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직원 B가 퇴직하자 회사 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소정의 퇴직금을 산정해 지급했다. 그러나 B는 그 돈을 받은 다음 B가 A사에입사하기 전의 경력이 근무기간에 가산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A사에 그 기간을 합산할 경우 추가되는 퇴직금을 요구했다. A사는 입사전 경력을 근무기간에 가산한다는 규정도 없고 B와 사전에 그와같이 약정한 사실도 없으므로 B의 요구를 거절했다.B는 A사가 퇴직금지급을 안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각 요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사는 B가 막무가내이므로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B를 상대로퇴직금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소송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아니하는 가운데 노동부는 A사에 공문을 보내 B에게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A사는 사회적으로 물의가 커지는 것을 막고 노동부 지시를 거부하였다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 우려되는데다 B가 요구하는 퇴직금을지급하더라도 위 소송에서 A사가 승소하면 추가로 지급한 퇴직금을돌려받을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지급키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B가위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 퇴직금을 반환하겠다는 각서를 써달라고 B에게 요청했으나 B는 그러한 각서를 써줄 수 없다며 무조건 지급을 요구했다.이 경우 A사는 B로부터 각서를 받지 않고 추가 퇴직금을 지급하면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결론적으로 이 경우 A사가 B로부터 각서를징구하지 않고 퇴직금을 지급한다면 나중에 퇴직금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A사가 승소하더라도 B로부터 이미 지급한 돈을 반환받지 못한다. 민법 제7백42조는 『채무없음을 알고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비채변제(非債辨濟)가 되어 다시 돌려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판례는 채무없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진의에반해 지급한 경우에는 비채변제가 아니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기는 한다. 그러나 채무없음을 알고 지급한 경우에 비채변제가 아닌 것으로 반환청구가 인정되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다.판례는 경매가 진행중이어서 경매를 취하시키기 위해 부득이 채무를 변제했다고 하더라도 비채변제에 해당돼 지급한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A사 경우처럼 퇴직금채무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민원해결차원에서또는 노동부 지시에 의해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부득이한사정으로 진의에 의해 지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다만 강제집행에 의한 변제는 진의에 반해 지급한 것으로서 반환을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된다. 판례는 민사소송 1심에서 피고가 채무없다고 주장했으나 가집행선고가 붙은 피고패소판결이 선고된 경우강제집행이 들어오기 전에 피고가 판결금을 지급한 경우도 비채변제가 아니라고 한다.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돈에 대하여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판결선고일로부터 연25%의지연이자가 가산되는데 1심 판결에서 패소한 피고가 그와같은 고율의 지연이자를 피하기 위해 항소하면서 1심판결금을 변제하더라도비채변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와같은 경우는 피고가 항소심에서 승소한다면 승소한 금액만큼 반환을 청구할수 있게 된다.채무없음을 알고 지급한 경우에만 반환청구가 부인되므로 채무없는데도 착오로 지급한 경우는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실제 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은 반환청구를하는 지급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급을 받은 상대방에게 있다.통상의 경우에는 지급인이 채무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곤란하나 지급인이 지급하기전에 채무존재를 다툰 사실이 있다면지급인이 채무없음을 몰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게 된다. 이 건의 경우도 A사가 처음에 퇴직금채무가 없다고 한 것이 채무없음을알고 지급한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비채변제를 피하기 위해서는반드시 각서징구가 필요함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