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산의 사장에 취임하신지 15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동안 (주)기산은 경제정의기업상, 품질경영100선 선정, 95가치혁신부문 대통령상 등 무려 3개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비결을 소개해주시죠.3개의 상 모두 소중한 것들입니다. 이중에서도 경제정의기업상은건설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받은 것이어서 더욱 애착이 갑니다. 경실련은 그동안 건설분야에서 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사회적으로 건설업을 긍정적으로 보지않는 경향이 작용했나 봅니다. 저희 회사는기아그룹과의 특수관계로 인해 품질관리정신이 일반건설회사에 비해 강한 편입니다. 그동안 기아그룹의 공장건설을 담당해온 덕분이지요. 이 점이 수상을 한 비결이라면 비결이랄 수 있습니다. 물론기아가 모그룹은 아닙니다. 기아직원들이 주주로 되어있어 관계회사랄 수 있지요. 기아는 자동차산업으로 성장해왔고 기아의 철저한품질관리정신이 건설회사인 기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봅니다.▶ 국내건설업계는 불황이라고 야단들입니다. 언제 회복기에 들어설것으로 예상하십니까.현재 건설업계는 물량이 없어 불황이 아니고 경쟁이 심해서 불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건설업면허가 허가제였는데 최근에는등록제로 바뀌었죠. 업체가 많아지다보니 경쟁이 심해진 것입니다.이제 건설업은 아이디어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물량은 얼마든지 널려 있습니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회사는 이런 마음자세로 중국과 중동건설시장을 노크하고 있습니다. 1년전부터 공들여온 결과 이제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향후 어떤 사업에 역점을 두실 계획입니까.SOC와 플랜트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SOC부문은 사회간접사업에 대한 수요가 정부차원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어 시장이급확대될 것입니다. 플랜트분야도 승부를 걸어볼만한 사업입니다.자동차공장 건설에서 출발한 만큼 플랜트엔지니어링에서의 우위를최대한 살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플랜트사업과 성격이 유사한 레저산업을 특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레저산업중에서도도시형레저산업을 더욱 유망한 분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레저시설은 용평이나 용인등 서울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주말이면가장들이 피곤해합니다. 시간과 돈도 많이 듭니다. 우리는 차로 서울도심에서 1~2시간내의 거리나 전철로 갈수 있는 곳에 종합레저타운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시인들이 밤에도 스트레스를 풀수 있으려면 도시근교에 위치하여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실내수영장 사격 볼링장 등을 포함한 복합레저단지를 조성하고 교육성있는 레저시설을 아울러 설치할 계획입니다. 선진국 모델의 장점만을 골라 한국형 레저산업을 선도해 나가려 합니다.▶ 특정오너가 없는 기업의 최고책임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우리 회사는 주주 7만명으로 구성된 국민기업입니다. 일부주주가소유한 소위 가족기업(Family Company)이나 오너기업(OwnershipCompany)도 마찬가지지만 사회기업(Social Company)인 국민기업의경영자는 특히 분배정의를 이룬다는 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합니다. 저도 적게는 종업원, 좀더 넓게는 주주, 크게는 국민들에게분배하는 정신으로 경영하고 있습니다. (주)기산의 경영목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저의 경영철학이기도합니다.전문경영인은 장수할 생각을 가져선 안됩니다. 안주하지않고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래야 종업원과 주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고 기업도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너기업이든 국민기업이든 가릴 것 없이 전문경영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지요.▶ 최근 국내기업들은 노태우비자금파동으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부정거래의 대명사로 지적돼온 건설업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변할 것으로 보십니까.비자금이란 주고받는 것입니다. 조금 주는 대신 많이 되돌려 받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급공사도 공개입찰이어서 비자금이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민간수주도 발주자에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만입니다. 특히 전문경영인은 자기 주머니에 돈을챙길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국민기업인 저희 회사로서는 사회가 깨끗할수록 일하기가 훨씬 편합니다. 「경영진들은 어항속에 들어있는 금붕어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영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어항처럼 환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지요. 전표를 끊더라도 직원을 시켜야 하며 전표라는 것이 한두사람만을 거치는 것이아닙니다. 심복을 시키더라도 모든 내용이 알려지게 마련이지요.▶ 기업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비경영분야의 활동이 많으신데 이러한사회활동이 경영에 도움이 되십니까? 아니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경영상의 필요로 여러 사회활동을 한다고 볼수 있지요. 그린스카우트가 좋은 예입니다. 건설회사는 파괴한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자연의 재창조, 자연을 보호 관리하는 것이 건설업체의 역할임을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스카우트의 일환으로 기아자동차아산만공장을 세울 때 공장부지의 모든 나무를 밑돌림해서 이식한적이 있습니다. 공장이 완성될 때까지 보관하고 있다가 조경사업에이 나무들을 다시 심었습니다. 나무는 한 번 죽이면 그만이지만 키우려면 몇 십년이 걸립니다. 이러한 노력은 두가지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나는 자연을 지키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고그 고장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무의 이식성공률이 80%로 높았다는점입니다. 저는 시단에도 등단했습니다. 요즘 건설업계는 소프트화돼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느끼고 도와주려면 시인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딱딱한 건설업경영에는 시인의 마음이 절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찍이 복지분야에도 남달리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복지분야는 우리 모두가 분배정의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기업은 자본주의사회의 꽃입니다. 기업을 맡고 있는 사람이 정의로운분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사회의 그늘진 곳이 적어질 수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기업은 부를 사회에 환원해야지요.「이웃사랑실천회」란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러한 생각을실천에 옮기려는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장학금을 주고 야학도 실시하며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개최하고 있습니다.복지사업은 부의 분배란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기회분배라는 차원에서 더욱 절실한 분야입니다. 기회분배는 능력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태어날 때는 사람의 능력이란 대개 비슷비슷하지만 자라면서 차이가 납니다. 가정이 부유한 아동일수록 그만큼 기회가 많습니다. 그들은 우선 부모를 통해 시야가 넓어지지요. 청소년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길은 복지향상이지요.▶ 신한국당 구로을지구당 위원장으로서 정치활동을 하고 계신데 기업경영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지요.정치활동은 경영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많습니다. 예전의 경조사를찾아 다니는 것과 같은 폐습적인 요인으로 인해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수주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건설발주 때 건설업체 뿐아니라 사장의 됨됨이를 보는 경우가많습니다. 회사는 물론 사장이 공신력이 있어야죠. 건설업계는 한번 공사를 하고 여차하면 도망치는 사장도 있지요. 하지만 지역구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가로 활동하면 사람들로부터 보다 신뢰받을수 있어 경영에도 도움을 주지요.저는 갑자기 지명(차출됐다는 표현이 적절?)돼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이제 왜 정치를 잘해야 하는지를 조금 느끼는 수준이지요.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어떤 것인지도 어슴푸레 깨닫고있습니다. 저는 진실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말만하지 않고 믿음을 실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란 큰 봉사라고생각합니다. 지역주민을 위한 더 나은 봉사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벌여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여야의 싸움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복지의 방법론을 놓고 여야대결을 벌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지요.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당의 별도지시가 없는 한 환경·복지 분과위원회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크고작은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합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음가짐은.아직 감동줄만한 인생의 고비는 기억에 없는 것같습니다. 원래 집안이 목사를 지낸 아버지를 두었기에 평탄했습니다. 가난했지만 마음은 항상 풍요로웠습니다.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에 들어와서도 줄곧 일에 매달려왔습니다. 92년의 국회의원선거 낙선때도 실망하지않았습니다. 갑자기 공천을 받고 치른 선거였기에 시간적 여유가없었습니다. 2월 1일날 공천받았는데 3월24일 선거를 치러 준비를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낙심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지금 마음이 가장 피곤하지요.틈만나면 직원들하고 등산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기아등산반의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등산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낚시도 매우 좋아하지만 요사이는 통 틈이 나지 않습니다. 골프도 치지만 일로 인해 골프를 통 못친지도 몇 년이 됐습니다. 요즘에는 기업경영과 지역구관리에 힘쓰느라 하루에 서너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입니다. 시간이 나면 시심도 가다듬어 시작에도 매달릴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