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30여년간 기적같은 고도성장을 이룬 원동력중 하나로 우수한 관료집단과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들 두 요인은 이제 성장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세계화 일류화가 국정의 당면 목표가 되었다. 따라서 경제도 체질을 바꿔야 하고 경제정책도 이같은 국정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달라져야 한다.정책결정자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경제정책의 결정과정이나 정책당국의 의식수준이 이런 환경변화를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예전과는 달리 경제정책의 수립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들이경험 식견 학식면에서 민간기업의 엘리트보다 더 낫다는 증거를 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에 비해 능력발전을 위한 기회도 적고힘있는 기관에 있다 보니 현실에 안주해버린 탓이라고 생각된다.또 정책결정과정도 선진국에 비해볼 때 상당히 폐쇄적이다. 이래서는 일류국가를 만들 가능성이 없다.◆ 국가 경영능력 뛰어나야 일류국가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일단 국가라는조직을 경영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나라의국가경영능력을 평가할 때 정치안정 민주주의 및 지방자치정착 행정효율성 정책투명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그 기준으로 들고 있다.이런 기준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는 물론 아직 일류국가가 아니다.우리가 이런 조건들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한데에는 정치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고 민주주의도 확고하게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경유착은 있었어도 민간의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장치는 만들지 못했다.그러나 모든 것을 정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경제정책의 당국자들도 비판받을 부분이 많다. 기업이나 일반 국민들이 특히 분노하는 것은 경제정책에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규제가 너무 심해 정부가 너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것이다. 사사건건 정부가 일일이 간섭을 하고 법규의 해석을 해주는 체제에서 정책이 투명하거나 예측가능해질 수가 없다. 상황에따라서, 그리고 담당자가 바뀜에 따라 법규의 해석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는 이래서 시급하다.국민소득이 늘어나면 정책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요구도 강해지지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욕구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서 김영삼대통령도 연초 국정연설을 통해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절대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많이 향상되었는데 왜 대통령이 이를 강조해야 하는 것일까.여기서 말하는 삶의 질은 소득이 늘어 단순히 소비수준이 올라가는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제도가 정비돼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사회복지시설이 확충되어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종류의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그러므로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유형, 무형의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잘 갖추고 각종 규칙이 엄격히 지켜져 사회기강을 확립한다는뜻도 된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자들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이런 점에두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뒷받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경제에는 선진국과는 달리 「민생문제」라는 과제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물가나 치안 중소기업문제같은 것들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이것은 경제의 효율성과는 관계없이 중산층 혹은 서민들이 느끼는심리적 안정감이다. 성장률이 아무리 높아도 정치가 흔들리고 체감물가가 높고 중소기업 부도율이 증가하면 민심은 불안해지게 마련이다.우리 국민들은 성장률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 안정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정책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는 선진국과는 달리 「국민정서」라는게 있다. 이것은 합리적인 가치판단이 아니라 우리국민이 가진 고유의 감성이다. 이 정서를 달래주지못하는 정책은 실패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