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아름다움이 더해가던 지난해 11월. 조동완 대표이사를 비롯한 5백여명의 한솔전자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솔전자 진천공장 기공식이 거행됐다. 한솔전자는 한국마벨에서 상호가 변경된 한솔그룹의 정보통신 핵심기업. 조동원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정보통신사업은 한솔그룹의 제2주력사업이다. 한솔전자를 최고의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업체로 키우겠다』며 정보통신업을 전략업종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지난 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한솔그룹은 일찍부터 정보통신산업참여를 모색해 왔다. 정보통신업을 제지산업과 더불어 그룹의 양대주력업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한화통신 옥소리 광림전자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들 회사와는 별도로 유무선통신서비스를 담당하는 한솔텔레컴을 신설하기도 했다. 신흥재벌의 사세확장 전략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한솔 이외에도 나산 거평 신원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흥재벌들이 2천년대 재계판도를 뒤바꿀수 있는 정보통신산업과 반도체 등신규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나산그룹은 현재 나래이동통신의 지분 10%를 갖고 있으며 정보통신업을 전략업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베스띠벨리」「씨」등 여성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신원그룹도 정보통신을 2천년대 주력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신흥재벌, 의류나 부동산 통해 성장거평그룹은 정보통신과 밀접한 반도체 가공 조립부문에 진출했다.거평은 지난해 11월 다국적 기업인 필립스사의 반도체 가공회사인한국시그네틱스사를 인수했다. 올 2월에는 경기도 파주군 통일동산일대 2만평에 대규모 반도체 조립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98년까지 2천억원을 투자, 연간 3억개의 반도체를 조립생산할 방침이다. 거평그룹 관계자는 부동산재벌이란 오명을 벗기위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한다. 2천년까지 제조업의 비중을 그룹전체 매출액의 70∼80%까지 늘릴 방침이다.정보통신 반도체와 더불어 신흥재벌들이 눈독을 들이는 업종으로는금융업을 들 수 있다.신원그룹은 지난해 4월 자본금 50억원의 화동창업투자를 인수했다.패션 정보통신과 더불어 금융을 3대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나산그룹도 금융업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산종합건설을 통해지난해말 한길종금 2대주주인 충청은행으로부터 30만주, 한길종금비상임이사인 이광호씨로부터 5만여주를 매집하는 등 총 35만주를사들였다. 현재 나산그룹의 지분은 8%대에 이른다.한솔그룹은 이미 94년 11월 종합금융회사인 한솔종금(구동해종금)을 M&A(기업합병인수)로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한솔창업투자 한솔파이낸스 한솔금고 등과 함께 한솔그룹의 주요 금융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한솔금융 3백여억원, 한솔금고2백50억원을 비롯한 한솔그룹 금융부문의 총매출액은 6백여억원에달한다.이들 신흥재벌들은 의류나 부동산을 통해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그룹들은 유통과 레저산업이 주는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다퉈 유통과 레저산업에 나서는 것도 부동산 건설 등 기존의 주력업종을 이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있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거평은 지난해 7월 건설 제조와 더불어 유통을 제3의 핵심으로 키우기 위해 라이프유통(현 거평유통)을 2백87억원에 인수했다. 또한대구와 광주에 창고형 할인매장 베스트클럽을 건축중이다. 올하반기에 준공되는 거평도매센터와 용인집배송단지를 연결하는 매머드유통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나산그룹은 신세계백화점 영동지점을 인수하면서 유통업에 진출했다. 97년까지 광명점 수서점 천호점 목동점 등 모두 6개의 백화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장기전략의 일환으로 서울 목동에 국내최대규모의 백화점과 최고층 호텔 신축을 추진중이다. 4천7백억원을 투자할 백화점은 연건평 10만평 규모로 97년말 개장할 계획이다. 또한국내에서 제일높은 40층 높이의 호텔을 건립하기로 했다. 2천년까지 그룹총매출의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신원그룹도 오는 3월중에 광주에서 1천5백여평 규모의 패션전문점을 개장한다. 상반기중 서울 부산에 대규모 패션전문점을 오픈할계획이며 현재 건물주와 계약성사단계에 있다. 2천년까지는 10개패션전문점과 30여개의 직영점을 개설, 4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한가지 주력업종으로 기반을 닦은 이들 창업 신흥재벌들이 이제는신규사업진출을 통한 사세확장을 위해 M&A를 주요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창업신흥재벌과는 달리 분가신흥재벌들은 모그룹과 밀접한 연관속에 사세를 확대하고 있다.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둘째동생인 정순영회장이 이끄는 성우그룹은 현대시멘트를 중심으로 현대종합금속 성우종합상운 현대성우리조트 등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대부분모그룹인 현대그룹과 업무관계를 맺고 있다. 시멘트의 경우 주요납품처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 현대그룹계열사들이란 점이이를 뒷받침한다.◆ 재계 판도변화 불가피역시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금강고려 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5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고려화학은 국내 최대의 도료업체로 현대자동차 등 현대계열사에 독점공급하고 있다.삼성에서 분가한 새한미디어도 모그룹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비디오테이프 제조업체인 새한미디어는 지난18일 일본 닛산자동차의 부품업체인 이치코공업과 자동차 램프류제조를 위한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삼성자동차에 부품을납품하기 위해서다. 충북 충주에 4백30억원을 투자, 연산 30만대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98년부터 삼성자동차에 납품할 에정이다.삼성그룹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보광그룹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으며 레저산업에 진출했다. 보광그룹은 현재 강원도 평창군일대 1백17만평을 국내 최대규모의 종합휴양시설로 개발중이다. 보광 휘닉스파크는 1차로 내년 6월까지 2천8백여억원을 투자, 스키장골프장 호텔 등을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거평 나산 한솔 등 신흥재벌이 적극적인 사세확장 전략을 펼침에따라 이들 그룹에 대한 시기섞인 소리도 나오고 있다.「정치자금과 연관있다」「현정부 실세와 연관돼 있다」는 등의 괴소문이 나돈 것이 대표적인 예다.지난해 잇단 기업인수로 자금출처를 의심받았던 거평그룹은 『나승렬 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빌려 쓴 사채자금이 8백만원이었다』며 『그동안의 인수자금은 동대문도매센터의 분양대금으로축적한 자산에서 충당했다』고 해명했다.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후 이를 기업인수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괴소문을 일축했다.나산그룹은 자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서 신규사업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나산종합건설 소유의동대문패션유통센터를 (주)서황개발에 5백70억원에 매각했다. 유통과 금융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원 마련차원이었다고 한다.한솔그룹도 최근 자발적으로 인수자금의 출처를 공개하고 나섰다.『제지분야에 대한 투자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여력이 있다』며 『해외에서 자체조달한 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신흥재벌에 대한 이같은 시기섞인 우려는 신흥재벌이 기존 대기업의 반열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할 수 있다.이제 재계는 30대 재벌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30대 재벌군에 한솔그룹의 진입은 확실한 상태다. 93년 삼성에서 분가한지 4년만의 위업이다. 한솔 이외에도 거평 나산 신원 등이 2천년에 30대 재벌대열에 진입하려는 청사진을 잇따라 발표하고있다. 신흥재벌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은 최근 재계 랭킹 27위의 우성건설 부도로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기성재벌과 신흥재벌과의일대 결전의 시기가 임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