 보다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말레이시아가 현재 동남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떠오르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8년 연속 8%대의 고도경제성장 지속(금년의 경우 9.6% 성장으로 절정에 이를 전망), 교역 규모 1천5백억달러(1인당 교역규모 8천만달러로 우리의 6천만달러보다 우위),1인당 국민소득 4천달러(구매력기준 1만달러 수준), 실업률 2.8%로거의 완전고용수준, 물가상승률 3.4%, 여성 취업률 47.8% 등이 말레이시아의 경제적 좌표이다. 단적으로 말해 말레이시아는 우리가과거 30년간 고도경제성장을 해왔던 때와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동남아의 선발주자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는 아직 미치고 있지 않지만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는 이미 말레이시아의 상대가 아니며 잠재력면에서는 2개 도시국가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평가다. 경제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를 아시아의 5번째 용으로 지칭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수출상품구조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구조 및 동향이 객관적으로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 성공적으로 유치(제조업기준 외국인투자 누계액 4백억달러)될 수 있었던 원인은 투자유치를위한 제도 혹은 인센티브를 운용함에 있어서 자국의 산업수준을 잘반영함과 동시에 경쟁국보다 유리한 여건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외국인투자 유치정책에 다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이테크 전략산업투자 장려가장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는 종래 산업 구분없이 일괄적으로 승인하던 방식을 지양하고 하이테크 혹은 말레이시아가 필요로 하는전략산업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승인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됐다는점이다.그 까닭은 우선 2.8%의 낮은 실업률로 인해 노동자 부족이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법노동자를 포함한 해외인력이 전체 노동자의 약 15%에 이르는 1백2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나 경상수지적자 누증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추가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지정보에 밝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국내 보다 싼 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노동집약적산업을 말레이시아로 이전하려 한다면 십중 팔구 실패할 것이라는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노동력 부족은 임금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졸 초임이 현지화로 RM 2천(약 60만원)에 이르고있어 한국의 임금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말레이시아에서 수출상담을 할 경우 거래 초기부터 에이전트를 달라 하거나 합작으로 공장을 짓자는 제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현지시장에 밝지 못한 우리 기업의 상담요원들은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바이어가 서두르는데 대해 신뢰도가 떨어진다거나 혹은 거래 상식도 없다는 등으로 무시하기 일쑤이다.그러나 이들이 현지 에이전트를 달라고 하는 이유는 비교적 좁은시장(인구 2천만)에서 효과적으로 세일즈를 하기 위한 방편이며,합작공장 설립은 자국의 유리한 투자제도 혹은 인센티브를 충분히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이 나라에서 이미 보편적인 비즈니스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실제로 말레이시아에 투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고려해야할 사항은 합작 파트너를 누구로 잡느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계보다는 말레이계(Bumiputra)를 파트너로 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부미푸트라 정책 때문이다.말레이시아 정부는 원주민이자 다수 민족인 부미푸트라가 중국계보다 비즈니스 기반이 취약한 것을 보완해주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는물론 합작지분참여 의무화, 금융지원 확대 등의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부미푸트라가 중국계보다 비즈니스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들을 통해 합작공장 혹은 건설수주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합작파트너는 말레이계가 유리한편 현지에 투자진출하여 실패한 업체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우리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업체들이 너무 안이하게 현지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예컨대 모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영참여 기술지원 혹은 마케팅 등의 활동을 통하여 철저히 현지화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이를 태만히 했다거나, 현지 참여자인 교포 등에게 너무 의존함으로써 말레이시아측 파트너가 합작의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여 지분 정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이밖에 현지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계획을 추진하다가 도중에 운전자금 부족으로 중도 낙오를 한다든지 또는 공장부지로 땅을 샀다가농업용지라서 용도변경 절차를 밟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여 좌절하게 되는 경우를 가끔 보면서대부분의 문제가 우리 쪽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의 합작계약서 작성시 구체적인 내용을 반드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아울러 장래에일어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반드시 언급을 해 놓아야 한다.이와 관련된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국내 모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여 장기간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한뒤 이제 철수를 하려고 하는데투자자금 회수와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투자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을 하려고 하는데 상장을 할 경우 주식가격이 최소 2∼3배 상승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되어 있으나 합작계약서 상에 상장후 합작 지분비율에 대한 언급을 해 놓지 않고 있기때문에 파트너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파트너측은 최대한 상장시기를 늦추려 하고 우리 업체는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기업이 해외에 진출하여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현지 투자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더불어 진출희망 품목에 대한현지여건을 종합 대비해 봐야 한다.중국에 버금가는 ASEAN시장은 이미 AFTA(Asean Free Trade Area)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역내교역 상품을 오는 2003년까지 0~5%로 인하하는 스케줄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역내에 들어오지 않고 생산혹은 마케팅을 하는 기업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이렇게 볼 때 ASEAN 각국의 투자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분산투자를 유도함으로써 품목에 맞는 투자 최적지를 선정하고 역내에서 완제품은 물론 부품 혹은 중간재 등의 교역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진출 방법임을 국내업체 및 유관기관에 제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