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고수들은 반상에 돌이 거의 없는 초반부터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다. 하수들로선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 넓은 바둑판에둘 곳도 많건만 왜그리 심사숙고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첫수부터 시간을 물쓰듯하면서 마지막엔 초읽기에 몰리기 일쑤다. 고수들이 장고를 하는 것은 물론 초반 몇수로 전체 대국의 구도를잡기 위한 것이다. 세력이냐 실리냐를 이때 결정하게 마련이다. 수십수후의 천변만화를 심중에 그리며 초반 포석을 소목으로 할 것인지 화점으로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선택한다.「개인기업이냐 법인이냐」. 자기 사업을 하려고 결정한 사람이 포석단계에서 가장 심사숙고해야 할 것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형태이다. 이들은 앞으로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사업형태나 규모, 앞으로의 성장가능성 등을 감안해 기업형태를결정해야 하며 역으로 기업형태는 이같은 기업의 장래에 영향을미치게 된다. 개인기업과 법인은 각각 나름대로 특징을 지니고 있다.따라서 ?기업형태를 결정하기 전에 이같은 장단점을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김태진 태진물산사장은 지적한다.◆ 사업규모·성장가능성·세금 등 감안해야기업형태는 자금조달이나 신용도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장단점을갖고 있다.우선 개인기업은 개인이 자본을 출자하면서 동시에 경영자로 참여하게 된다. 다시말해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단독기업으로 법률상기관이 분할되어 있지 않고 회사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도필요없다. 한마디로 내가 내돈 내서 하는 사업으로 누구의 간섭도받지 않고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형태이다.설립절차도 간편하고 휴폐업도 쉽게 할 수 있다. 관할 세무서에서사업자등록증만 교부받으면 영업에 들어갈수 있다. 별도의 인허가업종인 경우엔 물론 해당 관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말이다.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할 때도 신청서와 사업인허가증사본(인허가업종의 경우) 주민등록등본만 있으면 된다. 처음에 적은 자본으로시작하는 사람은 개인기업으로 출발하는게 바람직하다.설립절차가 간단한 것뿐만 아니라 개인기업은 활동이 자유롭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품목선정에서 영업 거래계약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이윤을 혼자 독점할 수있는 면도 장점이다.이밖에 개인기업은 흔히 소수의 가족이나 친근한 사람과 같이 일하게 돼 경영방침 제조방법 판매정책 등에서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이같은 이유때문에 업력이 오래됐거나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업체중에서도 노하우를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개인기업형태로 유지되는경우가 의외로 많다.한국종합목재도 하나의 예이다. 이 회사는 역사가 40년이나 된 목재업계의 중견기업이다. 지금의 최병길사장은 창업자인 최득수씨의아들로 회사를 이어받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기업형태이다.포장기계분야의 대표적인 업체중 하나인 동성포장기계도 역시 개인업체이다. 이 회사는 각종 자동포장기계를 만들어 내수판매는 물론수출도 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창업주이자 오너인 정완용회장은 한국포장기계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이밖에 액세서리업체로 1백여개국에 연간 5백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보우실업이나 금속사무용가구업체인 극동사무가구, 만화영화제작업체인 라프드라프트코리아도 개인업체이다. 이들은 모두 남의간섭을 받지 않고 신속하게 의사결정해 소신껏 기업을 이끌고 있다.기협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5인이상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할 때개인기업은 전체 기업의 64%나 된다. 대신 여러가지 단점도 있다.개인기업의 가장 큰 단점은 경영주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발생한 부채나 손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해 때로는 집을 비롯, 자기 재산을 모두 처분해서 물어줘야 한다.기업을 영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기업주는 기업과한몸을 이루고 있어 개인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기업마저 흔들리게 된다.자본을 조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금융기관은 개인기업에 대해선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자금을 대출받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신용보증기관 등각종 지원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데도 한계가 있다.최병길 한국종합목재사장은 ?개인기업들은 사세를 키우는 대신 실속을 챙기면서 자기자금으로 알차게 운영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기업서 출발, 연 7천개 이상 주식회사로 전환법인은 개인기업과는 정반대이다. 법인의 형태로는 주식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회사가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은 주식회사이다. 법인설립형태의 95%이상을 주식회사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주식회사는 우선 설립절차가 개인기업보다 훨씬 복잡하다. 주식회사를 설립하는데는 발기설립과 모집설립이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형태인 발기설립절차를 보면 우선 발기인들이 모여 정관을 작성하고 이를 인증받은 뒤 주식인수 발행주식가액을 납입하고 발기인대회를 열게 된다. 이어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고 검사인을 선임한 뒤조사를 거쳐 창립총회와 설립등기를 마치게 된다. 정부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상법을 개정, 발기인수를 7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등창업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여전히 개인기업에 비해선 까다롭다. 이는 주식회사 자체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근대적 의미의 기업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인데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기업을 경영토록하고 있어서이다.또 절차가 복잡한 만큼 창업비용도 많이 든다. 등록세 교육세 채권공증료 등을 포함해 법인설립비용은 자본금 5천만원일때 약 2백만원 1억원일때 약 3백20만원이 들며 1억5천만원일땐 약 4백50만원이든다. 법인으로 운영하면 이중납세를 하게된다. 회사로서는 법인세를 내고 배당을 받은 주주 개인은 또다시 소득세를 내야 한다.반면 주식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이 증권(주식)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주주는 인수가액한도에서 유한책임을 지게되며 기업의 영속성을 지속할수 있다.◆ 이밖에 기업확장이 용이한 점도 있다.따라서 개인기업과 주식회사중 어떤 형태로 설립하느냐는 것은 기업의 규모, 사업내용, 앞으로의 성장가능성 세금문제를 종합적으로따져보는 게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중의 상당수는 우선 개인기업으로 창업했다가 법인으로 전환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전국 6대도시에서 문을 여는 주식회사는 연간 1만5천개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이상이 개인기업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는 형태이다.?개인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창업시와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는 어느 시점에서 전환할지에 대해 공인회계사나 세무사와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오신환 공인회계사는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