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7일. 95년을 마감하기 4일전인 이날 국내 금융업계에선 매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주간사인 산업은행을 비롯,국내 18개 금융기관과 삼성건설 등 11개 건설회사들이 모여 1조3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계약을 체결했다. 영종도 신공항에서 경기도 고양시에 이르는 40.2㎞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 2조9백84억원의 62%에 해당되는 금액을지원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새로운 금융기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프로젝트 파이낸스란 기업(들)이 출자를 통해 특정 프로젝트만을위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가 돈을 빌리고 원리금을 상환하는 형태의 금융기법이다. 기업의 신뢰보다는 프로젝트 자체의수익성이나 안정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즉 사업주의 신용에의한 금융이 아니라 해당사업 자체의 사업성을 담보로 해 자금을조달하는 금융방식인 것이다. 본래 유전개발사업 같이 수익은 크지만 위험도 많은(High-risk, High-return) 사업을 대상으로 발전했으나 점차 제조업과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투자사업에로 대상이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로 확대프로젝트 파이낸스가 성립되기 위해선 대상 사업에서 얻을수 있는예상수익의 현재가치가 부채가치보다 커야 한다. 해당사업의 위험도에 의해 타당성이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SOC사업은 최소 수익/부채비율이 1.2배, 원유정제 프로젝트는 1.5배수준이다.프로젝트 파이낸스는 금융자유화와 개방화가 크게 진전돼 전통적인예대업무만으로는 수익 올리기에 한계가 많은 선진국 금융기관들이많이 이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툴루즈 경전철(VAL) 프로젝트나 유로터널 프로젝트등이 대표적이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있는 실정이다. 산업은행이 말레이시아에서 LNG(액화천연가스)개발프로젝트에, 외환은행이 태국의 「Thai Aromatics」프로젝트 공동대출단에 들어가는 형태로 참여해 본 경험이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국내에선 그동안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적용될 만한 사업이 많지 않았던데다 국내금융기관들이예대업무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금·대출금리를 정부가 정해주고 4%포인트 가량의 예대마진이 보장되는상황에서 굳이 리스크가 수반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같은 신금융기법에 나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수요와 공급면에서 매력이 없었다는 얘기다.게다가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전통적인 은행이 담당하는 금융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위해선 이공계 출신이 필요하며 법적관계를 고려해 법전공자도 필요하다. 은행원하면대부분 상경계 계통이던 시절과는 영 다르다. 어느날 갑자기 도입하려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도입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리자유화가 진전되고 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해지는 한편 시장개방도 확대되고 있다.금융시장이 기존의 대출자시장에서 수요자시장으로 전환되고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수익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외국의 거대금융기관과도 직접 경쟁해야 한다.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또 수요측의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SOC건설을 위한민간자본참여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측이 자금조달을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스 활성화를 요청하고 있다.이번 계약은 수요·공급측면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스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그동안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벌일 때 대부분 외국금융기관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국내금융기관도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