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딸애가 대학 본고사에 세군데나 응시하여 수학능력시험까지합치면 네번의 시험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두운 새벽길에 손수운전해 딸애를 시험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이렇게 네번이나 시험을 치도록 하는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봤다.그리고는 세 대학 모두 합격하고 나니 이제 두 대학은 합격하여 남주느라 바빴는데 떨어진 애들은 추가합격 소식에 울다가 웃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대학들은 옛날에 경험하지 못했던 등록포기 사태를 맞게 되었고 중복합격자와 추가합격자가 함께 뒤엉켜 대혼돈상태가 일어났다. 서울대의 경우 법대는 한명도 포기하지않았지만 농생대는 19.6%가 포기했고, 고려대 법대의 경우는 50%,홍익대 건축학과는 90%가 등록을 포기했다고 보도되었다. 등록포기사태는 하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심해 어떤 대학은 재시험을 쳐야할 형편이라니 정말 요지경 입시제도이다.그러나 이러한 야단법석도 올해가 시작이자 끝이고 내년에는 또다른 새로운 실험이 기다리고 있다. 국공립대학은 본고사없이 종합생활기록부, 수능시험과 논술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고 사립대학도 본고사를 실시하면 교육부에서 불이익을 줄 것이라하여 대부분 본고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방침을 거부하고 본고사를 강행하겠다던 서울대학은 아직 말이 없다.우리애들 셋이 대학가는데 모두 다른 시험제도에 따라 이리 몰리고저리 밀리면서 정말로 애들도 고생하고 부모도 혼이 빠질뻔 했다.첫애때는 전후기 나누어 「학력고사」하나로 뽑더니 둘째애때는 「수능시험」에 대학별 본고사를 치게 하였고 이번에는 3군으로 나누어진 본고사를 합쳐 네번이나 시험을 치도록 했다.내가 배운 빛바랜 헌법 교과서에는 우리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자유」에는 「대학의 자치」가 본질적인 내용이며 「대학의 자치」없는 「학문의 자유」는 공허한 것이라고 적고 있었다. 「대학의자치」는 학문연구의 자유와 연구발표와 교수의 자유로 구체화되는「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이 「대학의 자치」에는 함께 연구하고 발표하고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자유는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 수학능력고사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의 「대학수학능력고사(SAT와 ACT 두가지가 있다)」는 민간단체에서 실시할 뿐만 아니라 채택여부도 대학의 자유이다. 동부는 주로 SAT, 중부의일부대학은 ACT, 그리고 어떤 대학은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다.우리도 옛날에는 대학마다 다른 방법으로 신입생을 뽑았다. 그런데최근에 와서는 대학이 자기가 가르칠 학생을 뽑는 방법까지 획일적으로 정부가 시키고 있으니 이웃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의심스럽다.일본의 행정개혁에 오랫동안 참여했던 야야마 타로씨는 <관료망국론 designtimesp=20645>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도쿄대학은 세계 1백위에도 못들어 가고일본대학의 연구수준은 기업들이 연구용역의뢰를 포기할 정도이며악평등과 무개성으로 특징지어지는 획일적 교육제도가 일본의 교육을 황폐화시켰다고 말하면서 일본의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일본만이 갖고 있는 문부성과 국립대학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지사를 지낸 호소카와 전일본수상도 교육을지방의 자유에 맡기면 단번에 좋은 대학, 특색있는 대학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우리사회의 가장 우수한 집단인 대학에 그들이 좋아하는대로 본고사든 내신이든 아니면 실기만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내버려 두면 왜안되는 것일까. 미국에는 국립대학도 없고 학생은 대학이 알아서뽑는데 우리 교육부는 일본을 닮아서인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같다. 「대학의 자치」 없는 「학문의 자유」는 공허하다지만 「학생선발의 자유」없는 「대학의 자치」는 부자유스럽다. 그러나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되는 것이다.