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 이는 채권 형태로 발행되어 매매되면서도 경우에 따라선 주식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야누스의 두얼굴같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해당종목의 주가가 이러한 전환가격을 웃돌 경우엔 주식으로 전환시켜 팔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채권으로서의 안정성과 주식으로서의 수익성을 함께지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CB는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나 인기있는 상품이다. 그동안의 발행실적을 보더라도 지난 93년 3천9백37억원에 그쳤던 것이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을 확인한 94년엔 2조8천8백억원으로 폭증했다.일년내내 장세가 지지부진했던 95년엔 다시 1조7천9백90억원으로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이같은 전환사채가 주가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주가가 전환가격을 밑돌아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엔 주가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대로 주가가 전환가를 크게 웃돌 때에는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아주가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때로는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을 때에도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화되기도 한다.우리나라에서 단일종목으로 싯가총액이 가장 큰 한국전력에서 발행한 CB의 경우를 보자. 한전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CB를 발행했다.지난 94년10월에 1천억원어치가 발행된 3년만기의 한전 1회CB. 표면금리 연1%와 만기보장이율 연4%의 조건이 붙어 있다. 싯가를 반영하는 기준주가대비 전환가격을 할인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할증해발행한 1회CB는 주간사업무를 맡은 대우증권에서 전량 인수했다.한전주가는 최근 1년사이 전환가격(3만4천4백51원)을 한 번도 웃돈적이 없지만 대우증권은 이중 3백여억원어치를 작년 4월말 이후 꾸준히 주식으로 전환했다. 95년말 현재 6백88억원어치를 떠안고 있는 상태다. 상식적으로는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아 전환하지 않고채권상태로 보유하는 것이 보통이다.그럼에도 주식으로 전환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회비용 때문이다. 예컨대 1천억원의 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연12%의 수익을 챙길수 있는데 비해 CB상태로 만기때까지 3년간이나 갖고 있을 때는 보장이율 연4%의 수익밖에 못챙긴다. 더군다나 증권사들의경우 회사채나 CB매입자금을 주로 콜차입 등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12%의 이자를 물고 자금을 빌려 연4%의 이자를 받는 꼴이다. CB상태로 보유하면 할수록 연8%만큼의 손실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주식 전환, 가능물량 2천억원 넘어3년만기로 95년7월 1천억원어치와 8월 5백억원어치가 각각 발행된한전 2, 3회CB. LG증권에서 주간사를 맡아 발행했으며 대부분을 팔아 전체 1천5백억원중 현재 LG증권이 안고 있는 물량은 1백50억원정도.전환가격을 기준주가 그대로 책정한 이들 2,3회CB의 전환가는 각각2만8천6백원과 2만4천7백원. 현재 3만원내외인 한전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전환청구가 가능해지는 올1월20일(2회)과 2월23일(3회) 이후에도 이처럼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 경우 주식전환을 청구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2, 3회는 당초 종합과세를 회피할 요량으로 표면금리가 0%인무이자채권으로 발행됐었다. 문제는 작년말 개정발표된 소득세법시행령에 따라 만기보장이율(각각 연8%)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어야한다는 점이다. 종합과세 회피라는 메리트가 사라짐에 따라 올해초전환청구가능기간이 돌아옴과 동시에 이들 CB를 보유한 투자자들이주식전환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이처럼 CB에서 전환되는 주식들이 매물화되거나 잠재매물로 도사리고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한동안 한전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할전망이다. 결국 최근 2년사이 대량으로 발행된 CB물량도 주식투자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