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정보와 수송이 연결된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A국의 생산자로부터 B국의 소비자에게 이르는 물류 과정에는 수많은 업체가 관련돼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자신이 관여하는 운송과정의 물건을 직접 만져보거나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그저 문서작업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대부분의 사람은 정보이동이 물자수송보다 항상 빠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선적서류가 도착되지 않았거나 통관서류가 미비해서 거대한 컨테이너 수송선이 오도가도못하고 항구에 정박해 있기도 하고 축구장의 몇십배는 되는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눈비 맞으며 녹슬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역 절차에 매달린 수많은 업체와 기관의 이해를 조정하고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 업체나기관이 나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또 모든 절차 자체를 간소화하고 표준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복잡하다.1968년 미국 워싱턴의 한 사무실에서 에드 길버트, 조 칼리, 랄프노트 등 몇몇 중년남자들이 미국 운송업자들을 위해 표준화된 문서형식을 정하고 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코드화해 보자고의기 투합했다. 이는 표준화된 코드를 이용해 기업간의 거래에 필요한 문서와 정보를 컴퓨터 통신으로 전달하자는, 당시만해도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이들은 이 기업간 문서 정보교환방식을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라고 부르기로 했다.EDI는 3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야 상거래의 보편적인 방법으로 미국내에서 정착돼 가고 있으며 국제간 거래에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는 이미 10년전에 EDI 개념이 도입됐지만 최근에 와서야관세청과 해운항만청 무역협회 은행 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30년전 기술로도 가능했던 EDI가 그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무엇 때문일까. 바로 변화에 따른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충격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 들이는데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기업도 마찬가지다. 변화는 늘 위험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변화에 기업을 노출시키는데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하향식만이 변화에 맞닥뜨리는 유일한 길이다. 학벌 좋고 인물 좋고 경험 많은 경영자보다 변화의 고통을 사랑할 줄 아는경영자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