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부터 새로 도입되는 할부금융이 출발부터 비끄덕 거리고있다. 설립 내인가를 받은 회사가 본인가 신청을 하지 않고 일부사는 엄청난 부실채권을 안고 있어 본인가를 받아 영업에 나설 경우부실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재경원은 일반 할부금융회사에 대해선 지난 12월9일까지, 주택할부금융회사에 대해선 12월15일까지 본인가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8월과 10월에 내인가를 받은 우리할부금융과 형진·건영주택할부금융등 3개사가 본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지금까지 금융기관 설립의 내인가를 받은 뒤 본인가 신청을 하지않은 경우는 우학KB증권등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빼고는 없었다.무더기 미신청이란 「이변」의 표면적 이유는 경영권 분쟁이나 영업준비 미비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할부금융에대한 전망이 불투명한게 더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할부금융 도입이 거론될 때만에도 10여개사 안팎만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 실제로는 34개사가 내인가를 받았다. 게다가 할부금융사와 업무영역이 겹치는 팩토링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로무제한 설립되고 있어 과당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주택할부금융사의 업무운용준칙이 당초보다 엄격하게 확정된 것이 본인가 신청을포기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S할부금융 Y차장)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할부금융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할부금융사의 경우 내인가 상황에서 무리한영업등으로 인해 거액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다. 할부금융이 출발부터 부실화될 소지가 많은 실정이다. 우선 대한주택할부금융은 논노등의 부실채권 8백억원 가량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설립자본금 3백억원보다 2.7배나 많은 수준이다.이에따라 사장을 교체하고 자본금을 늘리는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나 부실을 모두 떨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동양할부금융도 마찬가지다. 덕산 등에 4백억원 가까운 부실채권을물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인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경우 상당한 문제가 노출될 것이란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재경원, 제조업 운영자금 지원위해 인가늘릴 방침재경원은 그러나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할부금융은 자금조달수단이 자본금등 자기자본과 회사채발행으로 제한되고 있어서다. 『수신기능이 없는 금융기관은 예금자보호라는 특수요인이 없어 만일의 경우 할부금융사가 부도나더라도 피해를 입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않다』(서동원 재경원 중소금융담당관)는 설명인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계는 할부금융사 출범을 불안한 눈초리로바라보고 있다. 우선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재경원은 당초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할부금융사 인가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정했었다.그러던 것이 아파트미분양 지원과 기계산업지원이란 정책변수등에따라 내인가업체가 34개에 달했다. 게다가 할부금융사와 업무성격이 비슷한 팩토링회사(파이넌스사)는 설립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상법상 주식회사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설립할수 있다. 금융기관들은 물론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팩토링회사를설립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것이다.할부금융사의 부실화에 대해서도 재경원과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있다. 예금자 보호문제는 없을지 모르나 할부금융사도 정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만큼 부도가 날 경우 전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할부금융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산 투자자 보호문제는 여전히 남는다.재경원은 앞으로 할부금융사를 더 많이 인가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는 인가제를 없애고 설립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설립할수 있는준칙주의로 이행하는 것도 배제할수 없다』(재경원고위관계자)는말도 나오고 있다.이는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점차 완화해 나가되 경쟁에 뒤져 도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금융정책의 기본방향과도 일치한다는설명이다.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할부금융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거라는 얘기다. 제조업체에 대해 운영자금 지원을 원활히 하고 소비자에게는 판매대금 지급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되는 할부금융이성공적으로 착근되기까지에는 건너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