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를 부러워한다. 석유석탄 광물 비옥한 토지 등 천연자원은 경제발전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풍부한 천연자원이 국가경제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지극히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현실은 그렇지 않다.석유 농지 또는 광물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경제 위기에 처한 경우를 신문뉴스에서 접하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X국은 어떻게 그러한 천혜의 강점을 헛되이 하였는가. 반대로자원 빈국인 Y국은 어떻게 X국을 앞질러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가.몇나라만 예를 들어도 X국은 멕시코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Y국으로는 한국 대만 일본이 쉽게 떠오른다.◆ 현대, 인적자원·자본의 중요성 증대과거의 경제사를 보면 자원부존도가 성공적인 경제발전에 결정적인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수천년동안 농업과 천연자원이 소득과부의 거의 유일한 원천이었다.이집트 문명은 나일강가의 비옥한 토지에서 번영을 구가했다. 양모와 밀의 생산으로 영국은 부를 축적, 장엄한 교회의 건설이 가능했다. 신대륙에서 들여온 금덕분에 스페인은 16세기 유럽의 패자가될 수 있었다.근대적 의미의 산업이 출현한 이후에도 천연자원은 경제발전의 지배적 요소였다. 미국 남부의 백인들은 목화생산으로 풍요를 누렸다. 산업혁명초기의 영국 벨기에 등에서 공장이 세워졌던 것도 철광과 석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9세기말 아르헨티나와뉴질랜드는 광활하고 비옥한 농지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의반열에 섰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공화국도 풍부한 광물의 매장량 덕분에 부국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그러면 천연자원이 부국을 만든다는 명제는 참인가. 유감스럽게도역사와 경제학을 좀 더 엄밀히 검토하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에주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천연자원의 중요성은 자명하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서라면 풍부한 천연자원의 장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다른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아니, 더 큰 문제는 천연자원의 존재 그 자체가 다른 조건을 동일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역사의 기록을 살펴보자.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번영을 누렸던 나라들은 얼마 안있어 대부분 영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재기의희망은 어둡다. 스페인은 금수입의 결과 인플레와 성장의 둔화를피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식민지였던 네덜란드는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을 앞서게 된다.18세기에 아이티는 대유럽 수출액이 미국보다 많았으나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미국 남부에 비해 부존자원이 크게 열세인 북부는 산업화의 덕택으로 남북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한다. 20세기초 자원부국인 러시아는 러일전쟁에서 결코 자원이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일본에 참패를 당한다.이러한 추세는 현대에 이르러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천연자원이외에 인적자원과 자본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의 대부분이 천연자원에 있어서 이렇다 할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주목할 만하다. 일본 스위스 덴마크 등이 두드러진 예다.오스트레일리아는 아직 부국의 대열에 끼여 있지만 상대적으로는경제는 침체되어 있다.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일인당 국민소득은 낮다.이러한 패턴은 한나라안의 지역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의경우, 천연자원이 풍부한 루이지애나와 텍사스는 별자원을 갖고 있지 않은 코네티컷이나 매서추세츠에 비해 일인당 국민소득이 크게열세이다.개발도상국은 어떠한가. 지난 3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시현한 대표주자로는 동아시아의 자원빈국인 한국 대만 홍콩을 들 수 있다.최근들어 태국이 이 그룹에 합류하고 있다. 반면 자원부국인 멕시코 베네수엘라 가나 나이지리아의 참상은 대조적이다.한 때 전세계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OPEC국가들은 현재 심각한 경제적 재정적 상황에 처해 있다. 맹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도 예외라 할 수 없다.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상황을 보다 넓게 조감하면 위와 같은 패턴이 예외적인 돌출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하버드 대학의제프리 삭스 교수와 앤드류 워너교수는 「천연자원과 경제성장」이라는 논문을 발표, 1971년부터 1989년까지의 97개국의 경험을 대상으로 자원의 보유상태와 경제발전의 관계를 평가하였다. 상기 논문은 회귀분석을 이용, 양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보다 부존량이 적은 국가의 성장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성장률 상위 18개국중 천연자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나라는 말레이시아와 모리셔스 두나라에 불과하였다.통설을 뒤엎는 놀라운 결론이다. 그러나 천연자원과 경제성장의 역관계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또한 최근 들어 일부 학자들은 천연자원이 축복에서 저주로 바뀌는배경을 사회 정치적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자원부국이 겪는 문제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메더치병?이다. 이용어는 195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 유전이 발견된 후 발생한 네덜란드 경제의 문제점에서 유래하였다. 더치병의 주요 증상은 제조부문의 위축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진단은 일치한다.제조부문이 위축되는 요인은 두가지로 대변된다. 천연자원의 개발은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당한 투자가 소요된다. 결국 제조부문등에 투입될 생산적인 투자가 자원개발로 돌려지게 된다. 제조업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경제구조에 있어서 경제전체에 상당한 주름살이 생길 수밖에 없다.또한 자원수출의 증가나 자원수입의 감소로 환율이 상승하게 되어수출경쟁력이 약화된다.영국의 정책당국은 1970년대 후반 북해유전개발에 착수할 때 더치병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1980년대 초 파운드화의 절상과 제조업 위축이 나타났다.6대 주요 석유 수출국의 환율은 1970년대에서 1984년 사이에 거의50%나 급등했다. 유치단계의 제조업 부문이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더치병은 과장되게 알려진 측면도 없지 않다. 환율상승은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소비나 공공투자를 증가시키는 등 유익한 영향도 있다.최근들어 제조업 부문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고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크게 낮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제조업 부문의 위축도 우려할 바가 아니게 되었다. 금융 및 재정정책을 통하여더치병을 막을 수 있는 노하우도 축적되었다.오히려 이제는 더치병을 치유하려는 과잉 노력이 경제에 역작용을초래하는 것을 걱정하게 되었다. 지나친 보호나 보조금지급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더 큰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자원부국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보다 근본적인문제는 일반 재화나 용역에 비해 원자재는 가격변화의 폭이 훨씬크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자원경제는 외부충격에 취약하다.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할 경우 적절한 조정장치가 없는 것이다.1970년대 후반의 커피가격과 원유가격 변화를 예로 들어 보자. 커피가격은 1975년과 1977년 사이에 216%나 올랐고 원유가격은1977년∼1980년 기간 동안 154%나 상승하였다. 원유가격은 그후 급락하였다.가격상승기간동안 교역 조건이 엄청나게 개선되었음은 물론이다.그러나 가격상승기간이 지난 후 커피수출국이나 원유수출국은 다같이 국제수지가 오히려 악화되어 있었으며 경제성장률은 둔화, 일부국가는 파탄직전까지 이르렀다.◆ 빠지기 쉬운 함정 - 공공부문의 급격한 팽창복권에 당첨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뜻하지 않게 생긴부는 현명하게사용하기 어렵다. 무작정 소비할 수도 없고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금융시장도 엄청난 자금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대비 태세가 되어 있지 않다. 투자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도 마땅치 않다.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도 투자는 제약을 받지만 돈이 갑자기 많아진 경우에도마찬가지이다.여기에서 자원부국이 빠지기 쉬운 함정 - 즉 공공부문의 급격한 팽창이 나타난다.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한 수익은 세금 또는 국영회사를 통하여 정부에 귀속된다. 정부는 당연히 다음과 같은 세출예산을 편성한다.- 사회보장제도의 확충(네덜란드, 노르웨이), 새로운 수송망건설(트리니다드), 수도 이전(나이지리아), 교육 복지 제도개선(모든 나라 해당)… -공공지출의 증대는 반드시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올바른 공공투자는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원가격상승으로벼락부자가 된 국가들의 경우 투자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투자수익률이 극히 낮거나 마이너스인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재정지출의 확대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단 착수하면 중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원이 고갈되거나 수출가격이 하락하면 지금까지 집행하던 세출예산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조정은 더 어렵다.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는 당연한 결과이다.재정파탄도 드물지 않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저주로 변할 위험을적절한 정책을 통해 최소화하는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제조업의 강화, 경제부문간의 균형적 발전, 해외투자등으로 현명하게 대처한 사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쿠웨이트에서 찾아 볼 수있다. 영국도 북해유전 수익의 일부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수많은 나라의 실패사례 및 소수국의 성공사례에서 천연자원 붐을 경제발전으로 연결하는 몇가지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경솔한 재정확대를 피하고 공공부문을 최소화하라. ▷자원수입의증대를 지속적인 흐름으로 착각하지 말라. ▷공공부문에 투자할 경우 교육 또는 기초 사회간접 자본 부문에 생산적으로 투자하라. ▷개방을 통해 해외경쟁에 적극대응하고 자본이동을 자유화하라. ▷해외 자산을 축적하라.이상의 충고는 통상적인 경제 운용에서도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이므로 자원부국이라고 해서 실행하기가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와같은 지침을 실행하기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경우에만 유별나게 정부시스템에 문제가 많거나 경제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아니련만 실패의 길로 가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바로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20살의 청년이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고 방탕한 생활로 오히려엄청난 빚을 지게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부존자원은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지대를 발생시킨다. 지대란 생산자가 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의 차이이다. 천연자원붐의 혜택을 받는 나라는 엄청난 지대를 향유하게된다. 지대가 커질수록 생산자는 부유해지고 천연자원이 풍부할수록 국가경제는 넉넉해진다.◆ 천연자원 지대 획득위한 ‘권력투쟁’ 위험수위문제는 지대의 혜택을 일단 맛보면 지대의 유혹에 더욱 더 빠지게된다는 점이다. 천연자원에서 생성되는 지대는 다른 원천 또는 생산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크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권력은이 지대를 차지하려고 움직인다. 자원부국의 권력투쟁은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둘러싼 갈등이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 일정한 액수의 돈을 주어보라. 그들은 주어진 돈을 투자하여 총액을늘리려하기 보다는 분배의 문제로 자원을 낭비한다. 역사가 이를증명한다.1970년대에 멕시코에서는 석유 수익의 분배를 둘러싸고 전쟁이 지속되었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여타 석유 수출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석유 수출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자원부국이 지대 분배를 둘러싼 갈등으로 기회를 놓치고 부를 날렸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이다.선진국의 경우 지대경쟁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 타격을 가져온다. 루이지애나주는 도로와 의료시설 확충에 과잉투자함으로써 다른 부문과의 불균형이심화되었다. 알래스카는 원유수출에 따른 배당액 확보에 지나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다른 문제는 등한시되었다.풍부한 자원의 혜택으로 사람들이 무위도식하게 됨에 따라 교육이나 근면이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나태와 게으름이 만연한다. 민주적 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경제가 후진단계에 있는 국가의 경우 상황은 더 나쁘다. 지대를 둘러싼 갈등이 정부의 부패를 가져오고 결국은 경제 전체의 기능이 부패구조에 길들여진다.멕시코 베네수엘라 중동국가 및 아시아의 석유 수출국들이 전형적인 예이다. 천연자원부문에서 시작된 부패풍조는 공공부문 전체로확산되고 정부조직으로 번진다. 사회 불안이 뒤따른다. 원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주로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서 발견된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인과관계를 오해한 것이다. 원유와 원유를 둘러싼지대경쟁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다.가장 가난한 대륙인 아프리카는 가장 비극적인 케이스이다. 지하자원이나 유전개발에 따른 부로 인해 앙골라와 자이레에서는 내전이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아프리카국가에서 부존자원에서 발생하는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정부가 부패해지고 전복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막대한 원유매장량으로 당연히 부강해질 수 있었던 나이지리아의경우는 극단적인 케이스이다. 이 나라는 독립이후 엄청난 원유 수출 수익을 둘러싼 분쟁으로 내전과 군사쿠데타가 계속적으로 발생,혼란상태에 빠져 있으며 부패는 사회전체에 만연되었다. 1970~85년중 공공부문 투자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의 75%가 정부 관리에 대한 뇌물과 외국 은행 구좌로 빠져나갔다는 계산도 있다. 오늘날의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패하고 가장 많은 채무를 지고있으며 가장 성장이 느린 나라중 하나이다.어느 가난한 나라에서 갑자기 원유매장량이 확인되거나 다이아몬드광산이 발견되었을 때 그 나라의 미래가 장미빛으로 보이기 보다는 그 나라 국민이 더욱 불쌍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자원붐에 따른 부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날은 요원한 것일까.메The natural resources myth? Jan. 5, 1996 ⓒThe Economist,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