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6천8백45억원, 기술신용보증기금 2천9백69억원, 수출보험공사 2백34억원, 주택사업공제조합 7백억∼8백억원. 모두 합해1조7백억원. 국민 1인당 2만5천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처럼 엄청난 돈이 지난 한해동안 부도난 중소기업들을 위해 「물쓰듯이」 쓰여졌다. 부도율이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중소기업 부도가 잇따르면서 「중소기업 지원전선」에서의 사상자 수가늘어날 수밖에 없었던데 따른 것이다.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또다른 「진실」이 있다. 국민의혈세(血稅)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절체절명의 「명분」이 있다고는 해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는 대목이다.보증기관이 신음하고 있다. 「대의명분」때문에 「지뢰밭」으로 덩달아 따라가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서 보증금액을 대신물어주는 보증기관의 「생태적」업보로 인한 것이다. 그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 열사람이 한숟가락씩 도와주면 한사람몫의 끼니가 되는 십시일반이긴 하나 한술을 덜먹어야 하는 사람의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날로 쌓여 가는 대위변제금액은 보증기관들을 골병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대위변제를 줄이고 기본재산도 늘려 보증여력을 높임으로써 더많은 중소기업들이 보증지원을 받아야 하는 「선순환」보다는대위변제금액 확대→ 기본재산 감소→ 보증여력 축소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보증기관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보증서를 떼줘 은행이나투자금융회사에서 돈을 대출받을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크게 4종류의 보증기관이 있다. 일반 보증업무를 담당하는 신용보증기금과 신기술사업을 지원하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대표적이다. 가장 오래됐고 이용금액도 많다.신보는 76년에 창립됐으나 업무자체는 63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말 현재 7만6천여개 업체가 8조2천억원 가까운 보증지원을 받고 있다. 기술신보는 기업의 신기술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89년4월 새로도입됐다.수출보험공사는 시장개방에 대응,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늘릴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92년7월에 도입됐다.주택사업공제조합은 93년4월에 설립됐다. 주택의 선분양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입주예정자는 공제조합 보증으로 보호하고 주택사업자는 공제조합 보증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였다.이들 보증기관들은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거나 금융기관 또는 조합회사들의 출자금을 받는다.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보증업무의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유인이 적어진다. 보증서를 떼 준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면 보증해준 금액만큼 대신 물어줘야하지만 그돈은 외부로부터 수혈된다. 해마다 1조원에 달하는 대위변제를 계속 끌어가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재평가해봐야 할 때이다. 중소기업지원과 보증기관의 「건실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과제가 정책당국에 맡겨진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