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추운 날씨 속에서 식량이 부족한 북한이 군사적으로 이상동향을 보이고 있어 북한 동태에 대해 은근히신경이 쓰이고 있다. 북한경제는 지난 90년이후 6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해 현재 경제규모는 89년에 비해 20% 축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4년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9백23달러로 남한의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그동안 북한은 농업생산력 면에서도 이렇다할 발전이 없어 매년2백만t 가량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에 있었다. 더군다나 작년 여름에는 유례없는 홍수로 인해 식량부족분이 4백만t에 이를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런 부족상태에서 북한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것은북한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잘 알려져 있다.북한에서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이 부족하게 된 것은 대체로 세가지요인이 있다. 우선 절대적인 자원부족이다. 농업에 적당한 용지가부족하고 기후도 불순해 적정식량을 확보하는데 불리하다. 또 북한은 현대경제에서 필수적인 에너지원인 석유류를 갖고 있지 못하다.매년 3백50만t의 원유가 필요하나 수입에 필요한 외화부족으로 소요량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장가동률도 절반이하로 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자원부족은 다른 아시아 신흥공업국에도 해당되므로 식량부족의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없다.따라서 북한의 식량부족 원인은 다른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마찬가지로 경제운영방식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헝가리 출신의 경제학자 코르나이(J. Kornai)는 <부족의 경제학(Economics ofShortage,1980) designtimesp=20552>에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특징을 「만성적인 부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경제가 경제성과를 물량적목표달성에 두므로 각경제단위가 무조건 많은 양의 투입을 확보하여 정해진 목표를 초과 달성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더군다나 조직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정치적 발언권이 커지는 경우각 경제단위는 인력 자재 등을 비효율적으로 많이 확보하려 한다.또 생산물도 좋은 질의 물건을 만들기보다 양만 달성하는 경향이있다. 말하자면 몇십명이 필요한 만큼의 자재만으로 물건을 만들수 있는 경우에도 몇백명이 손쉽게 많은 양을 투입해 질이 나쁜 물건을 많이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따라서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질적 지표인 이윤 확보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고 항상 투입요소가 부족하고 쓸만한 생산물도 부족한 만성적 부족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사회주의 부족현상은 북한경제에도 해당된다고 생각된다.마지막으로 북한의 과도한 군사비지출이 생필품 부족을 부채질한다. 현재 북한은 연간 약 56억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총생산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액수이다.북한경제의 전반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군비지출이 가능한것은 군사경제와 일반경제가 이원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북한군부를 조정하는 국방위원회는 전반적인 무력을 장악할 뿐만아니라 군수산업과 국방건설사업을 관장하고 있어 사실상 독자적인경제권을 갖고 있다.따라서 일반공장에서 부족한 자재를 군수공장에 부탁해 조달하는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이원체제로 인해 경제의 전반적인 쇠퇴속에서도 전쟁준비를 계속하고 있으며 심각한 생필품 부족속에서도군수용 물자를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정보 제한으로 북한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80년대말께 북한을 북한나름의 논리대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북한 제대로 알기를 내세우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북한을 서구식 경제학 그대로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부족현상을 자원부족, 사회주의 체제적 부족, 과도한 군사화에 따른 부족의 세가지 면에서 살펴본다면북한의 동향은 충분히 설명되며 우리의 경각심도 결코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