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한마디로 중소기업의 나라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기업중 종업원 50명 미만의 소기업이 전체의 99.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기업수 3백30만1천여개중 50명 미만 기업수3백28만개), 전체 고용인구 1천4백60만명중 종업원 50명 미만인 소기업 종사자가 9백73만4천여명으로 66.6%를 점유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패전의 어려움을 딛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데에는이 개미군단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성장 발전하게된 뒤안길에 강력한 지원체계를지닌 별도의 정부기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도 2차대전이후 정부 주도의 강력한 산업정책을 추진해오기는 했으나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예나 지금이나 산업부 (Ministry ofIndustry, Commerce and Craft)내 산업국이다. 산업국내 19개의 과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개입, 자금지원, 기술지도 등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탈리아의 경우는 하나의 중요한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중소기업 정책의 성공은 별도기구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는게 아니라 지원의 내용과 그 효율성에의존한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크게 자금지원과 조세감면으로 나눠진다. 자금지원의 경우 △ 생산설비 구입자금과 같은 일반기업지원△ 해외시장 개척자금지원, 중소기업 기술개발 자금 지원 등과 같은 기업부문별 지원 △ 전국 각 지역별로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개발자금지원의 3가지를 들 수 있다.또 조세감면의 경우에는 △ 개발이 낙후된 남부 메쪼 조르노 지역소재 업체들에 대한 법인소득세, 사회보장세 등의 면제 또는 감면△ 북부 지역에 소재한 업체의 경우 첨단기술 분야 등 업종에 따른조세면제 감면혜택 등이 있다.지원체제와 더불어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이탈리아 중소기업 정책의 특성이다. 「강한 개미군단」을 일궈낸 배경이라할 이정책은 △ 지역별 특화 △업체별 전문화 △ 분업화의 3가지로 구분지을 수 있다.◆ 지역상공회의소 등 금융기관 권한 강화우선 지역 특성에 맞게 집단화된 산업단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예컨대 가구산업은 밀라노 근교 메다, 피사, 남부의 바리 등에 밀집되어있고, 피렌체를 위시한 토스카나 지방은 가죽산업의 집산지로서 가죽 가공에서부터 염색, 의류 및 악세사리제조에 이르기까지공정별로 업체들이 모여있다. 이밖에 코모지역은 견직물, 토리노지역은 자동차 부품 및 기계 산업, 북동부 벨루노 지역은 안경산업의 메카이다.둘째로 분업생산 및 전문화를 들수 있다. 안경, 광학관련 업체의80%가 몰려있는 벨루노 지역을 예로 들면 다수의 소기업들이 각 제품공정별로 균등히 분포되어 있으며 생산단계 별로 세분화되어 있어 고도의 전문화를 꾀할 수 있다.셋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호 협력체제가 잘 구축되어있다는점이다. 「조르지오 아마니」나「미쏘니」와 같은 브랜드의 향수또는 악세사리가 중소기업 납품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생산은 중소기업에 하청을 줌으로써 우수한 제품을 획득할 수 있는 한편 중소기업은 안정적인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이런점에서 이탈리아의 중소기업 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편중정책으로 인해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 업체들간의 분업체제가 정착되지못한 한국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들어 중소기업 지원을 비롯한 산업정책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권한이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지원과 관련된 기능은 각 지방정부나 협회 등 관계기관으로 분산되어 있고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경우에만 개입한다. 관할 지역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지방정부에서 관장하며 자금지원을 위한대상업체 선정이나 지원규모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해외무역공사(ICE)나 지역상공회의소 및 각 지역 은행, 중앙신용기금 등과 같은 금융기관의 권한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박원경 KOTRA 밀라노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