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도박이 아니다. 일년에 2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최고 1억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들었다고 치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에 불이 나면 1억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다. 불이 나지않으면 본전조차 되돌려 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다. 매년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내지만 무사고로 보험회사만 재미본다는 볼멘소리도 적지않다. 이때문에 보험사가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봐 보험료를 올리려면 여론의 따가운질타를 받고 이를 의식한 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주저하곤 한다. 이처럼 보험은 적은 돈을 내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큰 돈을보상받을 수도 있지만 본전생각이 날때가 더 많게 마련이다. 이런측면에서 보험은 도박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이때문인지 과거 한때「도박보험」이란 별난 상품이 인기를 끈 적도 있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폴레옹에 대한 도박보험증권. 나폴레옹이1813년 6월21일 이전에 사망하느냐 또는 붙잡히느냐가 보험의 대상이었다. 현재 영국 로이드기념관에 그 증권이 보관돼 있다.이외에도 몇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18세기 당시 오랜기간 영국수상을 지낸 로버트 월폴의 목숨이 도박보험의 대상이 된적이 있다. 매일매일 그의 건강상태변화에 따라 도박률이 변했다한다. 1745년 사망시에는 실제로 수천건의 계약이 그의 생명에 붙어있었다고 전해진다. 또 조지2세에 대해서도 그가 전쟁(1747년)에서 무사히 귀환하느냐의 여부가 도박보험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루이15세와 연인관계에 있던 몇명의 여인이 언제까지 왕의 사랑을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계약대상으로 삼은 적도 있었다한다.이처럼 유럽에선 보험의 대상이 된 사람도 모르는 새 그 사람의 생명이 보험에 붙여지는 이른바 「갬블」로서의 도박보험이 유행했다. 이처럼 보험이 도박과 유사한 면이 있다해도 보험은 「대수의법칙」이라는 통계와 이에 근거한 과학적인 예측기법을 토대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도박과는 전혀 다르다. 대수의 법칙은 간단한 개념이다. 가령 10원짜리 동전을 공중에 던져 앞뒷면이 나오는 비율을 살펴보자. 한두번 던져서는 그 비율이 일정치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여러번 던질수록 앞면과 뒷면이 나오는 비율은 5:5에 가까워진다.대수의 상황에선 미래가능성에 대해 큰 오차없이 예측할 수 있단얘기다. 보험이 암이나 화재 등 동일한 위험을 가진 여러 사람이 하나의 집단을 만들어 적은 추렴(보험료)을 모아 한사람의 불행을 돕는 제도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사에서 보험을 설명하면서「萬人은 一人을 위해 一人은 萬人을 위해」라는 구호를 곧잘 인용하는 것도 이때문이다.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