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업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5일 중소기업청을 신설하라고 지시한 후 중소기업들은 이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중기청 신설목적이 중소기업지원이고 이에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금지원인 만큼 지원이 실효성을갖기 위해선 자금지원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이유에서다.대금업은 한마디로 하면 수신기능없이 대출업무만 하는 금융업이다. 예금 이외에 자본금(자기자금)이나 회사채발행 및 은행차입(외부자금)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한 뒤 어음할인이나 신용대출 등다양한 비은행금융 서비스를 취급한다. 대금업이 도입되면 그동안은행 투자금융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사채시장을 찾았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또는 개인의 대출수요를 충족시킬수 있게 된다.미국과 일본에서도 대금업(미국은 금융회사)이 예금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소외된 계층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키기위해서 도입됐다.대금업을 도입할 경우 문제점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분석된다. 우선 긍정적 효과를 보자. 사채업의 주요 이용자인 중소기업과 서민등은 이전보다 싼금리로 쉽게 돈을 빌릴수 있게 된다.우리나라 사채시장은 연간 33조8천억원(94년기준)에 달하는 것으로조사됐다(한국금융연구원). 이는 경상GNP(국민총생산)의 11.2%에해당되는 규모다. 사채의 주이용자는 △중소기업의 24.9% △중소상인의 11.0% △일반인의 4.7%나 됐다. 금리는 월2∼3%다. 연간으로치면 24∼36%에 달한다. 당시 시중금리보다 2배이상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싼 은행의 문턱이 높게만 여겨지는 중기 등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대금업 도입은 시중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기적으로는 전주가 노출돼 자금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금리가 높아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규모 확대와 경쟁격화에 따라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급이자의 손비인정이라는 부대효과가 있다. 현재는 비싼 사채를 쓰고도 지급이자에 대해선 손비인정을 받지 못해 「빈익빈」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리한 대금변제 없애 사채 이용자 보호또 사채 이용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현재 사채시장에서 부동산담보대출 방식으로 급전을 썼을 경우 만기일에 원금을 갚을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집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돈 빌릴 때 화해각서를 써주는데 만기일에 사채업자가 고의적으로 자취를 감춰 변제를불가능하게 한 뒤 담보로 제공된 집을 처분하기 때문이다. 채무변제를 위해 폭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해결사」를 통해 무리한 채무상환이 강요되는 것이다. 대금업이 도입되고 채무회수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놓으면 무리한 대금변제는 없어지게 된다. 대금업 도입은 「금융실명제 완결」이라는 명분도 있다. 실명제의근본취지는 감춰져 있는 소득원을 모두 밝혀내 공평과세를 이루자는 것이다. 지난 93년8월의 금융거래 실명의무화에 이어 올해부터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이뤄지는 2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공평과세의기반이 차차 넓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GNP의10%가 넘는 자금이 지하자금으로 남아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의 사채수요가 있는 한 지하경제는 영원히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존 지역금융기관, 대출전략 차별화해야이러한 지하의 돈을 대금업을 통해 상당부분 지상의 제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하지만 대금업 도입에 앞서 전제해야 할 대목이 있다. 공급업자인대금업자보다는 수요자인 중소기업 등의 입장에서 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재경원이 대금업을 허가제로 실시한다면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신기능이 없이출자금이나 차입금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신고만 하면 누구나 대금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금업법 도입으로 상호신용금고나 신용협동조합등 지역금융기관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들도 대금업 도입을 계기로 대출전략을 차별화한다면별다른 문제점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부작용이 있다해도 도입때 보완장치를 마련할 경우 충분히 예방할수 있다. 또 문제점보다는 순기능이 많다는 점에서는 대체적인 의견통일이 이루어진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대금업 도입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을 때도 찬성론이 더 우세했다. 대금업 도입에 대한 「득실」에 대해선 이미 평가가 내려졌고 정책당국의 「결단」만 남았다는 얘기다.대금업 출자자금에 대해서 출처를 불문한다면 전국 전역에서 돈많은 사람들이 대금업 간판을 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각 중소기업들은 각기 신용도에 따라 돈을 조달하기 쉬워질 게확실하다.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및 금융실명제 완결과 기존 금융시장에미치는 충격중 어느것에 더 무게를 둬야 할 것인가. 대통령이 중기청신설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린 상황에서 정부는 대금업 도입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국사례일본 … 2만여개중 74%가 1억엔이하 소형업체지난 83년 「대금업법」을 제정해 사금융양성화에 나섰다. 당시 봉급생활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금리사채로 인해 자살까지 발생하는등의 폐해가 잇달았기 때문이다.대금업을 하려면 대장성에 등록하고 3년마다 갱신하면 된다. 금리상한은 도입초기만 해도 연1백9.5%였으나 지금은 연40%로 낮아져있다.대금업자는 예금을 받을수 없고 대출조건을 제시해야 하며 과잉대출이나 채권의 부당회수등은 금지된다. 현재 대금업소는 2만여개가있다.이중 74%가 1억엔이하의 소형업체이나 1천억엔이 넘는 대형업체도1백17개나 된다. 대출금 잔액이 93년3월현재 93조엔으로 88년보다2.2배나 증가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미국 … 금융회사, 주은행국에 등록후 감독받아신용도가 낮아 은행거래를 하기 어려운 영세기업과 서민에게 대출해주는 금융회사(Financial Company)가 있다. 금융회사는 각주의개별법에 의해 주은행국에 등록하면 설립할 수 있으며 은행국 감독을 받는다. 은행차입이나 상업어음(CP) 및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조달하며 예금은 못 받는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출액 이자율 기간 연체금액 등 거래조건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대만 … 여수신금리 자유화 등 제도권으로 흡수 별도의 관련법 없이 민간금융회사인 금융투자회사 사채업자 전당포업자등이 대금업을 하고 있다. 대금업에 대해 특별한 규제를 하고있지 않으며 은행설립 여수신금리 자유화 등을 통해 제도금융권을발전시킴으로써 사금융이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