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개인이 여유자금을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 가면 2가지의 상품을놓고 고민하게 된다. 정기예금처럼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상품이 있지만 이자가 싸다. 신탁상품에 투자할 경우 운용결과에 따라 높은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원본을 까먹을 수도 있다. 다소의 위험이 따르는 실적배당부 상품이기 때문이다.최근 투신 은행 등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는 「보장각서」 파문은바로 실적배당부 상품으로 운용하면서 확정금리를 약속한 어처구니없는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성격이 다른 상품들을 놓고 고민하기는 커녕 뒷거래를 통해 실적배당부 상품의 고수익성만을 노린 결과였다. 그러다 운용결과가 나빠지자 밑도 끝도 없는 분쟁사태로터져나온 것이다.이같은 엄청난 파문을 접하면서 당장 2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지않을 수 없다. 보장각서가 금융권에 공공연히 나돈 배경과 당국의대응방식이 바로 그것이다.도대체 보장할 수 없는 보장각서를 주고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그 단초는 보장각서가 금융권을 풍미했던 시기에서 찾을 수 있다.물론 보장각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파문과 관련해선지난 94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성행했었다는 사실이 특히 주목된다. 여러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수익률을 제시토록하는 「금리입찰」 추태마저 드러나고 있다.핵심적인 열쇠는 역시 「금리추이」다. 지난 94년초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던 금리는 같은해 중반까지 안정세를 지속했지만 7월말엔통화당국의 긴축정책과 맞물려 이른바 「자금대란」을 겪었다.연12~13%선을 유지하던 3년짜리 회사채수익률도 연15%대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에선 은행들의 과도한 주식투자로 통화수위가 높아졌다며 은행권에 주식투자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던 상황이었다.자금대란이 지나간 자리에는 다시 금리의 하향안정이 찾아들었다.채권수익률이 연15%에서 연13%쯤으로 떨어진 것이다. 은행권은 신탁상품이 실적배당 상품인데도 경험상 연14~15%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광고한 터였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은 연·기금등이 요구하는 수익률로 보장각서를 써주거나 투신을 상대로다시 보장각서를 받는 상황을 맞았다. 채권 대신에 주식을 사들여서라도 보장수익률을 채워보자는 심산이었다. 더군다나 당시는 주식시장이 핑크빛을 발하던 무렵이어서 보장수익률을 채우는일은 각서를 주고받는 이 모두에게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시점이기도 했다.또 투신은 투신대로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보장각서를 써주거나 보장성 팸플릿을 돌리는데 마다하지 않았다.요컨대 채권수익률이 높을 때에는 채권에 투자해 고객들에게 높은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었지만 채권수익률이 떨어지자 자금운용에온통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만큼 우리 금융기관들이 금리변동에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한편으론 이들 금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당국의 태도도 따져볼 사안이다. 재경원이나 증권감독원은 투신사를, 은행감독원은 은행을정기검사 등을 통해 감독해 왔다는 점에서 보장각서의 관행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더구나 알고서도 묵인해 왔다면 더 큰 문제다.◆ 증감원, 투신분쟁조정위원회 설치최근에 와서야 증감원은 투신사에 대한 특별검사를 마쳤고 보장각서의 파문이 은행권으로 퍼지자 은감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증권감독원은 지난 15일 분쟁조정국에 증권투자신탁 분쟁민원접수창구를 마련하고 투신분쟁조정위원회도 설치했다.그럼에도 증감원의 투신분쟁조정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취약성을안고 있다. 이 때문에 집단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증권분쟁조정이 증권거래법에 따라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갖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보장각서 파문을 계기삼아 분쟁조정업무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증권투자신탁업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아울러 금융기관들도 예대마진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투자자금 유치에 얽매이기 보다는 금리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품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