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각국의 신용보증제도는 나라마다 자본주의 발달과정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유럽국가들이 업종별조합에서 신용보증을 해주는데 반해 한국 일본동남아 등 자본주의를 배우면서 경제개발을 위해 보증제도의 도입이 필요했던 곳에서는 국가와 금융기관들이 출자한 기금에서 신용보증을 하고 있다.이탈리아는 업종중심의 신용보증이 실시되는 대표적인 나라다. 북부 이탈리아 지역에서 발달한 도시중심의 경제구조가 독특한 신용보증제도를 낳게 한 것이다. 이 나라의 신용보증제도는 북부 이탈리아에 있는 토리노시 공업연맹이 1960년 보증협회를 만든게 효시다. 중부 남부 이탈리아로 확대,보급되는 과정에서 상업 수공업 소기업등 분야별로 보증협회가 설립되고 각각 연합체를 구성하게 됐다. 연합체에 가입하지 않은 보증협회까지 합치면 1천여개의 협회가 존재한다.◆ 프랑스, 중기융자보증사와 상호보증사로 발달이가운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공업분야의 신용보증협회연합회인페데르콘피디(Federconfidi)를 살펴보면 현재 91개의 보증협회가참가하고 있다. 연합회의 기금은 조합자본금 위험준비금 보증담보등을 합쳐 93년말 현재 5천억리라를 넘고 있다. 신용보증협회는 주요업무인 단기대출보증업무와 함께 부동산저당대출보증 리스업무팩토링업무 등을 하고 있다.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회원사들에만 주어진다는 점은 아시아나라들의 신용보증제도와 다른 부분이다. 보증료는 협회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보증대출액의 0.5~1.5%수준이며 보증사고율(대위변제액을 보증액으로 나눈 것)은 1%내외다.수공업자를 위한 신용보증협회연합회인페다르트피디(Fedart-fidi)의 경우 수공업진흥이 주정부의 소관업무로 돼있어 자본금과 위험준비금의 상당부분을 주정부가 지원하고있다. 보증협회에서는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은행이 보증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여길 때 직접 담보를 요구한다. 보증이후 사고발생시 보증책임은 보증협회와 협회연합회에서 반반씩 지게 된다. 손실액을 정부에서 보전해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철저히 회원사들의 상부상조에 의해서 운용되는 셈이다.프랑스의 신용보증제도는 중소기업융자보증회사(SOFARIS)와 상호보증회사(SCM)란 두가지 형태로 발달해왔다. SOFARIS는 84년 프랑스정부가 43.5%를 출자해 만든 기관으로 자신들이 인가한 은행등 금융기관에 들어온 대출건에 대해서만 보증을 해주는 곳이다. 이에비해 1917년부터 시작된 SCM은 지역수공업자나 자동차수리 미용 육상운송택시등 전문직종, 의사 컨설팅업 공인회계사등 자유업에 종사하면서 SCM의 회원사인 곳에만 보증을 해준다.SOFARIS는 사고위험률보다 낮은 0.48~0.6%를 보증료로 받고 있으며SCM은 보증해준 대출액의 0.3%를 보증료로 받으며 평균2~3%를 기금분담금으로 징수한다. 보통 5개 프랑스 중소기업중 1개사가SOFARIS의 보증을 이용하고 있으며 규모가 작으면서 리스크가 높은기업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SCM은 개업이나 기업매수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중·장기(2~15년)대출에 대한 보증을 주로 한다.일본의 신용보증제도는 신용보증협회와 중소기업신용보험공고의 이원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을때 보증협회에서 보증을 서주고 나중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경우가 발생하면 정부가 전액출자한 보험공고에서 손실액의70~80%를 보전해주는 형태를 띤다. 즉 신용보증협회는 보증을 서준후 다시 중소기업신용보험공고에 포괄계약으로 보험을 든다고 이해하면 된다.일본의 제도는 독일의 신용보증시스템을 모델로 37년 도쿄신용보증협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교토 오사카등지로 확산돼 현재전국적으로 52개 보증협회가 활동하고 있다. 2차대전이후 사회불안으로 자금수요가 높고 사업리스크가 높아지자 보증협회의 활동을원활히 하기 위해 58년 7월 정부출자로 신용보험공고가 설립된 것이다.신용보증협회는 95년3월말현재 지방공공단체 금융기관 중소기업단체 출연금과 준비금을 합쳐 9천1백60억엔(약7조원)정도의 기본재산을 가지고 있다. 5백만엔이하의 소액대출에 대해서는 서류심사만으로, 5백만엔을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협회에서 직접 실사를 나가 기업심사를 한다. 보증대상은 제조업 무역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소개인기업 법인기업 조합 등으로 금융 농업 임업 부동산업이나 종교단체 비영리법인등은 제외된다.◆ 일본, 소액대출은 서류심사만으로각 지방보증협회에서 보증을 설 수 있는 총한도액수는 기본재산과이월이익금 합계액의 35~60배로 차이가 있다. 또 개인이나 법인기업은 무담보로 최고 2백20만엔의 대출에 보증을 얻을 수있다.한편 보증협회는 보증잔액에 대해서 연율 최고1%의 보증료를 받고있으며 보증을 해주면서 동시에 신용공고의 보험에 가입하는 셈이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대위변제액수의 70~80%를 신용공고에서 받게 된다.90년대들어 전체 중소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보증부대출의 비율은6~7%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경제에서 자금공급이 충분해 굳이 보증절차를 거쳐가면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체의 96%, 고용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대만의 경우 중소기업신용보증기금이 설립된 것은 74년7월이다.70년대초 대만경제가 석유파동으로 극심한 인플레를 동반한 경기후퇴를 보이자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담보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94년말현재 출연금과 이익금을 합쳐 1백53억 대만달러(약4천3백억원)의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출연비율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금융기관이각각 60.5, 12.6, 26.9%등이다.신용보증을 신청할 때 대만에서는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금 혹은 중소기업지원기관에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나생산성본부 정보산업연구소등 10여개의 중소기업지원기관을 통하게되면 경영지도에서 대출에 필요한 진단과 심사까지 종합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있다.보증대상에서는 제조업 비제조업에서 청년유망사업자 자기상표해외진흥대출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돼 있다. 보증부담률은 보증종류별로80~90%이며 개별업체당 한도액은 최고2억대만달러(자기상표해외진흥대출보증)에 달한다. 이렇게 해서 기금의 총보증한도액은 기본재산과 이월이익금의 15배까지이다.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신흥공업국가들의 신용보증제도는정부와 금융기관이 출연한 기금을 통해서 금융기관에 신청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자체적인 보증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여타국에 비해 보증사고율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신용보증제도는 어느나라고 기본적으로 대동소이한 체계를 보인다. 다만 각국경제의 발전과정에서 기금이 어떻게 조성됐으며 정부에서 어느정도나 손실보전을 해주는가에 따라 약간씩 성격을 달리할 뿐이다.신용보증기금의 엄희열 국제업무팀장은 『유럽국가들의 보증제도는상공업자들의 조합인 「길드」적인 전통에서 발달해온데 반해 동남아를 비롯한 후발자본주의국가들은 도입이후 정착된 정부주도형 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어느 제도가 좋은 것이라기 보다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전체적인 자금수급상황이 공급우위와 만성수요초과로다르기 때문에 상이한 경제여건속에서 신용보증제도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