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사우디 일본 대사관에는 「JICA」라는 간판을 단 사무실이 있다. 이 사무실에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사우디에서 사우디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고 사우디의 경제 개발에 좋은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사우디 국민과 정부에 심어주고있다. 말하자면 일본은 단지 품질 좋은 상품을 일방적으로 판매만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협력 등을 통해 사우디의 경제 자립에 도움도 주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아무리 기술과 자본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교역불균형은 결국 쌍방간 무역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우위성을 장기간 지속시킬 수 없다. 사우디에 JICA가 설치된 것은 이러한 판단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일본과 사우디가 경제 기술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것은 지난 75년.이 협정에 의한 기술협력의 목표는 「인적자원개발(Development ofHuman Resources)」에 두어졌다. 그이후 지금까지 일본 정부 차원에서 수행한 주요 협력 내용으로는 일본에서의 기술연수 제공 및일본 기술자와 장비 기자재 등을 유기적 종합적으로 이용한 프로젝트 형태의 기술협력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JICA설치, 기술 문화 협력 강화이 기술협력을 수행하는 기관이 바로 JICA(일본국제협력기구:Japan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인 것이다.그러나 일본의 사우디 전략은 선진국이 후발국에 대해 전개하고 있는 통상적인 친근화 작업과는 좀다르다. 일본은 사우디에 대해 경제적 물질적 차원의 서비스만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는다.양국간 인력교류 추진은 물론 환경보존활동에도 참여하고 있고 수산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이미지」를 심는데 있어 장기적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방안,즉 문화적 접근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어학강좌나 TV 프로그램 방영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으며 이같은 작업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우선 JICA가 벌이고 있는 기술협력 사업의 한 사례로서 지난 74년부터 시작된 「리야드 전자연구원」프로젝트가 있다.리야드 전자연구원은 JICA와 사우디 아라비아측 파트너인 「종합기술직업훈련기구」(GOTEVT: General Organization For Technical & Vocational Training)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술고등학교 성격의 교육기관으로서(계약기간은 74년 5월부터 96년 9월까지)일본은 이 기관에 대해 △ 커리큘럼과 기자재 계획 △ 실습교육을위한 교재와 교수 강의 교범 작성 △ 사우디 교사진의 일본내 연수△ 실습장비 제공 △ 일본 기술자 파견 등을 제공했다.사우디 정부는 이 학교를 리야드 소재 전문학교인 The JuniorCollege of Technology의 전자기술과로 확장, 승격시킬 계획이며일본 정부 또한 이같은 확장승격 계획에도 일정한 형식의 참여를할 예정이다.JICA는 일본의 전문가 파견을 통한 기술협력도 진행중에 있다. 주요 사업목표의 하나는 표준화(Standardization)분야. JICA는 사우디 아라비아 표준기구와의 협력하에 지난 1980년부터 사우디의 공업 표준화 및 인증제도 확립, 실험기술, 규격 및 품질검사와 관리분야에서 사우디 관련 기관 직원들을 교육시켜오고 있다. 아울러일본은 사우디의 공업 표준화 정착을 위해 지금까지 총 27명의 전문가를 파견했고 현재는 2명의 전문가가 전자분야에서 일하고 있다.하지만 일본의 사우디 지원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JICA는1993년부터 사우디 국립 야생보호 및 개발 위원회와 함께 소택지와숲(Mangrove)살리기 프로젝트도 수행하면서 △ Mangrove의 분포상태 조사 △ Mangrove의 문제점 파악 및 해결책 제시 △파라산섬의Mangrove 관리 방안 수립 등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또 같은해 11월부터는 사우디의 농산 및 수산업과 해상운송 분야에해당 전문가를 파견해 수산업 통계자료 수집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이밖에 △ 부화장 설치를 위한 노하우 제공 △ 해상운송을 개발 촉진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 작성 △ 해상운송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분석 및 평가 △ 해상운송에 대한 법과 제도 정비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위한 전략인 듯인력 교류 및 교육 연수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협력 분야다. 사우디인의 일본내 기술연수는 1960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공업, 통신, 인력개발 등의 분야에 걸쳐 약 9백명의 연수생들이 JICA의 연수 과정을 이수했다. 또 1970년부터 94년말까지 1백98명의 사우디대학생들이 일본기업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으로 일본대학에서 공부하거나 OJT(On the Job Training)교육과정을 밟았다. 이밖에 킹 화아드 석유광물대학, KACST(King Abdul Aziz City for Science &Technology), PEC(Petroleum Energy Center) 등의 기관과도 세미나등을 통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역시 일본측 부담으로 킹 사우드 대학에 교수를 파견, 일본어과 개설을 준비중이며 TV 일본어 강좌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본내 방영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연속극 「오싱」 등 일부 일본 TV 프로그램이 이미 이곳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문화적 정서적 측면까지 그 영역을 늘려가고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JICA가 지금까지 사우디 정부에 파견, 각종 지원을 제공한 일본인전문가는 4백60명에 이른다. 관련을 맺은 사우디 정부 부처만도 석유자원성을 비롯, 통신성 교육성 노동사회성 농업수자원성 기획성등 대부분의 주요부처가 해당되어 있다. 심지어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업인 「SWCC (Saline Water Conversion Corporation)」에도전문가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이 사우디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JICA의 활동영역은 기술적 측면을 비롯해 환경 교육 수산 문화 분야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하기 이를데 없다. 일본은 사우디 정부 곳곳에 포진하면서 국가 정책 결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고 자 하는 것이다.일본이 이처럼 총력을 다해 강도 높은 서비스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바라는 일본의입장에서는 사실 「사우디의 일본화」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이같은 노력을 보면서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공급 문제에 관한한 한국은 일본과 동일한 입장이지 않은가. 일본의 사우디 경협전략은 전반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대 후진국 교역 전략은 물론이거니와 에너지 등 자원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서 충분한 시사가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