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이브는 왜 간통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정말로 바람난 여자일까. 그리고 낙원에서 추방되면서부터는 간통을 그만둔 것일까.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면 창세기의 이야기는 「이제 더이상간통할 수 없게 된」이브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모종의 사건이 있기 전만해도 간통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제 인간에게 간통이 죄가 되는 시간이 온 것이다.그리고 누구와도 즐길 수 있었던 섹스가 이제 한 남자외엔 안되는도덕의 문제로 전화됐다. 어떤 학자들은 남녀간에 계약에 의한 분업구조가 탄생했기 때문이라며 간통금지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아이를 낳고 보살피며 집안을 살피는 일은 여자의 일이 되고 밖에나가 음식을 구하는, 특히 수렵에 의해 고단백질 식량을 구하는 일은 남성의 일이 됐다. 문제는 자식에 대한 권리와 의무였다.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면서 그를 위해 힘든 노역을 하지는 않겠다는선언이기도 할 것이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거의 수백만년전에 이를위한 계약이 출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재산을 물려줄 핏줄의 순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간통을 금지시켰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간통금지가 남자의 강요가 아닌 여성의 자발적인 제안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간통의 반대편엔 제도로서의 결혼이 있다. 결혼이 본시 매춘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여성이 안정적으로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냥능력이 우수한 남자를 정해 독점적인 섹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주장이다. 물론 계약이 무너지면 여성도 사냥에 나서야 하고 덕분에 신생아는 굶어죽거나 맹수의공격을 받아 인류는 멸종했을 것이다.낙원에서는 물론 간통이 없었다. 언제나 간통했기 때문에 그것이죄가 될 여지는 없었다. 인간은 성에 있어서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 당초엔 인간도 발정기때만 섹스를 즐겼을지 모를 일이다.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언제나 섹스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대신간통이 규제당했다. 하나가 성적 자유의 진전이라면 다른 하나는성적 구속의 확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창조자는 언제나 모순된 두가지 모두를 주는 것이다.간통이 금지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인간에겐 보살펴야 할 자식이인식의 지평에 새로 나타났다.직립하는 인간의 신생아는 놀라운 수준의 미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아비는 이제 땀을 흘려야 했다. 간통금지는 노동력을 제공하는대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